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이 좋아서2> 김범 소설가와의 온라인 대화

D-29
안녕하세요, 소설 쓰는 김범입니다. 할매가 돌아왔다에 대해 함께 얘기 나누게 됨에 기쁜 마음입니다. 감사합니다.
아픈 소식 때문에 아직도 먹먹하고 멍한 상태이기 합니다만 어쨌든 제 소설 할매가 돌아왔다에 대한 독자분들과의 대화를 시작하게 되어 기분이 참 묘합니다. 할매가 돌아왔다는 꼭 10년 전 제 첫 장편소설이었습니다. 지금도 이 작품 탈고했을 때의 감동이 생생합니다. '아, 내가 마침내 장편을 썼구나!' 그 시절엔 그 감동으로 충분했는데 이 글이 정말 책이 되어 나오고 독자분들의 사랑을 받고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런 기회까지 얻게 되니 참 기쁘면서도 약간 두려운 마음입니다. 이런 특별한 기회를 제공해주신 그믐 여러분께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대화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저는 주로 오후에 활동합니다. 감사합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할매가 돌아왔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저희 할머니가 생각나는 소설이었어요. 제가 모르는 할머니의 과거는 어땠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요..! 어쩌면 정끝순 할머니와 같이 또 다른 폭력의 상처를 안고 계실 지 모르는 우리 할머니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릴리님 감사합니다 이 소설은 제 어린시절 아버지의 폭력 앞에서도 (상을 엎었지요) 유유히 금발의제니를 부르던 제 어머니, 그 이상한 부조화 때문에 각인된 장면 하나를 가지고 시작한 작품이랍니다 제 어머니와 정끝순여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인데도 글을 쓰는 내내 제 어머니를 생각하며 썼던 글입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할머니 중에 진한 사연 하나 없는 분은 없으실듯. 그만큼 우리 지난 세월이 고달팠고 그 시린 세월 앞에서 여성들이 제일 많은 상처를 받은것 같습니다 좋은 시절에 남자로 태어난 게 참 미안합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 할매가돌아왔다 너무재밌게읽어서 작가님께 질문사항이있어서 남겨드립니다 혹시 제목을 할매가돌아왔다라고 지으셨는데 혹시 제목을짓기전에 후보제목들이 있었을까요?그리고 이책을 완결이되고 출간이되셨을때 어떠한 감정이 드셨는지 짧게소감부탁드려요ㅎㅎ
브릴란떼님 감사합니다 릴리님 이후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아서 당황했는데 이렇게 할매를 궁금해해주시니 정말 반갑고 고맙습니다 할매는 모 장편문학상에 '금발의제니'란 제목으로 응모해 최종심에서 탈락한 작품이었습니다 제 작품을 눈여겨본 한 젊은 편집자의 노력으로 응모에 탈락했음에도 세상에 나올수 있었던 이야기랍니다 금발의제니는 이미 책이 나와있어서 제목을 바꾸기로 했는데 어떤 제목이 좋을까 고민할때 위에 언급한 젊은 편집자가 할매가 돌아왔다를 추천해서 이 제목으로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일단 정하고보니 이 이야기에 그야말로 어울리는 제목이 아닌가 해서 저는 만족했습니다
친절한 답변감사합니다 혹시 추가질문을 더드리자면 저 또한 소설및 에세이에 관심이매우많습니다 혹시 작가님은 어떠한곳에서 주로 영감을 얻으시는지요?? 차기작도 매우 기대가 큽니다!!^^
중학생때 처음 글을 쓰고 싶다 생각했으니 제게 소설은 참 오래된 꿈이었답니다 글을 쓰자 결심하는데 수십년이 걸렸고 이른바 등단고시에 또 8년, 그리고 등단 후 또 3년만인 2012년에 비로소 제 글이 책이 되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가족을 비롯한 제 주변 모든 이들이 그때 소감을 물었는데 저는 괜히 온갖 폼을 잡으며 그냥 그런 척 했었지만 사실은 처음 나온 책을 가슴에 품고 아들 방에 들어가 문을 꼭 닫고 펄쩍 펄쩍 뛰며 정신없이 웃었습니다 평생을 사랑한 여인과 함께 한 기분이랄까요? 그 때의 기쁨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우와 작가님 그렇게 오랜 시간 끝에 첫 책을 출간하셨다니 정말 <할매가 돌아왔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실 것 같아요! 저는 이 책을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작가님이 중년 남성이시면서 이렇게 '제니 할머니'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여성을 향한 폭력을 말하셨다는 게 더욱 대단하고 의미있는 것 같아요! 혹시 작품을 쓰시면서 어렵거나 힘드셨던 부분은 없으셨을까요? 개인적으로 궁금합니다! (이 방에 더 자주 들어오고 싶은데 일에 치여 그러지 못하는 게 많이 아쉽네요ㅜㅜ)
