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가을]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함께 읽기

D-29
태양 아래 죽음을 보는 것은 이상했다. 한낮의 햇빛은 바삭바삭하고 선전선동 스피커만큼이나 시끄러웠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P186,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저도 이 글귀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낮의 태양은 뜨겁고 선명한데 그 쨍하고 선명한 한낮에 처형장면을 보는 것은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지만. 뇌리에 박힐 수 밖에 없는 공포심을 주어 잊히지 않게하는 방법이라. 더 끔찍 한거같아요. 마치 영화 "태양은 가득히" 마지막 장면에서 뜨거운 태양아래 알랭드롱이 경찰에게 잡혀가는 아이러니한 장면처럼말이죠
말이란 건 그냥 말이 아니란다, 아가. 말은 우리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한 단순한 도구 이상이야. 말은 그 자체로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말로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지. 그건 절대 일방통향이 아니야.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p. 65,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그렇다. 독은 그가 아닌 그녀였다. 사람들은 독살을 여성스러운 살인 방법이라고 말하니까. 은밀하고 교활해서 결코 남자답지 못한 수단이라고. 내게 독살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선택과 존엄성을 박탈당한 무력한 상태에서 생각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p. 102,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드디어 마지막 구간이네요! 오늘은 한글날이고 책 읽기 딱 좋은 조명, 온도, 습도... 아니 이게 아니라, 집에서 무릎 담요 덮고 따듯한 차 마시면서 책 속에 빠져들기 정말 좋은 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 적은 동네 카페에서 맛있는 차와 함께 읽어도 좋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매년 이 날이 되면 한 편의 영화가 떠올라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다룬 [나랏말싸미](2019)라는 영화인데요, 천만 관객을 꿈꾸며 시나리오 작업을 함께 했지만 비평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모두 ‘폭망’한... 그래서 사실 제게는 조금 울적한 날이기도 합니다. 뭐 그건 제 사정이죠! 오늘은 여덟 번째 인생입니다. 장 제목은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소설 전체의 제목과 같네요. 각양각색의 색깔로 펼쳐졌던 지난 일곱 인생을 하나로 모아주는 그런 이야기가 될 것 같네요. 그렇죠? 이야기는 다시 프롤로그의 요양원으로 돌아갑니다. 아마추어 부고 작가인 ‘나’가 다시금 화자로 등장하고요. 지난 일곱 번의 인생 동안은 묵 할머니의 관점에서 묵 할머니의 인생을 바라보았다면, 타인의 관점으로 묵 할머니를 묘사하며 독자 또한 지난 일곱 번의 인생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합니다.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묵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는, 분명 무척 매력적이지만 사실이라고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요. 그 시절을 살지 않은 화자에게, 요양원의 관계자들에게, 그리고 우리 독자들에게는 한 사람의 인생에 그렇게 많은 사건과 사고와 비극과 슬픔이 있을 수 있다고는 좀처럼 생각할 수 없으니까요. 묵 할머니에게 푹 빠진 화자는 사실이든 허구이든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지지할 것이다, 마음 먹기도 하지만 그것이 진실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저도 모르게 묵 할머니에게 사실 관계를 캐묻습니다. 묵 할머니는 진실 게임을 하자는 거라면 본인은 빠지겠다고 말하며 굳이 자신을 변호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도 더는 캐묻지 않아요. 그건 묵 할머니를 좋아하게 되며 그녀를 전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지만, 무엇보다 이야기라는 것은 단순한 사실 관계의 조합으로 환원되지 않는, 그 이상의 것일 테니까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말하지 못하겠네요. 책을 늦게 받으신 분들도 있어서 더더욱요.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을 읽으며 이야기란 무엇이며, 우리에게 이야기는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문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앖는데요, 아마 첫 구간에서도 문체 이야기를 한참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과거의 이야기들이 나올 때는 그런 생각이 별로 들지 않다가 다시 현재 시점으로 돌아오자마자 다시 문체가 눈에 들어오는 게 조금 신기하기도 한데요. 