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① <위대한 유산>

D-29
자기 집을 창피해한다는 건 몹시 비참한 일이다. 그런 일엔 흉악한 배은망덕이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에 따른 벌이 인과응보로 당연히 주어질지도 모른다
나는 획득한 지식은 무엇이든 조에게 전해 주려고 애썼다. 그런데 이 문장만 놓고 본다면 너무 그럴듯하게 들리니 양심상 좀 더 설명을 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 나는 조를 덜 무식하고 덜 비천한 사람으로 만들어서 나와 어울릴 만큼 더 자격을 갖추고 에스텔라에게도 망신을 덜 당하게끔 만들고 싶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생각이 깊어지는 부분은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가족 조에게 가지는 핍의 감정입니다 핍의 이 감정은 찰스 디킨즈가 자신의 집에 대한 감정었을까요?? 최고의 작가로 성공한 자리에 올라간 디킨즈에게 과거의 모습과 가족들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20년에 돌아가신 아빠가 살짝 떠오르는 지점들이 있는거 같네요 예전에 저도 건강 때문에 직장없이 집에 계시던 아빠의 존재에서 그 때 핍과 같은 감정을 느꼈던 적이 있었던거 같아 후회되고 미안함만 남네요~~
「이리 와! 원한다면 내게 입맞춤을 해도 좋아.」 그녀가 내게 뺨을 내밀자 나는 거기에 입을 맞추었다. 나는 그녀의 뺨에 입맞춤만 할 수 있다면 기꺼이 엄청난 대가를 치렀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때 나는 그 입맞춤이 거칠고 비천한 꼬마에게 동전 한 닢처럼 주어진 것이며 아무런 가치도 없다고 느꼈다.
그녀는 내 대답을 탐욕스럽게 즐기곤 했다. 또한 우리가 카드놀이를 하고 있으면 미스 해비셤은 에스텔라의 기분이 어떻든 간에 그 모습을 욕심 사납게 만끽하며 지켜보았다.
「넌 내 자랑이자 희망이다. 그들의 가슴을 터지게 만들어. 그들의 가슴을 터지게 만들라고. 인정사정 볼 것 없어!」
위대한 유산 찰스 디킨스 지음, 북트랜스 옮김
정말이지 미스 헤비셤과 에스텔라같은 사람들이 주변에 없기만 바라게 되네요~ 그럼에도 이들에게 정신없이 끌리는 핍의 감정은 어떤것인지 궁금해집니다
「그래, 무슨 일로 왔느냐?」 「전갈을 들었습니다, 미스 해비셤.」 다소 당황하여 내가 말했다. 「고맙게도 미스 해비셤께서 제가 이곳으로 찾아오기를 바라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곧장 온 것입니다.」 「그런 거야?」 그때 내가 본 적이 없는 숙녀가 눈길을 들어 올리며 깔보듯 나를 쳐다보았다. 순간 나는 그 눈이 에스텔라의 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 변했고 너무 아름다워졌고 너무 여성스러워졌으며, 찬탄을 자아내는 온갖 면에 있어 너무 놀랍게 발전되어 있었다. 그녀의 모습에 비하면 나는 나아진 구석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무기력하게 내가 다시 옛날의 그 상스럽고 비천한 소년으로 슬며시 되돌아간 것 같았다. 아아, 그 순간 나를 엄습해 온 그 거리감과 괴리감, 그리고 그녀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범접할 수 없는 느낌이라니!
