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다섯 번째 인생- 북한 접경지대의 처녀 귀신'을 보자마자 최윤의 1988년 발표작인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가 떠올랐어요.
사실 '다섯 번째 인생'을 읽는 내내 그랬는데요. 두 소설 다 어느 한 마을에 홀연히 나타나 마을 구석구석을 떠도는 소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이 되네요. '귀신', 혹은 '미친 여자'로 불리는 이 소녀들은 사람들의 소문 속에서 함부로 이해되고, 너무 자주 폭력의 대상이 되고, 그 때문에 때로는 동경과 연민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 여자들이 '귀신'같은 형상이 된 배경에는 잔인하고 복잡한 역사적인 맥락이 있고, 그들의 불가해하고 기이한 행동과 신음('얄루')은 외면하고픈 그런 우리 역사의 비극을 대면하게 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느껴졌어요.
한편 이 여자들을 타자로 대하는 마을 사람들의 삶 역시도 그 비극의 연장으로서, 일종의 "제로섬 게임"을, "때리거나 맞거나, 도둑질하거나 도둑질당하거나 둘 중 하나인 전쟁의 연속"을 살고 있다는 점 역시 슬픈 공통점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 부분이 금정연 선생님께서 예전에 지적해주신 것처럼 프롤로그의 화자도, 묵할머니도 아닌 어떤 낯선 남자의 목소리로 시작된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꽃잎>에서도 여자를 묘사하는 시선은 남성의 것인데요.. 나중에 소설을 천천히 다시 읽을 수 있다면, 두 소설을 비교하며 읽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저기 소리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문학과지성사에서 간행한 도서 중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 작품’들로 구성된 <문지클래식>은 ‘고전classic’의 사전적 정의에 충실한 동시에 현 세대가 읽고도 그 깊이와 모던함에 신선한 충격을 받을 만한 시리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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