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태양의 제국"(원작은 못 읽고 영화만 봤어요)에서 주인공 소년이 손전등으로 모르스 부호를 흉내 내던 장면이 기억 나요. 그리고 핵전쟁 이후를 그리는 옛날 영화 "그날이 오면"에서 시애틀에서 누군가 보내는 엉터리 모르스 부호를 받고 짐수함이 출동해서 확인하는 에피소드도요.

태양의 제국1941년 중국과 일본은 4년째 선전포고 없는 전쟁을 치루고 있었으며, 농촌 지역의 상당 부분과 여러 마을 및 도시를 일본군이 점령하여 통치하고 있었다. 상하이(Shanghai)에는 수 천 명의 서양인들이 국제거주에 관한 외교 조약의 보호 아래 생활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19세기에 영국인 이주가 행해진 이래로, 은행과 호텔과 사무실과 교회와 가옥을 지어, 마치 영국의 리버풀(Liverpool)이나 서리(Surrey)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소도시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파국의 날은 오고 있었다. 상하이 외곽에 배치된 일본군이 그들의 공격 신호가 될 진주만 기습의 소식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이 오면무대는 핵전쟁이 끝난 이후의 호주, 세계는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고, 그속에서도 인간의 애증과 갈등의 관계들은 여전하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 바로 어딘가에서 발신되는 모르스 신호를 추적해 가는 미해군 잠수함 승무원들의 모습이다. 그 신호는 분명히 방사능으로 전멸해버린 도시에서 나오고 있다. 혹시 그곳에 생존자가 있어서 그 신호를 발신하고 있다면, 인류의 생존가능성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마지막 기대를 가지고 그들은 출항한다. 방사능을 피해서 잠수 상태로 항해하여 육중한 보호복을 입고서 그들이 도달한 곳에는 사람의 흔적은 없고 모르스 발신기에 무언가가 걸려서 바람에 흔들리며 불규칙적인 신호를 내고 있었다. 텅빈 대도시에서 느껴지는 그 엄청난 무게의 절망감. 그 이상의 메시지가 어디 있을까? 라스트 씬은 어떤가? 잠수함의 승무원들은 모여서 논란을 벌인 끝에 결정을 내린다. 어차피 죽을거라면, 사랑하는 가족들이 숨진 고향에 가서 죽겠노라고. 그 '고향'을 향해 잠수함은 출항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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