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가 안내하는 날카로운 통찰에 대하여

D-29
어렸을 때 읽었던 걸리버 여행기는 마냥 신나고 재밌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다시 읽어보니, 어렸을 땐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조너선 스위프트작가가 바라보는 세계와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냉소>에 대해 짐작하게 되더군요. 걸리버 여행기를 읽어보셨던 분, 혹은 읽고 싶으셨던 분들과 함께 이 위대한 작품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이 책은 아무리 읽어도 지겹지 않으며, 다른 모든 책들을 파괴하고 오로지 여섯 권의 책만 골라야한다면 그 중의 하나로 이 책을 고를 것이다." -조지 오웰 "스위프트는 세계 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하고, 가장 완전한 재미의 원천이다." -조지 세인츠베리.
다들 책을 잘 읽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걸리버 여행기는 4부로 나뉘어 있잖아요. 그 중에 가장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1부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 해보고 싶어요. 릴리펏(소인국)에 도착한 걸리버는, 난생 처음 광경에 깜짝 놀라는데요. 그것은 소인국에 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소인국 사람들은 괴물같이 거대한 걸리버를 보고 당황해 어쩔줄을 몰라하며 나름대로 그들끼리 회의를 하며 걸리버를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고민하잖아요. 저는 그래도 소인국사람들이 최대한 이성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러면서 생소한 소인국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되고 소설에 쉽게 몰입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 다음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소인국 정치상황에 대한 부분이었는데요. 저자인 조너선 스위프트는 당시 영국의 정치상황을 이 작품에 잘 녹여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보다 훨씬 뒷세대인 제 입장으로는... '어떻게 이런 일은 어디에나 있는걸까?'라는 생각이었어요. 가문이 좋고 줄타기에 능하면 쉽게 등용되는 그 문화는, 그 당시 영국에만 있던 일은 아니었고,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어느 시기이든, 어느 나라에는 늘 있어왔던 일이었죠. '역사에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이 다시금 생각나며, 씁쓸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아! 제가 이 책을 가지고 중학생 아이들과 같이 의견을 나눠본 적이 있었는데요, 아이들은 걸리버가 궁중에 난 불을 끄는 장면을 가장 인상깊게 꼽았어요. 그 자체로도 재밌는 부분이긴 하지만, 불을 끈 걸리버가 오히려 왕비의 기분을 상하게 해 벌을 받게 되는 부분에서 왕정국가의 부조리함을 많이 이야기 하더라구요.
나는 그 중에서도 밧줄 곡예가 가장 재미있었다. 그것은 땅에서 공중으로 5센티미터 올라간, 약 60센티미터 길이로 펼쳐진 가느다란 하얀 줄 위에서 연기하는 놀이였다. 나는 이 곡예에 대하여 아래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하고자 하는데 독자들의 양해를 바란다. 이 곡예는 고관직을 노리며 또 궁중에서 높은 총애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만 하는 놀이였다.
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p.41,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발췌문으로만 읽었던 걸리버 여행기를 읽으니 뭔가 색다르네요. ^^
저도 어렸을 때 1,2부로만 구성되었던 (그리고 굉장히 간추려진 내용이었을 거에요) 걸리버여행기만 읽었다가, 완역본으로 읽으니까 너무 새롭더라구요.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멋진 작품이라는것에, 그리고 작가의 냉소적이고 신랄한 풍자에 정말 많이 놀랐어요. :)
지난 6월에 있었던 <2024 서울국제도서전>주제가 - 걸리버가 여행한 4번째 나라, 마인국의 말의 형상을 띈 인격적인 존재 - ‘후이늠(휘넘)’이었잖아요. (도서전 다녀오기 전에는 걸리버여행기가 4부로 이루어진 줄은 몰랐어요.) 그래서 원역본은 어떨까 더 궁금하다 생각했고, 어떤 의미일지 생각하며 흥미롭게 읽어보게 된 것 같아요.
그랬군요ㅠㅠ 국제 도서전 꼭 가보고 싶었는데, 바빠서 가보지는 못했어요ㅜ 이번 국제도서전이 진짜 역대급이라는 평가가 많아서 더 아쉽게 느껴지더라구요. 걸리버여행기의 4부, 후이늠의 존재는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흔히 어렸을 때부터 배웠던 - 인격적인 인간과 그런 세상에 대해 알려주고있을 뿐인데,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걸리버가 나고 자랐던 세상과 다를게 없죠. 저는 원래 성선설을 신봉하는 사람이었는데, 이 챕터만 보면 인간의 본성은 성악에 기초하고 있는게 아닐까 고민하게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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