핍을 보고 있으면 디킨스도 이런 감정이 든 적이 있었을까?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에스텔라같은 여성이 디킨즈 주변에 있었을까 상상을 하게 되네요^^
핍을 보고 있으면 100년전 인물인데도 참 동질감이 느껴지는 모습들이 많이 보여 신기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층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가고 싶어하는 욕망들이 현대인의 모습을 보는 듯 합니다 그런데 이당시 빅토리아 시대에는 대장장이의 신분에서 위로 올라갈 수가 있었나봐요?? 디킨즈도 실제 귀족집안 출신은 아니라고 하는데 계층간 이동이 가능했는지 궁금하네요 이러한 사회모습은 자유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이를 획득하지 못한 순간 상대적 박탈감이나 좌절감도 커질텐데, 당시 핍과 같이 욕망과 좌절을 자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는지도 궁금해집니다
앞부분은 다 기억나는 거 같다고 적은 말은 취소해야겠습니다. 11장에서 어린 신사와 싸우는 장면은 전혀 기억이 안 나네요. 문득 영화 <파이트클럽>을 떠올렸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20장까지 잘 읽으셨나요? 이번에는 좀 더 속도를 내서 이번 주 일요일까지 30장을 목표로 달려보죠. 이번에 여러 가지 의견을 주셨는데요. 거기서 "신사"라는 개념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겠습니다. 핍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후원자는 신사에 집착하고 있고. 소설 곳곳에서 신사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빅토리아 시대 신사는 조선시대 양반과는 상당히 다른 개념입니다. 양반은 타고 나야 했지만(물론 나중엔 족보를 돈으로 사서 아무나 양반이 되는 시기가 오지만), 신사는 부자가 되면 될 수 있는 비교적 유연성이 있는 개념이었습니다. 신사의 유래는 원래 귀족 계급의 차남이라는 자리에서 비롯됐습니다. 영국은 장자 상속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서 귀족 가문에서는 거의 모든 유산을 장자에게 몰아줍니다. 여기서 유산이란 대체로 토지를 뜻합니다. 가장인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장자가 유산을 다 물려받기 때문에 어머니와 여자 형제들 그리고 차남과 나머지 남자 형제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유산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런 가족들을 배려해 현금이나 유동성 자산을 나머지 가족들에게 물려주는 가장도 있었지만, 대체로 장남에게 의지해야 했죠. 그래서 장남이 작위와 땅을 물려받은 반면 차남부터는 지참금을 두둑하게 가져오는 신붓감과 결혼하거나 일을 해서 먹고 살아야 했습니다. 대체로 교구 목사나 군인이나 식민지 관리를 했죠. 여기서 귀족 밑의 차남들과 같은 지위를 신사라고 칭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신사의 개념은 점점 확대돼서 나중엔 경제적으로 유복하고 좋은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그에 걸맞은 품위와 매너를 지닌 사람을 신사라고 했습니다. 그러다 나중엔 사업에 성공하면 무조건 신사가 되는 시대가 왔죠. 그런 예 중 하나가 <폭풍의 언덕>에 나오는 히스클리프입니다. 집안의 업둥이이자 천덕꾸러기인 히스클리프가 의문의 방법으로 돈을 번 후 신사가 되는 장면이 소설에 나와요. 그렇듯 핍 역시 정체 모를 은인의 후원을 받아 교육을 받고 부자가 되어 마음껏 사치를 누리며 신사가 되는 과정을 밟게 된 겁니다. 다만 디킨스가 이 소설에서 묘사하는 진정한 신사의 모습이 어떤 건지는 끝까지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럼 즐독하세요!
와! 신사에 관한 역사적 흐름적 정리 너무 감사합니다~ ^^우리나라의 양반이나 유럽의 공작, 백작 같은 작위와는 또다른 개념이군요~ 왠지 19세기와 20세기 부르주아와 비슷한 느낌인거 같구요 느낌상 부르주아 자본가 계급+품위와 매너 정도로 신사를 이해하면 될까 싶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드는 생각은 요즘은 자본주의시대지만 자본에 '품위, 매너, 인성'이 빠진다면 언제든 사라질 모래성이 아닌가 싶더라구요~~
'신사'라는 신분이 어떤 위치였는지를 재단사 트랩 씨와 친척 펌블슈크 씨의 태도 변화에서 아주 극명하게 보여주네요. 핍이 유산을 상속받았다는 말을 하자마자 트랩 씨의 어투와 자세는 돌변하고, 미스 해비샴을 만나러가게 해주고, 핍이 도제가 되는 걸 중재해 줄때까지만해도 권위적이던 펌블슈크 씨의 태도는 핍이 런던으로 떠나기 전에 만났을 때는 180도로 바뀌죠. 그러고보면 영국의 '신사'는 돈에 신분을 매겨주는 아주 편리한 방법이었네요. 그런데 그들에게도 돈으로 못사는, 타고 나야만 하는 '귀족' 타이틀은 넘사벽이었고요.
