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탐독] 5. 나의 골드스타 전화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해변에서 이틀 연속 같은 개를 만나 해수욕을 같이 하는 것"이라는 말씀에, 파주 헤이리마을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만난 길고양이 생각이 나네요. 새하얗고 예뻐서 그런가 눈에 자꾸 아른거리길래, 숙소와 헤이리마을까지 거리가 꽤 멀었는데도 다음 날 새벽, 굳이 그곳까지 산책을 핑계로 다시 찾으러 걸어갔던. 하지만 결국 만나지 못 했습니다. 여행지도 여행지였지만, 누구와 같이 가느냐에 따라 기억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저는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은데, 처음으로 둘이서 해외여행을 다녀왔던 적이 있어요. 싱가포르였고, 원래 저 혼자 자유여행으로 다녀오려고 이것저것 다 계획해뒀는데, 여행 날짜가 임박했을 때, 엄마가 혹시 같이 가면 안 되겠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런 질문 자체가 처음이라, 일단 알겠다고 했죠. 그게 첫 직장 다니면서 맞은 첫 여름휴가 때였어요. 결론은 정말 좋았습니다. 싱가포르에 대한 추억도 깊지만, 엄마랑 단둘이 4박 5일 동안 여행을 하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거든요. 그동안 제가 알던 분이 맞나 싶을 정도로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원래(?)의 관계로 다시 돌아간 모습에 의아했던. 전혀 다른 엄마를 만나고 돌아왔던 기억이 납니다. 보통 여행 가면 친한 사람과 가도 꼭 한 번은 싸운다고 하던데, 저희는 오히려 반대였어요. 그런 기류조차 감지할 수 없었죠. 소녀 같은 엄마를 만나고 돌아온 기분이었어요.
전 아빠딸이라고 평생을 생각해 왔고, 엄마랑은 사이가 안 좋은 건 아닌데 뭘 같이 하기는 싫어요. 동생도 엄마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결혼하기 전엔 엄마랑 둘이서 어디를 잘 다니더라고요. 엄마는 절 키워주신 고마운 분이지만, 정말 저랑 안 맞아요. 심지어 둘이서만 있는 것도 싫어서, 엄마가 평일 낮에는 대부분 저희 집에 계시는데, 제가 쉬는 날이어도 엄마 올 시간에 나갔다가 집에 들어갈 정도예요. 엄마는 제가 본인을 안 좋아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시고요. 여행까지 하셨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엇, 저 @siouxsie 님의 글을 읽다보니, 엄마와의 싱가폴 여행을 지난번에도 그믐에서 살짝 나눴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도 수지님의 글을 읽으면서 제가 한 번도 생각지 못한 부분이라 새롭고 놀라웠는데, 이번 글도 그랬어요. 저는 사실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제 경우, 저의 첫사랑(?)이자 짝사랑이 엄마였어요. 엄마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 지독하게 매달리던 시기가 있었죠(사실 꽤 길었습니다). 저를 얼마나 함부로 대하는지 알면서도, 바보같이 놓지를 못 했어요. 연애로 치자면 상대가 저를 때리고 욕하고, 자신이 필요할 때(아파서 자신을 돌볼 사람이 필요하다거나 감정 쓰레기통을 원할 때)만 찾는다는 걸 알면서도 놓지 못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게 저였어요. 엄마는 감정기복도 워낙 심하고, 히스테리컬 한 면도 많았는데, 그때마다 화풀이 대상이 저였고, 이유도 모른 채 얻어맞을 때가 많았거든요. 익숙한 방식이었고, 그래도 저만 잘 하면 진심이 닿을 수 있을 거라 믿었죠. 하지만 엄마에게 저라는 존재는 한없이 하찮고, 성가신 존재라는 걸 서서히 인정해야만 했어요. 그렇게 마음먹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하나 있었고, 그때 집을 나와야겠다는 결심을 했던 것 같습니다. 단순히 '아 이제 독립해야지'가 아니라, '나는 할 만큼 했고, 아무런 미련이 없다'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그냥 손을 놓은 거죠. 제가 그 집을 나오고 나서야 화해의 제스처를 건네시는데, 솔직히 제 입장에서는 싫더라고요. 당신 기분 좋을 때만 "우리 딸은 착하니까..."라는 말로 시작되는 엄마의 회유가 지긋지긋했어요. 그래서 엄마와 딸의 관계는 참 복잡한 것 같습니다. 가족마다 사랑과 소통의 방식도 다 다른 것 같고요. 