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해의 장르살롱] 18. 이것은 유익한 안내서다

D-29
이렇게 미스터리 팬이 된다...
독자가 자신의 미스터리를 읽고 자신의 책임에 대해 환기한다면 미스터리는 단순한 법정이 아니라, 법정에 이르는 과정의 고유한 세계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고유함은 단순한 법리적 단서나 범행의 재구성만을 위해 존재하는 방 탈출 게임의 세계와 구별된다.
이것은 유해한 장르다 - 미스터리는 어떻게 힙한 장르가 되었나 p.163, 박인성 지음
저는 오늘 구포 지역 주민들에게 제 책 <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를 이야기하는 시간이 하필 라이브채팅 시간과 겹치고 말았습니다. 참석을 못하게 되어 민망합니다. 책도 조금씩 읽으며 감상 남기려 했는데, 그것도 제대로 못하고 말았네요. 여러모로 민망합니다... 흑흑.
아... 아쉽지만 ㅎㅎㅎ 라이브 채팅 끝나고 나서 리뷰 더 올려주셔도 됩니다. 일요일까진 열려 있어요 ^^
매력적인 미스터리는 불가피하게 아이러니를 발생시킨다. 범죄자에게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그들을 높은 수준에서 이해한다.
이것은 유해한 장르다 - 미스터리는 어떻게 힙한 장르가 되었나 p.165, 박인성 지음
이 문장이 와닿았습니다. 범죄의 정도가 강하든 약하든 범죄자 캐릭터 자체가 시시하게 연출되면 아무래도 그 이야기에 확 몰입되진 않더라구요. 주인공이 목숨을 걸고 쫓아다녀야 할 빌런이 나올 때 매력적인 미스터리가 가능한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매력적인 미스터리는 아이러니를 발생시킨다'라는 문장이 잘 이해갔습니다.
저도 이 문장이 와닿았답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박인성 평론가님께 질문. 한국 추리작가/추리물이 가진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라 보십니까? 한국에서 이런 걸 시도해 보면 좋을텐데... 라고 생각했던 스타일이 있으셨다면? 그리고... 한국 추리작가님들 중 현재 눈여겨 보시는 분이 있으신지도...
제 책에서 은연중에 강조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한국 미스터리의 힘은 '사연의 세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단한 트릭이나 설정보다 저는 범죄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인물들의 세계의 깊이와 내면의 설득력이 한국 미스터리의 강점이고, 더 나아가 '한국적 이야기'의 포괄적인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한국적 이야기는 사회구조에 의해서 억압된 개인들의 시련으로 구체화된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멜로드라마'라는 이야기 양식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멜로드라마와 미스터리, 전혀 짝이 안맞을것 같은 이야기 양식들이 의외로 한국적 미스터리에서는 효과적인 시너지를 낸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기대하는 부분은 역사 미스터리일 겁니다만, 아쉽게도 제대로 된 한국 역사 미스터리르 손에 꼽기는 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책에서 썼듯이 역사+미스터리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역사를 관통하는 미스터리가 요구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눈여겨보는 작가는 무경작가님 ㅋㅋ 그리고 박소해 작가님까지.. 일단 언급하겠습니다. ㅎㅎ
하하 답변에서 마지막 줄은 호옥시 저랑 무경 작가님이 이 살롱에 ‘현재 참여’하고 있어서 살짝 서비스 멘트일 수도 있겠다는... ;;;;;; 그러나 어떠한 의도이든 박 평론가님이 두 명의 작가에게 보내는 응원에 감읍하고 감사합니다!
한국 미스터리의 멜로드라마적 요소에 대한 글 정말 인상 깊게 읽었어요. 이 글을 읽고나니 그간 제가 미드와 한드를 보고 나서 다르게 느꼈던 감상이 이해가 되었어요!
안녕하세요 고수희입니다. 저 미스터리 장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시작했어요. 저는 책보다 먼저 평론가님을 뵈었는데 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평론가님께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판타지, SF는 분명한 이세계인데 미스터리는 현실이잖아요? 근데 현실과는 좀 달라요. 그리고 현실인 내용이 어떻게 장르(저는 장르가 현실과는 다른 배경, 세계관을 가진 이야기라는 모호한 개념을 갖고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러고 보니 로맨스도 현실배경인데 장르네요)가 되죠?” 였어요. 평론가님은 어설픈 제 질문의 뉘앙스를 정확히 읽으시고, “미스터리도 현실의 형태로 다른 세계를 만든 것”이라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저는 이렇게 이해했습니다.) 말씀을 듣고 가장 현실적으로 보이며 논리정연하면서도 가장 ‘거짓말 같은’ 미스터리라는 이해할 수 없는 장르에 좀 눈이 떠졌습니다. 1. 서문의 내용. 유해함을 고발하고 무해함을 증명하는 시대에 대해 굉장히 공감했습니다. 사람들이 이유없는 서로에 대한 비난은 일부 자신의 무해함 정담함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자신이 무해하기 위해서 타인을 가해자로 만들고야 마는, 혹은 여기까지 '선함'에 몰린 현대의 대중들에 대한 시의 적절한 사유가 인상 깊었어요. 타인과의 접촉과 교류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을 침습침해로 여기며 예민하게 고통스러워하는 종류의 사람들(저자신 포함)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면서 이렇게 글로 확인함으로서 다른 방향으로 더 낫게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라고 할만한 것이 없다는 사실만이 있다’는 어디서 주워들은 (아마도 불경?) 