과거는 낯선 나라라는 말처럼, 과거의 이야기는 낯선 나라의 언어가 번역되어 우리에게 오는 것처럼 어느 정도 감안하고 읽게 되지만, 현재 시점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지금-여기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직접적으로 비교하게 돼서 그런 것 같아요. 오해하시면 안 돼요. 번역투로 느껴저서 나쁘다는 게 아니라, 지금-여기의 이야기를 번역투로 읽는 경험이 낯설고 독특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어쩌면 한글 창제를 다룬 [나랏말싸미]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라는 제 자의식이 번역 문체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드는 것일 수도 있고... 오늘 내일 이틀 동안 마지막 장을 읽으며 기억에 남는 문장들, 감상들, 떠오르는 질문들을 올려주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완독했습니다. 프롤로그와 마지막 챕터의 문체에 대한 말씀이 있네요. 저는 이 점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좋더라고요. 현재 시점으로 환기시키는 데에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의 죽음이 이렇게 안타깝지 않기는 드물지 않을까 싶어요. 혹독한 생의 과정에서 그녀가 그토록 지키고 싶어했던 것들을 지켰고, 죽음의 방식을 선택했잖아요. (물론 남편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안타까웠습니다) 묵미란 삶의 고통의 크기를 감히 짐작할 수 없지만, 그 고통 때문에라도 함부로 동정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한데잠, 그녀의 가슴에 시원하고 무해한 바람이 지나갔으리라 생각합니다.
휘몰아치는 역사의 시간 속에서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끝끝내 살아남았던 묵 할머니에게, 죽음의 순간만큼은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현재 시점의 화자로 등장하는 '나'의 이름을 독자는 맨 마지막에 미희를 통해 알게 됩니다. 몰라도 그만이고, 처음부터 밝혀도 무방한 '부고 작가'의 이름을 마지막에 굳이 언급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부고 작가 역시 묵 할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거지 같은 남자의 전부인, 아이를 낳고 싶었지만 남편의 반대로 낳지 못하고 작가의 꿈을 꿨지만 정작 작가가 되려는 엄두를 내지는 못했던 여성이 자신만의 이름을 가진 한 사람의 주체로 거듭남을 보여주려는 장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정답은 없지만요!
그리고 그 이름이 미희의 입을 통해서 밝혀졌다는 점이 또한 의미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것은 하나의 인정이고, 무엇보다 이름이라는 건 불리기 위함이니까요.
음... 그러네요... 끝내 묵 할머니의 진짜 이름을 아무도 몰랐다는 것이, 그녀의 이름을 불러주지 못했다는 것이, 지금 답글을 달면서 마음이 아프네요.
저도 생각 끝에 비슷한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맞아요. 거의 끝부분에 묵 할머니와 부고 작가의 대화하는 장면에서 그런 상황을 한 번 더 짚는 장면이 있기도 했죠. 감사합니다. :)
338쪽의 "나도 고백할게 있어요 성미씨".. 이 부분이요.이게 정확하게 무슨 뜻일까요. 루소도 스파이라는 뜻으로 이해했는데..맞는 걸까요????
명시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여러 단서들을 조합했을 때 루소 역시 미국의 정보원이었던 것 같고 그 사실을 이야기하려고 한 것 같아요.
뭐라 말할 수 없는 먹먹함이 있네요... 저도 스포는 하고 싶지 않아서 많은 말은 못하지만, 묵 할머니가 어떻게든 행복을 느꼈으면 됐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언젠가 어떤 선생님께서 인생이란 결국 마지막 순간에 스스로 어떻게 느끼는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너무 많은 고통과 슬픔이 있는 삶이었지만, 감히 추측하자면, 묵 할머니는 종내 스스로 만족하셨던 것 같아요.
책이 어제 도착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느새 마지막 구간을 읽고 계시네요.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기꺼운 괴로움이었어요. 타인의 삶을 그의 발자국에 서서, 그의 시선으로 경험하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동시에 여전히 묻고 싶어요. 어째서 이렇게 고통스러운데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에 도리어 필사적으로 말해져야 하느냐고, 고통스러운 삶의 증언의 필요성에 대해 묻는 이에게 무어라 답해야 하느냐고요.
그러나 용말의 은유는 여기서도 절묘하게 적용되었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과 같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p 161,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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