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가을] 『냉담』 함께 읽기

D-29
눈을 뜨면서 방금 꾼 게 오래전 여러 밤에 걸친 꿈들의 연장선상임을 알아챘다. 이윽고 지난 밤들에서 해방되었음을, 이 꿈 하나로 모두 완결되었음을 깨달았다.
냉담 p24., 김갑용 지음
꿈 속의 분절된 듯한 에피소드들이 실은 다 연장되고 있었다는 깨달음, 마치 소설 같네요. 이상한 포인트에서 연결되고, 이어지는 꿈의 속성들,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첫 구간 잘 읽으셨나요? 어떠셨어요? 다들 어떻게 읽으셨는지 너무 궁금해요. 과연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녀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나는 과거 도서관에서 무슨 일을 벌였던 걸까요? 기타 등등..
저는 남자는 나름 큰 금액이 품에 있고. 여자는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고 단아한 옷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그리고 새벽이 되서 호텔로 데려간다.. 이게 도데체 무슨 상황이고 누구일까 싶더라고요. 같이 살게된 이후에도 각자의 정체에 대해서 여전히 미지수이고요.. 그런데 같이 사는 사람 가족이나 친구나 등등. 정말 그 사람에 대해 잘 알긴 하는 걸까..그런 생각을 해보니. 가족이라 해도 각자가 정말 회사에서 학교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누구와 친한지 오늘 어떤일이 있었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정말 모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두 번째 구간입니다. 일요일과 월요일 이틀 동안 ‘일에 관하여’ ‘꿈의 기다림’ ‘층계참에의 연루’를 읽는 일정인데요. ‘일’과 ‘꿈’과 ‘연루’라는 키워드에 주의를 기울이며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 세 단어가 이어지며 만들어내는 어떤 정서 같은 것. 앞서 조부의 장례식을 통해 등장했던 ‘죽음’이 “죽음! 절대적인 죽음! 결단코! 죽음!”이라는 문장의 형태로 반복되어 언급된다는 사실도 흥미롭네요. (약간의 스포일러를 하자면 ‘죽음’은 앞으로도 소설을 통해 계속해서 변주되며 등장한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의 슬픔은 정말이지 태생적이다”라는 부분이 깊이 와닿았는데요. 마스크를 쓴 동료 직원들의 모습을 언급하는 지점에서는 지난 3년 동안의 팬데믹이 순간 아주 오래전 일처럼 느껴져서 무척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층계참에서 생활하던 화제에게 보건 당국에게 동선을 추궁하는 부분도 아, 그런 일들이 있었지, 하며 너무나 긴박하고 특수했던 그 시절이 마치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살아가고 있는 오늘의 제가 새삼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네요. 그렇지 않나요? 3년은 갓 중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고등학생이 되는, 전혀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마치 그것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생경하게 다가온다는 게 좀 이상하고 신기하더라고요.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우리 모두 겪었던 여러 의미에서 특별했던 그 시기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소설의 부분을 읽으며 어떤 생각들이 떠올랐는지, 설령 그것이 소설의 내용과는 별 상관 없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무척 궁금해요. 어떤 구절들에 밑줄을 그었는지도요. 참고로 저는 너무 많은 문장들에 밑줄을 그어 여기에 옮기기 힘들 정도랍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견디지 못하는 대상은 회사가 아니라 자유다.
냉담 50p-51p, 김갑용 지음
그렇게 듣기 두려워한 그 말이 마스크로 가려졌을 입에서 발설되는 일은 없었다.
냉담 79p, 김갑용 지음
누구를 더는 미원하기 지친 그때 슬픔이 찾아온다. 사무실 일은 슬프다. 모든 일이 그렇다.(…)일의 슬픔은 정말이지 태생적이다.
냉담 p.49, 김갑용 지음
책상에 앉아 온종일 일하는 사람이란 책상 아래에 종일 엉덩이가 못 박힌 사람이다. 상체가 지상에 머무를지언정 나는 엄연히 지하에 속한 사람이다.
냉담 p.68, 김갑용 지음
당신은 대로를 걷는 사람이 아니며, 한가운데로 걷는 자들을 혐오하고, 쥐새끼처럼 되는 한 벽에 바짝 붙어 도망 다닙니다.(…)당신은 빛을 알지 못하는 사람같이 구는군요.