네,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평소 고전소설 읽을 때마다 번역체 특유의 낯섦에 같은 문장도 몇 번을 다시 읽으며 버벅거릴 때가 많았는데, 이 책은 정말 술술 읽혀요. 각 캐릭터마다 저마다의 고유함을 강렬하게 내뿜는 것도 흥미롭고요. '신사'에 대해 이토록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작가님의 설명을 읽으니 전에 봤던 영국 영화들이 생각나기도 해요. 그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면서 봤던 예의범절 교육과 교양, 기품 같은 것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네요. 그리고 등장인물 중에 '신사'라는 개념과 대조적인 인물이 '조'가 아닐까 싶었는데요. 촌스럽고, 투박하고, 어수룩한 모습으로 묘사되지만 저는 '조'라는 인물이 가장 좋았어요(지금 읽은 부분까지는 그렇습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인간적이며 정신이 맑은 어른 같았아요. 남은 기간도 부지런히 읽겠습니다.
저도 연해님 말에 동감합니다 저도 번역체 특유의 낯설음 때문에 벽돌책이라는 분량과 함께 고전소설에 쉬이 접근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물론 시대적 특징 때문에 공감이 가지않는 상황들도 있지만요~~^^;; 하지만 이번 책은 좀 술술 익히는 펀이라 약간 자신감을 장착했네요~~ ㅎㅎ 저도 아직까지는 조가 가장 마음에 가는 인물인데 어떤 반전없이 마지막까지 응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요새 격무에 시달리다가 이제서야 읽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페이지가 금방 넘어가네요. 언능 따라가 보겠습니다.
술술 읽히는 통에 저는 마지막까지 다 읽고 말았습니다. 반전이 없는 소설일 줄 알았는데, 나름의 반전이 후반부에 나오네요. 매력적인 캐릭터도 있고(여기서 말하면 왠지 스포일러가 되는 것같아 자제할게요), 또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적으로 얄미운 캐릭터도 있고, 암튼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잘 읽을 수 있었어요. 모두 다 읽은 후 인물에 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을 때 함께 인물 한 명 한 명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재미있을 것같다는 생각을 하며, 저는 다음 책 시작할 때까지 다른 작가님들 책 읽으며 기다리겠습니다. 이참에 영화도 봐야겠어요 :)
<위대한 유산>에 약간의 반전이 있다니!! 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아직 70%정도만 읽은 중이라 궁금합니다 완독 후 작가님께 매력적이었던 인물도 누구였을까 궁금해지네요~^^
30장까지 읽었습니다:) 여기까지 읽고 감히 추측해보건대... 핍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사람은 처음에 공동묘지에서 만났던 탈옥수가 아닐까요...?? 아니면 좀 뜬금없지만 변호사 사무실 직원 웨믹 씨?? 어딘가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에요. 결말을 아시는 분들은 웃으실 것 같은데~ 저도 나중에 결말을 알고 이 댓글을 다시 보면 웃을 수 있을것 같아 용기내어 남깁니다! ㅋㅋㅋ 에스텔러에게 출생의 비밀(?)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재거스와는 무슨 관계일지... 호오오옥시 재거스가 에스텔러 아빠...??? ㅎㅎㅎㅎㅎ 개인적으로 새로 깨달은 게 있습니다. 연재소설의 특징 때문인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선 일어나는 모든 일과 서술되는 모든 묘사를 굳이 하나의 “떡밥”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평소 추리/수사물을 즐겨 읽는데, 그 습관 때문인지 모든 문장 하나하나가 다 중요한 단서인 양 깊이 생각하고 의미부여하면서 읽었던 것 같습니다. 이전에 나왔던 핍 나이 문제에서 봤던 것처럼, 그렇게까지 촘촘하고 탄탄하게 잘 짜여지진 않았을 수 있겠다 싶네요. 물론 이 부분도 완독 후에는 생각이 바뀔 수 있겠지만 말이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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