우리는 서로 비슷한데 어째서 이토록 서로를 못 견뎌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들고요 (인간은 서로에게 불쾌한 골짜기인 걸까요?) 본문을 읽으면서 계속 이런 무해함을 주장하는 시대에 미스터리가 알려주는 유해한 사건과 사고, 위험, 갈등의 해결등을 통해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것이 미스터리 장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미스터리는 어떤 장르보다 다양하고 다채로운 사람들의 냄새가 진한 장르라는 느낌도 들었어요. 그간 매력적인 캐릭터와 자극적인 사건과 장면, 트릭에 홀려서 큰 형태를 보지 못했던 거 같아요 <이유장>에는 제가 그간 미스터리에 대해서 이해하고 싶었던 모든 기초적인 지식들, 어리둥절한 도상들 편협해 보이던 인물 코드등들이 책의 내용에 아주 세밀하게 채집되어 정돈되어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편집을 좀 더 자기개발서/교과서 풍으로 여백을 주고 임팩트와 서머리 등등의 효과를 사용했으면 더 읽기 좋았을 거 같아요) 책을 훼손하는 거 싫어하는데 밑줄 그으면서 보고 단어와 도표를 다시 그리고 싶었어요. 미스터리나 누아르 장르인줄도 모르고 보았던 작품들을 기억해 내고 (예제된 작품들이 너무 흥미로웠고 친숙한 것들도 있어서 미스터리 장르 도입의 밀당이 아주 좋았습니다) 미스터리를 읽으면서 좀 멀게 느꼈던거 이해하기 어렵거나 지루했던 수수께끼, 전형, 트릭, 낡은것, 새로운 것들을 다시 정돈해 보는 것이 특히 좋았습니다. 제가 느꼈던 미스터리 탐정의 섹시함은 당연한 코드였고(그래서 주인공이 맘에 안들면 정말로정말로 첫장부터 덮게 되더라구요) 여성 미스터리가 편안하고 즐겼던 거 (딸기 쇼트케이크 살인 사건 시리즈 / 조앤 플루크), 미치게 열광했던 영화 차이나타운(김혜수), 인물들이 전무 매혹적이고 사건의 잔인함과 여성 제물에 특화됨에도 불편하지 않았던 밀레니엄 시리즈(3권까지만, 원 작가가 자연스럽게 인물을 써내려가는 것과는 달리 인물의 껍데기를 다른 작가가 계속 의식ㅎ가면서 스는 것은 몹시 불편하고, 그 인물이 아닌 군더더기들이 너무 껄끄러워서 더 읽지 못했어요) 이유도 없이 잠시 매혹되었던 해리 훌레/스노우맨 (섹시함에 고팠던거 같아요) 등등의 연유가 확 밝아졌어요. 미스터리라는 장르 전체를 차례로 훑으며 호기심, 상상력, 자극, 수수께끼, 트릭, 역사, 문화, 사회, 법정, 탐정, SF, 뇌과학, 범죄심리등의 다양한 내용을 밀도 있게 다루면서 자칫 인간혐오에 빠지게 되기 쉬운 미스터리 장르의 특성 (네 저는 그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을 독과 약이라는 표현으로 정확히 정리하시면서 사람으로서 추구해야할 방향성과 가치들에 평론가로서 매 순간 빛을 밝히고 있는 문장들이 좋았습니다. 일단 요기까지 쓰고 다른 분들의 의견을 읽어보고 제가 모르는 것들을 배우고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겠습니다.
라이브 채팅 전에 이런 긴-긴- 글 너무 좋잖아요. 평론가님 만나신 일이나 책에 대한 생각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따가 라이브 채팅에도 오시는 거죠? :-)
<‘가장 거짓말 같은‘ 미스터리라는 장르> 부분을 읽으며 미스터리 장르는 ‘가장 거짓말 같은 현실적인 장르‘일지 모르겠단 생각이 드네요. 인상 깊은 리뷰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케터님 반갑습니다. 귀한 금요일밤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우앗 감사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Q.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가장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는 작품 중 하나를 꼽으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세상에 "The 미스터리"라는게 존재한다면 역시 셜록 홈즈 시리즈겠지요? 그리고 아가사 크리스티를 읽어나가는게 지극히 정석적으로 생각합니다. 아직도 중학생때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을 읽었을 때의 충격이 생생합니다. 결국에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맥락에서 재밌는 작품과, 맥락을 벗어나서도 재밌는 작품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스터리 고전들은 미스터리 장르의 맥락을 벗어나도 재밌는 경우들이 있습니다만, 현대적인 작품들을 읽게될때 우리가 너무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대한 저마다의 이미지에 갇혀 읽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아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때로는 독자의 두뇌를 오히려 이완시켜주는 형태의 미스터리를 선호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Q. 중요하거나 대단한 질문은 아니지만...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고찰하는 작품을 쓰게 된 계기가 있는지, 다른 장르로는 비슷한 책을 쓸 생각은 없으신지 궁금합니ㄷㅏ..ㅎ
미스터리 장르를 특별히 먼저 써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고, 그저 기회가 먼저 닿았기 때문에 미스터리 책이 먼저 나오기는 했습니다만 저는 포괄적으로 여러 장르에 대한 관심이 거의 동등하게 존재합니다. SF 비평은 꽤 오래 써오기도 했고 가능하다면 별도로 묶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번 책처럼 주제가 잘 꿰어지지는 않아서 좀 더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이외에도 저는 매체와 장르론을 사회적 이야기로 엮어내는 것에 관심이 많다보니까 문화콘텐츠와 '마스터플롯'에 대한 개념을 적극적으로 이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도 계간 미스터리에서 지금 진행 중인 연재가 끝나면 마스터플롯을 중심으로 하는 장르론을 좀 더 확장해서 연재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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