수지님 덕분에 또 이렇게 새로운 마음을 알아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모성애'라는 말도 좋아하지 않아요. 마치 누구에게나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것처럼 부담스럽거든요. 부모에게 떼쓰며 자라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많은 생각이 올라옵니다. 저는 그런 걸 해보지 못하고 투박하고 무미건조하게 자랐거든요. 그걸 할 수 있다는 것도 어떤 의미로는 특권이라 여겨져요. 부모에게 징징거리고, 떼쓸 수 있다는 것. 자기연민도 도가 지나치면, 그렇게 꼴사나울 수가 없는데, 제가 딱 그꼴인 것 같아 이 이야기는 그만해야겠습니다(글이 길어 죄송합니다). 엄마 이야기만 나오면 유독 글이 날카로워지네요. 이거야말로 저의 모서리가 아닌가 싶기도 해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괜춘해요 괜춘해요 누가 뭐래도 전 연해님의 진심 가득 담긴 글이 너무 좋아요. 게다가 길게 쓰면 잘 모르는 분들은 안 읽을 확률이 높아지잖아유? 이것도 어느 순간 다자이 상처럼 우리의 '간증 추억'으로 남을 거예요. ^^;;
감사합니다. @siouxsie 님:) 가끔 너무 솔직하게 쓴 건 아닌가 싶어 걱정될 때도 있는데, "게다가 길게 쓰면 잘 모르는 분들은 안 읽을 확률이 높아지잖아요?"라는 말씀 덕분에 용기가 무럭무럭 생겨납니다. 그렇다면 더욱더 길...! (쿨럭) 간증 추억이라는 단어에 또 폭소하고 갑니다ㅋㅋㅋ 아직도 우리에게 고통당하고 있는 다자이 상,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다자이 상과의 추억. 미안해요, 다자이 상. 고마워요, 다자이 상. 아리가또, 고메나사이.
엄마와 함께한 여행에서 이렇게 좋은 결론을 얻을 수도 있다니 놀랍네요. 저는 어머니랑 태국 여행 갔다가 싸우고 돌아온 기억밖에 안 나요 ㅎㅎㅎ
그리고 저는 17장을 읽으면서 어릴 때, 외할머니댁에서 키웠던 강아지들이 떠올랐어요. 이 강아지들의 운명은 소설 속 개들처럼 슬펐지만요. 그중에서 아직도 생각나는 강아지 한 마리가 있는데요. 다른 강아지들은 다 갈색인데, 걔만 흰색이라(아 근데 아까 쓴 흰 고양이도 그렇고, 저 몰랐는데... 흰색 동물 좋아하나 보네요) 제가 유독 예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순해서 이름도 '순딩이'라 지어주고, 몰래 안고 나가서 시골길에서 엄청 뛰어놀고, 방으로 안고 들어왔다가 어른들한테 엄청 혼났던. 근데 다음 명절에 갔더니 이미...(휴) 그 뒤로는 명절에 그곳에서 새로운(?) 강아지들을 만나도 마음을 못 주겠더라고요.
아... 예전에는 정말 흔한 일이었죠 ㅠㅠ
제가 여행을 많이 안가보기도 했고, 움직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대단한 기억은 없는데요, 가족들과 제주도 여행할 때 '여긴 한국인데 한국이 아닌 것 같다. 마치 외국에 있는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내내 들었습니다. 물론 좋은 쪽으로요! 기분 좋은 낯섬이 여행 내내 느껴져서 인상 깊었습니다.
어릴 때 ‘외국 대신 간다, 그래도 물은 건넜네’ 하는 마음으로 갔을 때에는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몰랐어요. 오히려 외국 좀 다녀본 뒤에 가보니 제주도가 정말 독특하고 아름다운 섬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저희 부부한테는 각별한 추억도 남아 있고요. 제주 북부도 좋지만 저는 남부가 참 좋습니다. 올 겨울에도 일주일 정도 서귀포에 다녀올 생각이에요. ^^
견학연수로 낯선 유럽 이국땅에 처음 갔을 때.. 매일 바쁜 스케쥴에 쪼르르 쪼르르 따라다니기 바빴습니다. 그러다 마지막날 마지막 도시의 거대한 성당 앞에서 잠시 짧은 자유시간이 주어졌는데.. 성당의 장엄함에 감탄하고 주변을 구경하고 기념품 가게에서 선물을 몇 개 구입하고 나오는데.. 그때 지하철역이 눈에 띄었습니다. 안으로 내려 들어가면서.. '아.. 남은 시간 딱! 한 정거장만 갔다와볼까..' 이성이 있다는 게 다행이지 싶게.. 이대로 이 낯선 곳을 더 여행하고 싶다는 일탈의 간절함.. 을 부여잡고 되돌아 왔지요. ㅜㅠ 그 찰나 같이 주어진 자유시간이 그때 연수의 가장 백미였습니다~ㅎ
13년도에 제주도에서 6개월 정도 게스트하우스 스탭으로 일했었습니다. 그때 같이 일했던 친구랑 작년에 연락이 닿아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엄머머머머머머머ㅎㅎㅎㅎ
억..이런...부러워 하면 지는 건데...졌네요
아니 아니 아니 일은 안 하고 썸을 타셨던 겁니까!! 잘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헉 대박쓰!