릴리님 반갑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또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일 다하시고 편할때 놀러오세요 괜찮습니다 ㅎㅎㅎ 아무래도 중년 사내, 그것도 약간 꼰대이다보니 여성 심리를 그리거나 대사를 쓸 때 힘들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 친구분들과 자주 어울려서 정끝순 여사나 할머니 마음을 묘사하는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지만 젊은 여성 그러니까 동주 현애 상희를 그리는데 애를 많이 끓였습니다 지금 읽어봐도 젊은 여성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요 ㅠ 젊은 세대와 더욱 더 많이 소통해서 다음 책을 쓸때는 아 마초가 썼구나 소리는 듣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만 동석만큼은, 딱 저를 꼭 빼닮은 동석만큼은 자연스럽게 그려냈다고 자부합니다
오 작가님께는 확실히 젊은 여성 캐릭터를 표현하는 게 어려움이셨을 수 있겠네요..! 이렇게 이야기를 들으니까 작품이 또 다르게 보이는 것 같아요!ㅎㅎㅎ 그리고 작가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동석은 진짜 읽으면서도 '작가님 본인을 이입하셨나?'싶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느껴졌어요 ㅎㅎㅎ 작가님도 그렇게 생각하신다니 왠지 신기하네요!
글쟁이가 되기로 결심한건 첫째 제가 그 무엇보다도 읽고 쓰는걸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엔 글을 잘 쓰는 재주꾼보다 쓰는걸 좋아하는 사람이 글쟁이가 되는게 아닌가 합니다 둘째는 오랜 세월 살면서 깨달은 유일한 진리가 바로 모든 사람은 특별하며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은 약자들 낙오자들 낮은곳에 사는 이들을 존중하지 않았습니다 폭력으로 누르지요 제가 바로 약자였고 낙오자였고 낮은 곳에 주소지를 두었기에 싸움은 못해도 고함은 쳐야되겠다고 마음먹고 뭉툭한 펜을 들었습니다
'모든 사람은 특별하며 소중하다.'라는 말 정말 멋져요. 싸움은 못해도 고함은 쳐야되겠다는 말도요..! 작가님의 진심이 느껴져서 그런가 마음에 울림이 있네요. 요즘 들어서 많이 느끼는 건 누구나 한 부분씩은 약자인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에요. 사회에서 강자인 사람도 가정에선 약자가 되기도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약자인 사람이 밖에서는 강자가 되기도 하고...! 삶이 복잡한 만큼 세상에 메시지를 던지는 역할이신 작가님의 고민도 깊지 않으실까.. 감히 예측해 봅니다. 혹시 특별히 써보고 싶은 또 다른 약자의 이야기가 있으실까요? 꼭 다음 작품이 아니어도 언제든지요!ㅎㅎ
릴리님 반갑습니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작품 중 초밥집 에피소드는 실제로 제 얘기였습니다 ㅎㅎㅎ 제가 좀 단순한 사람이라서 먹을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답니다 그리고 동석 아버지인 달수가 동석에게 진지하게 넌 벌레다 라고 디스하는것도 실제로 제가 아버지에게 종종 당하던 장면이었답니다 아버지는 2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가실때는 저와 화해를 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보내드렸습니다 매번 욕만 하시고 모욕만 주시던 아버지가 참 그립습니다 더 심한 욕을 해도 좋으니 조금 더 제곁에 계셨더라면... 아 그리고 저는 지금도 노원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작가님ㅠㅠ 댓글에서 아버님을 향한 사랑이 많이 묻어나오네요...ㅠㅠ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좋은 곳에서 평안히 쉬고 계시기를 바랍니다. 작가님께서 아버님을 많이 사랑하신다는 걸 아마 아셨을 거에요...!
