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가을]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함께 읽기

D-29
“인류는 항상 이야기꾼을 필요로 했다. 선사시대의 동굴 벽화, 구전되어 온 호주 원주민의 창조 신화, 기록으로 전해진 길가메시 서사시만 보더라도 이를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아프리카의 그리오(griot), 튀르키예의 아쉬크(ashik), 유럽의 바드(bard) 같은 음유시인들도 언제나 음악에 옛이야기를 담아서 전했다. 여러 사건을 쭉 늘어놓는다고 이야기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세상에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시각적이고 본능적인 짤막한 이야기도 있기 때문이다. 먼 나라의 오래된 설화를 보면 사건의 순서가 생소하게 흘러가서 어딘가 이상하고 아귀가 안 맞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최근 읽은 <플롯>(에이미 존스 지음, 안지아 옮김)에 비슷한 구절이 있어서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아 옮겨 보아요. 스토리와 플롯의 차이에 대한 E.M. 포스터의 말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큰글자도서] 플롯 - 이야기의 기술단순한 스토리텔링 기술을 넘어서 다양한 예시로 견고한 플롯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이론과 용어까지 세계적인 학자들의 연구 내용을 보기 좋게 정리해 플롯 지식을 넓혀 주고, 고전 문학과 영화 명작들의 설계도면을 들여다보게 했다.
아주 낯선 구성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이 소설의 화자는 미희와 루소의 한 챕터를 제외하면 대부분 묵 할머니임에도 각 챕터의 화자가 마치 다른 사람같은 느낌을 들게 합니다. 저는 오히려 이 책이 시간순으로 서술했다면 밋밋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로서 좀더 극적이이었다고 생각해요. 읽으면서 영화 시놉시스같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각각의 인생 이야기가 한 편의 영화를 찍을 수 있을 정도의 밀도라서 시놉시스 같다는 인상을 받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저 역시 극적인 효과와 재미를 위해서 이런 식의 구성이 불가피했다고 생각해요.
시대순이었다면 첫 장면의 머리에 꽃 꽂은 사람이 묵할머니였다거나.. 송재순할머니가 사실은 제니 였다거나..하는 부분에 쇼킹함이 덜해졌을거 같아요. 처음에는 왜 이렇게 뒤죽박죽이지 했는데.. 지금 순서도 꽤 좋은거 같습니다.
맞아요, 또한 읽으면서 뒤섞인 순서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되니 더욱 집중해서 읽게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저는 오히려 시간 순으로 흐르지 않아서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시간의 순서가 여기저기 섞여있다 보니 퍼즐 맞추듯이 생각하며 읽게 되어서 집중이 더 잘 되더라고요.
다들 비슷한 의견이신 것 같아요. 저도 그렇고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시간순으로 전개되지 않다는 점이었어요. 정신없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저는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이런 구성으로 글을 전개할 생각을 했을까 하며 감탄했습니다. 오히려 더 집중해서 읽게 되는 요인이었어요.
저는 변화무쌍하고 흥미진진한 긴장감을 유발하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여러개 있다는 점에서 ‘천일야화’가 머리 속에 먼저 떠올랐습니다. 각자의 이야기는 독립적이면서도 계속 연결되어진다는 점에서도 유사하구요. 한편 시간적인 순서가 섞여있어 조금 긴장하며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그저 재밌다고 술술 읽어가기 보다는 무언가 독자 스스로가 풀어봐야하는 숙제가 있었던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이야기의 시간을 좀 더 섞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맞아요, 마지막까지 시간을 더 섞었다면 또 다른 재미가 있었을 것 같아요.
저는 이 구성이 너무 좋았어요 결국은 같은 얘기지만 만약 연대기적으로 흘러갔다면 그냥 대하소설 같았을테죠. 이렇게 중간중간 시간을 섞은 구성은 더 생각을 많이 하고 궁금해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야기를 좀더 입체적으로 만들어준다고 해야 할까요. 저에게는 그 꽃을 꽂고 떠돌아 다니던 소녀가 나온 부분이 나중에 연결되는 부분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시간 순서대로 했을면 어떻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읽기에는 조금 햇갈려서 읽는데 조금 고생을 했습니다
시간 순으로 펼쳐졌다면 아무래도 더욱 읽기 편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문체의 예술성’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입니다. 초반부터 이야기가 나왔던 게,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작가님이 성인이 되어 배운 외국어인 영어로 쓴 소설을 다른 번역가님이 한국어로 옮겼다는 점이었죠. 이와 관련해서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아요. 물론 그걸 제외한 이야기도 많을 테고요!
사실 저는 읽으면서 문체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눈에 착착 감기게 맛있게 읽힌다' 정도로만 생각만 했는데요, 문체에 대해 말씀하셔서 오히려 영어 판본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특히 <다섯 번째 인생> <두 번째 인생>가 영어로 어떻게 쓰셨는지 상당히 궁금해집니다.
영어로 읽으면 느낌이 또 다를 것 같아요. 저도 궁금하네요!
저 역시 문체 관련해서는 특별한 인상이 없었고, 호디에님처럼 다음 기회가 될 때 영어로 한 번 읽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었네요.
저는 이런 케이스는 정말 처음 봐서 굉장히 신기했는데요, 아무래도 영어와 한국어는 뉘앙스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를 다른 사람이 번역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이 불가능할 것 같아요. 해당 작품은 번역이 참 잘 된 것 같고요!
아직 한글을 떼기도 전에 미국으로 건너간 이창래 작가님이나 다른 재미교포 작가님들은 떠오르는데 이런 경우는 저도 처음이라 더욱 신기하고 번역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인 이 쓴 영어를 한국어로 다시 변역을 하셨다는 점인데 변역을 잘하신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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