냉담 p.71, 김갑용 지음
[두 번째 구간] 꿈에서 혼수상태였던 나가 가장으로서 근사하게 한 행동이 여동생을 때린 남동생의 오른팔을 '대번에' 부러뜨린 후 근심이 없는 전형적인 화목을 찾는 대목(p.63)이 인상적이었어요. 첫 번째 구간에서 장례를 마치고 귀가한 나가 누구와 이야기를 나눠야겠다고 생각하며 늦은 밤에 전화를 걸지만 아무도 받지 않고, 조부의 부고를 보낸 문자 메시지에 한 동창이 조의금을 보내는 답장이 나오는 대목(p.12)과 겹쳐졌는데요 나가 타인과 맺는 관계가 거칠고 폭력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두 대목이 겹쳐졌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하루 일과가 끝난 밤이면 '외로워 죽을 지경'(p.57)이고, 사무실 책상 아래에 못 박힌 지하에 속한 '지하생활자'(p.68)이며, CCTV 속에선 빛을 알지 못하는 성경 속 도둑(P.71)이지요. 그런 나에게 아무 일도 없는 층계참(P.76)은 일종의 해방구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습하고 외진 공간인 것 같아요. 나의 층계참 대목을 읽으면서 언젠가 점심 시간에 화장실에서 밥을 먹는 일본의 회사원에 대한 기사가 떠올랐는데 그의 해방구가 좁고 습하고 냄새나는 공간이어서 눈물이 났었거든요. "나는 병든 인간이다." 로 시작되는 「지하로부터의 수기」가 자꾸 생각나는 [두 번째 구간]이었습니다.
나는 소통을 갈구하고 이야기가 넘치던 과거와 달리 이야기가 사라진 현재를 아쉬워하지만 정작 다른 이들이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거부한다는 것도 재밌는 것 같아요. 저 역시 그 부분을 읽으며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이 생각났습니다!
층계참이란 내게 어떤 일도 발생하지 않고 아무것도 써지지 않는 구간이었다
냉담 김갑용 지음
코로나시기가 지나가고 나서 다시 코로나 시대의 이야기를 읽으니..아..그런 시대였어..라고 나름 가까운 과거를 생각했는데.. 제 딸은 어려서 코로나 시기를 겪어서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다녀요. 마스크 쓰는게 편하고 누가 기침하는게 자기 코와입에 오는게 불편하다고 하네요. 어렸을때 그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이젠 그게 스탠다드가 된거 같아요. 누군가에게 코로나는 지나간 이야기가 아니더라고요. 코로나의 다른 이야기 책을 추천드려요.
247의 모든 것“변종 니파바이러스의 슈퍼전파자이자 인류 최후의 숙주였던 247이 격리된 우주선에서 눈을 감다.” 세계질병통제센터의 선포와 함께 소설은 시작된다. 강력하고 스타일리시한 소재와 이야기로 개인의 욕망과 시스템이 맞물리는 지점을 날카롭게 짚어온 소설가 김희선의 신작 이야기다.
맞아요. 의도적으로 구체적인 디테일을 배제한 채 추상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대체 '그녀'의 정체는 무엇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나' 또한 도서관에서 일을 한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일인지, 그리고 도서관에 가지 않을 때 하는 일은 또 무슨 일인지... 많은 부분이 어리둥절하지만 그럼에도 읽어나가게 되는 것이 이 소설의 힘인 것 같아요. 저 역시 코로나 시기가 이미 지나간 과거로 여겨지지만,어떤 분들에게는, 특히 민감한 시기를 코로나로 보낸 세대의 분들에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추천해주신 책도 보관함에 넣어두었어요.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혹시 책 발송이 순차적으로 되는 것일까요? 지난주 수요일에 당첨이 되었다는 안내 문자를 받았는데요! 아직 책이 도착하지 않아서요 >_<
안녕하세요, 우주먼지잉님! 저희가 수요일에 도서를 일괄 발송했는데 아직 받지 못하셨다니 확인을 해보아야 할 것 같아요. 문자로 연락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책을 오늘에서야 수령해서 지금부터 열심히 쫓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위의 소개글들을 읽고나니 더 궁금해지네요 !
저도 아직까지 책을 받지 못했습니다ㅠ 확인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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