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가을]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함께 읽기

D-29
마침 부산국제영화제에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여섯 번째 인생챕터를 다 읽었습니다. 이 챕터를 읽고 나니 왜 소설의 표지가 알록달록 다양한 색깔로 되어있는지 알 수 있을 것도 같고요ㅎㅎ 일종의 스포일러가 될지 몰라 내용을 언급할 순 없지만, 이 챕터의 설정만으로도 영화 한 편이 뚝딱 나올 거 같단 생각이 들면서 다른 분들이 언급하신 배우분들의 얼굴이 스쳐갑니다! 때마침 영화제에 가는 길이니 저도 오늘 하루는 어떤 배우의 얼굴이 어울릴지 (재미로) 생각해볼게요- 지금으로선 천우희 배우의 얼굴이 떠오르네요 😌
천우희 배우도 정말 잘 어울리네요. 부산 국제영화제에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여섯 번째 인생챕터를 다 읽으셨다니 그것도 어딘가 어울리고요!
저도 책을 늦게 받았습니다. 열심히 따라 가겠습니다. ^^
왜 그렇게 '세 가지 개념'에 집착하는 거지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p. 30,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책을 늦게 받아서 모임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중학생 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읽었습니다. 세로, 두 줄로 쓰여진 책이 무려 천 쪽이 넘었지요. 게다가 두 권으로요. 줄거리 따라가면서 읽기도 바빴는데, 다 읽고 나서는 "이런 책이 왜 유명하지?" 의문을 품었습니다. 그 이후 세계 명작은 읽지 않는 책이 되어 버렸습니다. 번역에 문제가 있다는 건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알았고요. 이 책 역시 그러지 않을까 우려하며 읽었습니다. 지금 반정도 읽었는데, 흡입력이 대단합니다. 특히 어린 소녀였던 주인공이 아버지의 행패와 폭력을 견디다 못해 살인자가 되는 과정이 드라마틱하네요. 나중의 삶도 쉽고 만만한 삶은 아니지만 이 부분에서 특히 제 삶과 오버랩되어 감동이었습니다. 저 역시 쌀독에 쌀이 떨어져도 걱정하지 않는, 자식 네 명이 손가락 빨고 있는 상황을 욕하면서 대책을 세우지 않는 아버지를 죽이고 싶도록 미워했거든요. 엄마가 늘 '소리 안 나는 총이 있으면 빵 쏘아버리고 싶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총 빼앗아 제가 하고 싶을 정도로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 깊었습니다. 아버지 돌아가시면 아버지의 뇌를 해부해 보고싶었던 적이 제게도 있었습니다. 또 최근 역사 왜곡이 한창인 뉴라이트나 일본의 행투로 봐서 정신대조차 부인하는 판인데, 그 부분을 우리나라가 아닌 나라에 실상을 알린 것이 작가의 커다란 업적이라고 봅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고 하루에 50명, 주말이면 200명 가까이를 받아내야 했던 정신대 위안부의 아픔에 공감했으면 합니다. 뒤늦은 답글 이해바랍니다.
예전에는 외국 작품을 엉터리로 번역하는 일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지금도 영 없는 건 아니지만요... 책이 늦게 왔지만 금방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감상 보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과 내일 이틀 동안은 '일곱 번째 인생'을 읽습니다. 소제목은 '평범한 결혼에 대한 고백'이네요. 이건 물론 역설적인 제목이지요. 이 소설에 나오는 '결혼'이 평범한 결혼일 리 없으니까요. "에메 아델은 결혼이 특별함에 평범함으로 가는 여정이라고 말했다"라는 첫문장이 거기에 어떤 아이러니를 더하는 것 같네요. 책에서 가장 분량이 긴 부분이에요. 다른 인생들도 각각 하나의 단편 소설로 읽을 수 있지만, 일곱 번째 인생은 중편 소설에 더 가깝다고 해야겠네요.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번 챕터의 화자는 묵 할머니가 아니고, 한 명도 아닙니다. 그리고 굉장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때론 누군가를 속이기도 하지만 사람을 살아가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이 다시 한 번 변주되네요. 서로를 모르는 채 사랑했던 사람들이 서로를 알게 된 후 계속해서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도 떠오르고요.--그런데 다시 생각하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로를 모르는 채 사랑하네요, 그러다 어느 순간 알게 되고요. 그러니 모든 '평범한 결혼'은 사실 '평범한 결혼'이 아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늦게 책을 받으신 분도 계신 것 같은데, 진도와 관계 없이 현재 읽고 있는 부분에서 문장과 감상, 질문 기타 등등 편하게 올려주세요. 감사합니다!