맞습니다 소설 공부를 할때만 해도 강자와 약자가 비교적 선명했는데요 그래서 다른 작품에서 비슷한 얘기를 썼었는데요 한 6년 정도 다른 일을 하다가 돌아와 다시 작품을 쓰려하니 그 짧은 시간에 우리나라가 참 많이 변했다는 걸 느꼈습니다 좋게 보면 세상이 많이 착해졌고 삐딱하게 보자면 매우 복잡해진것 같아요 릴리님 말씀대로 한 인간이 강자와 약자 역할을 동시에 하게 되는 경우를 왕왕 보게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세상엔 낙오자와 약자와 낮은 곳 주민이 넘쳐나네요 그래서 저는 또 쓰기를 시작했는데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건 잘못되었다고 악을 쓰기보단 슬픔을 따듯하게 안아주는 가슴을 써야되겠다 이런 생각입니다
최근엔 불편한 편의점의 독고에게 푹 빠져지내고 있습니다 소재는 완전히 다르겠지만 삶에 위태롭게 매달려 희망을 잃은 수많은 독고 중 한 사내의 얘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우와 작가님 다음 글이 정말 기대돼요! 작가님이 쓰시는 '슬픔을 따듯하게 안아주는 가슴'은 어떨까 많이 궁금해집니다. 창작하시는 과정이 쉽지 않으시겠지만 작가님의 글을 기다리는 독자들을 위해서 열심히 힘내주세요!!!ㅎㅎㅎㅎㅎ 기다리고 있습니다!ㅎㅎㅎㅎㅎ
주인공의 아버지를 보면서 아주버님이 생각나네요.. 본인이 진보라고 말로는 하면서 하는 행동이나 기본 생각 자체가 완전 보수적인 꼰대여서.. '원래 여자는..' '남자는..' 등 본인의 가부장적 사고방식을 딸들과 부인에게 심는 모습이나 남들의 불의에는 눈에 불을 켜지만 본인은 탈세하거나 규칙을 안 지켜도 되고 다른 사람들 상속받은 건 욕하면서 본인이 부모님한테 받은 아파트나 낙하산으로 들어간 직장은 당연시하고.. 쓰레기나 디젤 엔진 등 환경문제에 눈을 감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많이 봐서 말로만 '진보'인 척하는 그저 기존과 다른 이름만 가진 보수일 뿐이고.. 지금은 딸들이 어려서 그냥 가만히있지만.. 강자와 약자가 뒤바뀌는 시기가 머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도 집안에서는 가장이라고 하지만 밖에 나가면 무시받는 게 싫어서 집안모임에도 동창회에도 잘 안 나가는 게 보이는데.. 반대로 부인인 형님은 집에서는 시댁과 남편 앞에서 제대로 주장을 못 펴지만 밖에 나가면 매우 사교적이 되죠.. 그 대조되는 모습이 안쓰럽기는 하지만 본인들이 뿌린 씨앗인 것 같습니다. 같은 집안에서 자랐지만 저희 남편은 완전 다른 성격이고 그런 형을 잘 이해 못해서 자주 싸우고 전 그냥 소설 속 할아버지나 아버지를 무시하듯 그냥 무시합니다..;;
borumis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자신은 진보인척 하는데 하는 짓은 완전 꼰대인 분이 집안에 있는가봅니다 흥분은 가라앉히시고 ㅎㅎㅎ 사실 제 주변엔 그런 분들이 의외로 많답니다 아마도 오랜 시간 우리나라를 지배한 가부장제의 영향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세상엔 보수와 진보라는 양날개가 다 필요하다고 믿는 회색분자인데요 ㅎㅎㅎ 문제는 정치색이 아니라 본래 유학에도 없는 가짜 유교, 바로 여성을 차별하고 가난한 이를 차별하고 못배운 이를 차별하는, 정확하게는 자신보다 힘이 강한 이에겐 고개를 숙이고 조금이라도 약한 이에겐 괜히 어설픈 주먹질하는 못난 본성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얼마나 못나면 상대적으로 뼈대가 좀 굵다고 젠더가지고 뽐내겠습니까?
머리가 컸다고 제 엄마에게 빡빡 대드는 아들에게 아비란 작자가 '야 네 엄마는 여자잖아'라고 했던 걸 들은 기억이 납니다 어처구니가 없는 일인데 불행하게도 제가 성장하던 시절엔 종종 일어났던 일이랍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세상이 참 좋습니다 적어도 이런 못난이들이 대놓고 설치진 못하는 사회가 된 게 참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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