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탐독] 5.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저도 전자책으로 읽은 1인인데... 저는 읽으면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혜정의 소설인가, 그걸 판단하는 건 독자의 몫인가 보다.... 그러다가 이 소설에서 그걸 구분하는 게 의미가 있나... 그런 생각을 했는데 종이책은 폰트가 달랐군요. 폰트 구분 없이 모호하게-그러니까 읽는 이가 판단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도 혜정과 비슷한 면이 있는데 그래도 전 절망하고 슬퍼하기는 해요. 그 마음과 거리가 생기면 그때 들여다 봐요, 그리고 이걸 소설에 어떻게 쓸지 고민해요. 소설이 되고 나면 담담해지고요. 그래서 소설을 쓰는 것도 같습니다, 저는. 감정적으로 벅찬 상황에서 그 마음을 문장으로 표현하려고 고민하던 때도 있었는데 그러고 있다는 걸 알아챈 순간 스스로 끔찍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마음의 변화를 알아채고, 그때의 마음에 충실한 다음 글로 풀려고 노력해요.
다른 폰트로 읽으면 내용도 확 달라 보이긴 하더라고요. 저는 오히려 분기탱천했을 때 칼럼은 분노를 담아 쓰겠는데, 소설은 안 써지더라고요. 전반적으로 분노의 힘을 빌어 쓴 소설은 있지만, 그때의 분노는 차가운 분노였던 거 같아요. 분노 외에 다른 정서적 흥분은 제게는 칼럼이건 소설이건 별 도움이 안 되었던 거 같아요.
8장이 혜정의 소설이었다니!!! 전자책으로 읽어서 전혀 몰랐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혜정은 아버지의 외도와 그것을 잡아낸 엄마를 바라보는 자신의 복잡한 심경을 달팽이라는 소설로 표현하고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걸까요? 그렇다면 '이젤과 팔레트의 나무 냄새, 목 언저리까지 바르던 스킨 냄새, 하루에 두 갑씩 태우는 담배 냄새, 삶 냄새.'라는 부분과 생과 사를 미친듯이 반복해대는 플라타너스가 줄지어 있는 가로수 길에서 물인지 기름인지 알 수 없는 너무나 많은 냄새가 풍겨오는 것들을 쏟아내는 것으로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쓴 혜정은 정말 소설로 본인의 고통을 잘 승화시킨 것 같습니다. 저는 외국과 한국으로 오며가며 지내다가 다시 외국으로 갈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채로 귀국한지 4년 정도가 되었는데요..다시 외국으로 나가려고 애쓰지도 않았고 직업적 특성상 한국에서 정착해서 사는 것이 맞는(?) 일임에도 한국에서 기약없이 산다는 것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습니다. 그건 절망과도 비슷한 감정이었어요. 내 인생에 이게 뭔가 더 기대할 것이 없고 행복할 일은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 심정을 승화하기 보다는 견디고 싶어서 이것저것 했던 것 같은데요. 그 중에서 민화를 그리는 화실에 등록한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민화가 굉장히 세심하고 조심스럽고 정교한 그리기를 요구했기에 집중력이 필요했고 집중하는 동안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도 되었구요. 바림이라는 붓놀림의 기술은 또 색을 퍼지게 만드는데 그 느낌이 부드럽고 아름답다고 느껴지더라구요. 예술이라고 말하기엔 좀 과하면이 있지만 내가 그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주체가 된다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저렇게 한국에 살기 싫은 저의 고통을 달랬던 것 같네요. 지금도 민화화실은 나가고 있답니다.
혜정의 소설을 읽고서 어! 내가 인상적으로 읽었던 소설인데, 하면서 <깊은숨>을 찾아봤는데 없어서 당황했었어요. ㅋㅋ 김혜나 작가님 소설은 <깊은밤>을 먼저 읽었거든요. 그래서 어디지어디지 왜 기억이 안나지 하면서 안절부절못다, 결국 찾았습니다! <호텔 프린스> 앤솔러지 작품집에 있었어요. 이번에 <나의 골드스타> 속 [달팽이]와 느낌이 많이 다르다 생각했는데 그 소설을 읽었을때의 저와 지금의 저가 조금 달라져서 그런게 아니까 싶었습니다. 예술적 승화는 잘 모르겠지만, 자꾸만 기록을 하게됩니다.. ㅠㅠ
아 맞습니다. <호텔 프린스> 작업하던 시기만 해도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가 당선되지 않았었고 언제 출간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어 단편소설 부분만 앤솔러지에 실었습니다. 다른 에피소드 들도 조각조각 나누어 단편소설 형태로 발표할지 고민하다가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응모한 수림문학상에 당선되어 이렇게 장편소설로 온전히 세상에 나왔답니다^^ 기억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10/2 4-2] 전 이 습작이 좋았어요. 혜정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겠죠.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쓸 수 있다는 것이 예술적승화일수도 있겠군요. 말하지 않으면 견딜수 없는 것, 그 말하고 싶은 것이 바로 나라는 소재 자체인 상황. 나에 대한 객관화에서 오는 성장이나 발견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픈 시간이나 사건들이,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감정이 무뎌지며 깨달아질때가 있더라고요. 그때 조금 깊이 나를 들여다보려고해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교차시키며 질문도 해보고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기도 하고요. 애써 극복한다는 느낌보다는, 묵혀두었던 감정도 매어두지 않으면 풀어지고 흐려지는걸 지켜볼 수 있게 된거 같아요.