미희야, 가끔은 말이다. 가장 큰 속임수, 그리고 가장 친절한 속임수는 속아주는 거란다. 그것이 상대에게 소중한 위안이 될 수 있단다, 아가야.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p326,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결혼(생활)이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미희와 루소가 서로를 사랑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저는 두 사람보다 왠지 미희의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커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정말 좋은 분이죠. 개인적으로 그런 아버지이자 남편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일곱 번째 인생'을 읽고, 남들 다 겪는 평범한 일상들이 주인공에게는 큰 어려움이라는 게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누군가에겐 평범한 말들조차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게 마음이 아팠어요.
일곱 번째 인생은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펼쳐지네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비밀을 지켜가는 사람들의 면면이 아름답습니다. 알지만 모르는 척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아요. 이걸 보통 사회생활 잘하는 비결처럼 다루기도 하고 ‘하얀 거짓말’이라고도 하죠. 그런데 재단사였던 혜산의 그 남정네가 속아주는 건 사랑 또는 존중이라 불러야 할 거 같습니다. 깊은 마음의 소유자라는 자락이 이미 깔려 있어 그렇기도 하지만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까닭도 있습니다. 소중한 관계를 놓치지 않겠다는 그 단단한 마음. 지식이든 관계든 모두 파헤치면 후련할 것 같지만 막상 아닐 때도 있죠. 줄을 타는 듯한 조바심을 내려 놓고 수용할 범위를 크게 넖히는 일. 소중함을 지키는 방식에 대해 배웁니다. 조마조마한 그 마음까지도 어쩌면 사랑인 거죠.
맞아요. 알면서도 속아주는 것, 무언가 남아 있는 것 같지만 굳이 파헤치지 않는 것도 믿음이고 사랑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모든 걸 알아야겠다는 마음은 좀 자기중심적인 마음인 것 같아요. ‘나’라는 주체를 너무 과신하고 자신이 알 수 없는 타인의 몫을 인정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도. 저기 소리없는 꽃잎한점을 읽었었어요.그러고보니 많이 닮아있긴하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여섯번째 이야기를 읽을때 예전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서 채시라씨가 했던 여옥이라는 인물이 떠올랐어요.위안부로 끌려갔다가 최재성을 만나 사랑하게 되고 그의 아이를 갖고 아이를 낳고 잠시 박상원의 보호아래 편안한 삶을 살다가 비밀공작원으로 살아가기까지가 너무 닮아있어서 오버랩이 돼서 장면을 연상시키며 읽을 수 있었어요
여명의 눈동자가 있었네요! 너무 오래 전이라 내용이 잘 기억나진 않지만 드문드문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어요. 말씀헤주신 내용을 보니 이 소설과 겹치는 부분이 많네요.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드라마에요.
태양 아래 죽음을 보는 것은 이상했다. 한낮의 햇빛은 바삭바삭하고 선전선동 스피커만큼이나 시끄러웠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P186,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저도 이 글귀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낮의 태양은 뜨겁고 선명한데 그 쨍하고 선명한 한낮에 처형장면을 보는 것은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지만. 뇌리에 박힐 수 밖에 없는 공포심을 주어 잊히지 않게하는 방법이라. 더 끔찍 한거같아요. 마치 영화 "태양은 가득히" 마지막 장면에서 뜨거운 태양아래 알랭드롱이 경찰에게 잡혀가는 아이러니한 장면처럼말이죠
말이란 건 그냥 말이 아니란다, 아가. 말은 우리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한 단순한 도구 이상이야. 말은 그 자체로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말로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지. 그건 절대 일방통향이 아니야.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p. 65,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그렇다. 독은 그가 아닌 그녀였다. 사람들은 독살을 여성스러운 살인 방법이라고 말하니까. 은밀하고 교활해서 결코 남자답지 못한 수단이라고. 내게 독살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선택과 존엄성을 박탈당한 무력한 상태에서 생각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p. 102,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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