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D-29
342쪽. “문학사가들이 볼테르나 발자크, 혹은 톨스토이의 성 생활을 재구성하는 데 얼마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아세요? 체코 작가의 경우에는 한 치의 의혹도 없을 겁니다. 모든 게 녹음되었으니까요. 신음 소리조차도.” 353쪽.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보내는 것보다 생매장당한 까마귀를 꺼내 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지요.” (…) 그가 올바른 행동을 하는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으나 그가 원하는 바대로 행동한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357-358쪽. 인간의 삶이란 오직 한 번뿐이며, 모든 상황에서 우리는 딱 한 번만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과연 어떤 것이 좋은 결정이고 어떤 것이 나쁜 결정인지 결코 확인할 수 없을 것이다. 여러 가지 결정을 비교할 수 있도록 두 번째, 세 번째, 혹은 네 번째 인생이 우리에게 주어지진 않는다. 역사도 개인의 삶과 마찬가지다. 체코인들에게 역사는 하나뿐이다. 토마시의 인생처럼 그 역시 두 번째 수정 기회 없이 어느 날 완료될 것이다. (…) 역사란 개인의 삶만큼이나 가벼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 385쪽. 그는 자신이 언제라도 행복의 집을 떠날 마음의 준비가 되었고 언제라도 꿈속 젊은 여자와 함께 사는 자신의 파라다이스를 떠나 테레자, 그로테스크한 여섯 우연에서 태어난 그 여자와 함께 떠나기 위해 자기 사랑의 “es muss sein!”을 배신할 것을 알았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5부 <가벼움과 무거움>,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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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쪽. 저주와 특권, 행운과 불운, 사람들은 이런 대립이 얼마나 서로 교체 가능한지를, 인간 존재에 있어서 양극단 간의 폭이 얼마나 좁은지를 이보다 더 구체적으로 느낄 수는 없었다. 406-407쪽. 여러 사조가 공존하고 그들의 영향력이 서로를 제한하고 무화하는 사회에서는 키치의 독재로부터 어느 정도 빠져나올 수 있다. 개인은 자신의 독창성을 보호할 수 있으며, 예술가는 예기치 않은 작품을 창조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 흐름 하나가 모든 권력을 쥐는 곳에서 사람들은 대번에 전체주의의 키치 왕국에 빠지게 된다. 내가 전체주의라고 표현한 까닭은 키치를 훼손하는 모든 것은 삶으로부터 추방당하기 때문이다. 411쪽. 전체주의적인 키치 왕국에서 대답은 미리 주어져 있으며, 모든 새로운 질문은 배제된다. 따라서 전체주의 키치의 진정한 적대자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인 셈이다. 질문이란 이면에 숨은 것을 볼 수 있도록 무대장치의 화폭을 찢는 칼과 같은 것이다. (…) 앞은 이해 가능한 거짓말이고 그 뒤로 가야 이해 불가능한 진실이 투명하게 드러난다. 436쪽. 그에게는 행동과 구경거리 사이에서 선택할 권리가 없었다. 그에게는 한 가지 선택밖에 없었다. 구경거리를 제공하거나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 인간이 구경거리를 제공할 수밖에 없게 선고된 상황이 있게 마련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6부 <대장정>,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내 소설의 인물들은 실현되지 않은 나 자신의 가능성들이다. 그런 까닭에 나는 그들 모두를 사랑하며 동시에 그 모두가 한결같이 나를 두렵게 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내가 우회하기만 했던 경계선을 뛰어넘었다. 나는 바로 이 경계선(그 경계선을 넘어가면 나의 자아가 끝난다.)에 매혹을 느낀다. 그리고 오로지 경계선 저편에서만 소설이 의문을 제기하는 신비가 시작된다. 소설은 작가의 고백이 아니라 함정으로 변한 이 세계에서 인간 삶을 찾아 탐사하는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355-356쪽,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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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3쪽. 인간의 시간은 원형으로 돌지 않고 직선으로 나아간다. 행복은 반복의 욕구이기에, 인간이 행복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502쪽. 그녀는 뜨거운 물속에 누워 자신이 일생 동안 자신의 허약함을 빌미로 토마시를 이용해 먹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에게는 힘 있는 자들 중에서 범인을 찾고 약한 사람들 속에서 무고한 희생자를 찾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금 테레자는 자신들의 경우는 정반대라는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꿈조차 이 강한 남자의 약점을 찾아내 그를 뒷걸음질치게 만들려고 테레자의 고통을 과시한 것이다. 테레자의 약함은 그가 더 이상 강하지 않아 그녀 품에서 토끼로 변할 때까지 매번 그에게 타협을 강요했던 공격적인 약함이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7부 <카레닌의 미소>,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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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을 더 읽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뒤죽박죽인 수많은 생각의 조각들이 언젠가 하나로 끼워 맞춰지길 바라면서 다음 독서도 응원합니다:)
<농담>을 읽었을 때, 초반부터 흐트려놓기만 하던 이야기 파편들이 점점 하나로 연결 되면서 마지막에 일종의 희열을 느꼈었는데요, 이번에도 과정은 비슷하였으나 희열은 아니었습니다. 6부에서 그 모든 조각들이 "키치"로 정리되는 것을 보고 잠시 당황했다고 할까요. 키치의 맥락에서 다시 처음부터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에요. ㅎㅎ 원래 알고 있던 키치라는 용어의 쓰임과 작가의 키치 철학이 완전히 매치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했습니다. 책을 덮은 후 문득 "의미와 무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인간은 의미부여의 동물이라는데. 아직은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네요. 그래도 키치의 등장 이후, 책 제목의 의미는 완벽하게 이해되었습니다. ㅋㅋㅋ
왜냐하면 우리 중 그 누구도 초인이 아니며 키치로부터 완전하게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리 키치를 경멸해도 키치는 인간 조건의 한 부분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415쪽,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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