어머어머! 낯선 곳에서 만난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꺄아). 제 친구 중에도, 초등학교 동창을 20살에 동네 편의점에서 우연히 만나(아르바이트생과 손님으로요) 연인이 된 경우가 있었죠. 심지어 친구는 상대가 첫사랑이었어요. 그 둘은 10년 가까이 연애를 하다가 결국...! 결혼을 하고,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 아빠가 되었답니다. 아이 둘 다 아빠(제 친구)를 쏙 빼닮았어요.
뒷북 일곱번째 질문의 개가 떠올랐습니다. 아일랜드 로드트립을 하는 중에 운전자를 바꾸려고 차에서 내렸는데, 언덕위에서 전속력으로 사나운개가 달려와 황급히 차로 뛰어든 기억이 있습니다. 아일랜드는 작은 나라지만 인구가 적어서 그런지 시골에 가면 아주아주 넓은 언덕과 초원이 펼쳐지고 아주 큰 집들이 드문드문 있는 평화로운 곳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10/11 Q7] 여행을 하다 보면 길을 잃을 때가 있지요. 시간이 지나면 그 순간들이 가장 강렬하게 오랫동안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너무 놀라서 뇌가 잊지 못하나 봐요. 독일에서 기차여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 독일어도 모르고 길도 모르면서 이름도 모르는 역에서 무작정 내렸어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네요. 길을 잃기로 작정하고 역 밖으로 나왔는데... 눈 앞에 펼쳐진 마을이, 길이 너무 예쁜 거예요. 낮은 둔덕을 따라 천천히 걷는데 한국의 가을 어느 날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무작정 걸었지요. 휘휘 둘러보며 발이 내딛어지는 속도로... 지금 생각해보니 낯선 나라에서 갑자기 한국의 햇살을 느껴서 였나봐요. 그 역을 다시 찾아갈 수 없어서 아쉬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 10/11 일곱 번째 질문의 두 번째 질문_ 김의경 작가님이 주신 질문입니다. 소설가 지망생이 주인공이어서인지 혜정의 시선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그려지는데요, 그 중에서 교수들의 허세 가득한 대화가 특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여러분은 특정 집단의 위선이나 허세를 경험한 적이 있나요?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수북플러스] 4. 나를 구독해줘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도서증정-고전읽기] 셔우드 앤더슨의 『나는 바보다』[도서 증정] <여성과 전쟁: 우크라이나 소설가의 전쟁일기> 번역가와 함께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커리어와 나 사이 중심잡기 [김영사] 북클럽
[김영사/책증정] 일과 나 사이에 바로 서는 법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함께 읽기[김영사/책증정] 천만 직장인의 멘토 신수정의 <커넥팅>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구글은 어떻게 월드 클래스 조직을 만들었는가? <모닥불 타임> [김영사/책증정]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편집자와 함께 읽기
같이 연극 보고 원작 읽고
[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그믐연뮤클럽] 6. 우리 소중한 기억 속에 간직할 아름다운 청년, "태일"[그믐연뮤클럽] 5. 의심, 균열, 파국 x 추리소설과 연극무대가 함께 하는 "붉은 낙엽"[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
같이 그믐달 찾아요 🌜
자 다시 그믐달 사냥을 시작해 볼까? <오징어 게임> x <그믐달 사냥 게임> o <전생에 그믐달>
8월에도 셰익스피어의 작품 이어 낭독합니다
[그믐밤] 38.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4탄 <오셀로>[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그믐밤] 36.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2탄 <맥베스> [그믐밤] 35.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1탄 <햄릿>
🐷 꿀돼지님의 꿀같은 독서 기록들
은모든 장편소설 『애주가의 결심』(은행나무)최현숙 『할매의 탄생』(글항아리)조영주 소설·윤남윤 그림 『조선 궁궐 일본 요괴』(공출판사)서동원 장편소설 『눈물토끼가 떨어진 날』(한끼)
이디스 워튼의 책들, 지금 읽고 있습니다.
[그믐클래식 2025] 8월, 순수의 시대[휴머니스트 세계문학전집 읽기] 3. 석류의 씨
공 출판사의 '어떤' 시리즈
[도서 증정] 응원이 필요한 분들 모이세요. <어떤, 응원> 함께 읽어요.[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차무진 작가와 <어떤, 클래식>을 읽어 보아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렇게 더워도 되는 건가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5. <일인 분의 안락함>기후위기 얘기 좀 해요![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1. <화석 자본>무룡,한여름의 책읽기ㅡ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8월 7일(목) 오후 7시 30분 / 저자 배예람X클레이븐 동시 참여 라이브 채팅⭐
[텍스티] 텍스티의 히든카드🔥 『당신의 잘린, 손』같이 읽어요🫴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