혜정이는, 정말로 자기가 본 걸 그렸구나, 라고 말했어.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p 225, 김혜나 지음
저도 이 대사가 참 좋았어요. 다른 학생들은 모두 '평가'를, 타인의 시선을 염두에 두고 그렸는데 혜정만 오직 자신의 눈을 믿고 그림을 그렸다는 이야기니까요. 내가 말하고 표현하는 것들은 모두 '정말로 자기가 본 걸' 이야기하는 걸까 싶은 생각도 들고 그런 것 같아요.
조금 다른 이야기긴 한데, 저는 항공이나 드론을 이용해서 높은 시야에서 찍은 사진을 주로 내거는 지자체의 관광홍보를 좋아하지도 않고 되도록 그 곳엔 안가려고 합니다. 제가 직접 가서 볼 수 없는 사진을 내거는 사람들이 하는 홍보 내용을 믿을 수가 없어요.
결국, 나이가 들수록 비겁해지는 것 같아요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p. 303, 김혜나 지음
나는 단 한 번도 책장을 접어본 적이 없었다. 책날개가 접히거나 구겨지는 것도 싫어 반드시 책갈피를 가지고 다녔고, 책갈피가 없을 때에는 휴지나 주민등록증이라도 꺼내 책장에 끼워두곤 했다. 아무리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이 있어도 책에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지 않고 수첩에 따로 옮겨 적었다. 책등이 벌어질까 봐 책을 활짝 펼쳐서 읽지도 못했다.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 p. 319, 김혜나 지음
완전 저 예요.!!가끔은 종이책은 사서 모셔두고 이북으로 읽을 때도 있어요. ㅎ.
@siouxsie @아린 한 집에 같이 사는 독서가가 막 책 활짝 펼치고 귀퉁이 접고 밑줄 그으면 얼마나 괴로운지 모릅니다. 김새섬 대표가 책을 그렇게 읽거든요. 그나마 요즘은 제가 전자책으로 책을 읽어서 갈등할 일이 사라졌네요.
우짜유...서로의 책은 건드리지 않기로 해요. 밖에 할 말이.... 전 다행히 같이 책 보시는 분이 남이 자기가 뭐 읽는지 보는 게 싫다는 이유로 책 커버로 싸고 다닙니다. 휴~~ 당연히 꾸겼다간 차라리 그 책과 함께 사라지는 게 낫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요.
책에 줄치고 책페이지 접고 책 좌악 펴는 건 범죄예요!!! 헌법 어딘가에 쓰여 있어요!!! 험험 전 책 귀퉁이부터 닳는 게 싫어서 책커버 씌워 읽습니다. 책이 상전이라고 욕하고 침뱉어도 으흑....싫어요 싫어~~
@siouxsie 님 말씀을 읽다 보니 자연스레 제 연인이 떠올라요. 책 한 권 한 권을 소중하게 읽고 정말 아끼거든요. 책장의 배열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저는 오히려 반대라...(허허허) 하지만 그 마음이 너무 귀해서 생일 선물로 책커버를 만들어 선물했더랬죠. 가죽이라 냄새가 잘 빠지지 않아 고생했는데, 이제는 말랑말랑 길들어서 좋더라고요. 그래서 책도 책커버도 소중하게 다루는 연인을 보면서 제 자신을 자주 반성(만)합니다. 헌법 어딘가에 쓰여있는지는 잘 몰랐는데(ㅋ) 이제 알았으니 더 조심히 다루겠습니다. 저는 대학 때도 전공서적이 무거워 일일이 다 제본해서 다녔는데요. 친구들이 그걸 보고 놀라길래, 오히려 제가 더 놀랐습니다. 그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닐 저를 생각하면, 흠...
이건 아주 좋은 모서리 아닌가요. 저는 그 반대편에 모서리가 있습니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무척 냉혹한 이기주의자인데, 그게 들통 날까봐 두렵습니다. @GoHo 님에 대한 답글인데, 관련 글 등록을 안 했네요. ^^;;;
무슨 일이 있어도 웃으며 넘기는 법을 20대 중반에 익히셨다니, 부럽습니다. 40대 후반에도 그게 잘 안 됩니다. ^^;;; 이건 @임지훈 평론가님 글에 대한 답글이었습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에게 가장 친한 친구가 10년 전 캐나다로 이민 갔다가, 이번 주 월요일에 잠시 한국에 방문했어요. 그래서 지난 나흘간 친구 부부와 함께 속초를 여행하고 지금은 서울 본가에 와 있습니다. 그동안 남겨주신 질문과 댓글을 읽어보니 저의 10대와 20대 시절의 일들이 많이 떠오릅니다. 지금 한국에 놀러 온 절친도 제가 20살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데요. 그 시절 저는 학부를 졸업하고 휴대폰을 없앤 채 집 근처 맥도날드에서 알바하고 소설만 쓰면서 지냈습니다. 그때만 해도 어머니 댁에 전화기가 있어서, 친구가 집으로 전화를 걸어와 어머니에게 저를 바꿔 달라고 했습니다. 전화를 받으니 친구가 저에게 물었어요. 왜 휴대전화까지 없앤 채 소설을 써야 하느냐고요. 제가 대답했습니다. 내가 빨리 소설 써서 등단하고 책이 나와야 너도 내가 쓴 소설 한번 읽어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요. 그러자 친구가 다시 말했습니다. "너랑 만나지 못하고, 너랑 통화도 못하면서까지 내가 읽어볼 그 소설이 내 삶에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라고요. 그때 저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고, 소설이라는 게 대체 이 삶에, 그리고 사람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오래 생각해야만 했습니다. 지금도 그 답을 알 수는 없지만, 답을 알지 못하기에 계속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아 친구분 말씀 넘나 감동이에요. 살아있는 동안 최대한 보고싶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웃고 즐겁게 지내자...라는 생각을하고 있는 요즘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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