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5. <중국필패>

D-29
조만간 중국공산담은 시진핑의 조치들로 인한 폐해를 실감하고 임기 제한의 부재가 불러온 효과를 인식하게 될 것이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6장, 337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서문 읽고 1장 읽는 중이에요. 서문 읽으면서 흥미롭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한계를 증명해 보이겠다’는 단호함과 지적 야심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런데 논리가 어째 허술해 보이는 면과 ‘이야기 테크니션’으로서의 재주는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 때문에 좀 불안했습니다. 저도 다른 분들 지적해주신 것처럼 서문이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아마도 저자의 핵심 개념인 듯한 ‘범위’와 ‘규모’를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은 분량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서문 이후 본문에서 적어도 한 챕터를 할애해서 ‘범위’와 ‘규모’에 대해 따로 설명해줬더라면 좋았을 거 같네요. 아무튼 기대감 속에서 계속 읽어보겠습니다.
성리학은 본래의 유교와 비교해도 대놓고 독재저기고 통제적이었다. 성리학은 인간 욕망의 제거와 자아의 완전한 정복을 찬양했다. (…) 놀랍게도 성리학은 도덕성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 대신 통치자에 대한―그 통치자가 아무리 멍청하거나 비도덕적이더라도 개의치 않고― 절대적이고 무조건적 복종을 강조했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71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제가 성리학 잘 모릅니다만(그리고 성리학에 대해 거부감도 큽니다만) 저자의 이런 단언은 상당히 의심스럽게 들리는데... 이에 대해 의견 나눠주실 수 있는 분 계실까요.
저도 성리학은 잘 모르지만 지나친 단정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독교도 해석하기에 따라 현대인 관점과 잘 안 맞는 부분들이 있지만 굉장히 다양하게 받아들여지고 삶에 적용이 되는데, 중국의 경직성을 성리학 이론 탓으로 돌리는 건 지나치다 싶습니다. 조선만 해도 한 성리학 했지만, 임금을 견제하고 갈아치우기도 했던 것처럼 무조건 충성과 복종만을 강조하고 도덕성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건 지나친 폄하같아요. 읽을 때는 좀 지나치네 하고 넘겼는데 장맥주님이 인용하신 구절을 따로 떼놓고 보니까 아무래도 이 저자는 흥미로운 관점과 지식들을 제공해 준다는 것에 만족하고 봐야지 다 신뢰하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맹자가 역성혁명 긍정하지 않았던가, 성리학은 맹자를 부정하나, 하고 검색해보니 오히려 이전까지 부정되던 맹자를 주요 경전에 포함시킨 게 주희라고 나오네요. 이 책은 조금 비판적으로 읽어야 할 거 같습니다.
이 책을 읽다 떠오르는 다른 책이 있어서 한 권 추천합니다. 어우양잉즈의 <용과 독수리의 제국>입니다. 두 책 사이에 꽤 공통점이 많아요. -두껍고 야심 차다: <용과 독수리의 제국>은 번역본 기준 920쪽입니다. -저자 두 사람이 모두 중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교육을 받았다. -저자 두 사람이 모두 MIT 교수다. -저자 두 사람이 모두 역사학 비전공자다: 어우양잉즈는 물리학자입니다. -저자 두 사람 모두 특정 시기가 아닌 중국 역사 전체를 주제로 삼았다. -저자 두 사람 모두 중국의 기틀은 고대에 정해졌다고 주장한다: 어우양잉즈는 특히 진나라를 주목합니다. -저자 두 사람 모두 중국 문명에 상당히 비판적이다: 어우양잉즈는 특히 유교를 비판합니다.
용과 독수리의 제국 - 나라는 어떻게 흥하고 망하는가! 진秦·한漢과 로마, 두 제국의 천년사유라시아 대륙의 동서 양쪽에 있는 진(秦)·한(漢)제국과 로마제국의 발전 과정을 비교한 책. 두 제국의 흥망성쇠를 실마리로 삼아, 양대 제국의 정치·경제·군사·민족·사상·관습 등 다방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총체적으로 탐구했다.
제가 최근 좋게 읽은 거시중국사는 이 책입니다. 진화론을 부정하는 등 기독교 관점이 지나친 부분이 있지만 많이 두드러지지는 않고, 재미있게 봤어요. 송나라 이야기는 전체의 일부분이지만, 송나라가 몽골에 망하지 않았으면 유럽보다 먼저 산업화에 성공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송나라의 슬픔 - 근대의 문턱에서 좌절한 중국 문명을 반성하다풍부한 학식과 예리하고 생동감 넘치는 필체로 많은 사료를 분석해 중국 문명의 흥망성쇠를 풀어낸다. 동서양의 경험을 결합해 중국의 일원화 문명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어떻게 발전하고 강화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중국 문명 전환이 실패한 과정과 이유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고찰한다.
송나라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많이 나오죠. 아예 이런 책도 있어요. 『중국화하는 일본』. 요나하 준이 말하는 중국이 바로 송나라입니다. :) 요나하 준은 시선이 재기발랄해서 재미있는데, 학계에서는 그다지 인정을 못 받는 일본의 논객 지식인입니다. 그의 『헤이세이사』도 함께 읽어볼까 하다, 일본 현대사 선생님들이 질색하셔서 말았어요.
중국화 하는 일본 - 동아시아 ‘문명의 충돌’ 1천년사‘중국화’와 ‘에도시대화’라는 두 개념을 뼈대 삼아 동아시아 1천 년의 역사를 대담하게 훑어나가는 책이다. 2011년 여름, 문예춘추사에서 출간된 이 책은 인문서로는 드물게 30만부 이상 판매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헤이세이사 - 1989-2019 어제의 세계, 모든 것원래 「PLANETS」의 메일 매거진에 제13장까지 연재된 것을 바탕으로 14장부터는 저자가 이 책을 위해 새로 쓴 것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에서 아무로 나미에까지 헤이세이 시대의 결정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송나라가 중국 왕조 중에서 여러 모로 특이하긴 한 것 같아요. 송나라가 군사력이 약했다고 무시당하는 경향도 있다지만 백년전쟁에 패배한 영국이나 표트르 대제한테 눌린 스웨덴처럼 외부에 대한 정복의 꿈이 무산된 나라들이 우리끼리 어떻게든 잘 살아보자 하면서 더 잘 되어가는 아이러니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도 좋았는데, 전국시대의 엄혹한 군법 집행 같은 부분들이 인상적이었어요. 법가사상과 약법삼장의 이야기 같은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실감의 정도가 다르게 이야기를 해주셔서. 포위공격을 당하는 성 안에서 가족을 잃고 울면 사기를 떨어뜨린다고 법으로 처벌을 당하고,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법을 어긴 백성들에게 처벌을 제대로 안했다는 이유로 관리를 엄하게 처벌하는 이야기 같은 걸 보면 진나라가 얼마나 무지막지하게 통제를 가했는지를 볼 수 있고, 일말의 자유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엄혹한 법치와 진나라 멸망에서 교훈을 얻은 한나라의 상대적인 온건함의 조화로 중국의 통치체계 기본이 형성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춘추전국이야기 5 - 원교근공, 대학살의 시대·진나라의 천하통일3년간의 기획, 10년간 중국 전역 직접 탐사. 국내 최초 춘추전국시대를 정면으로 다룬 역사교양서. 새로운 디자인, 세심한 교정교열로 다시 만나는 《춘추전국이야기》. 여행하는 인문학자 공원국과 위즈덤하우스가 3년간 기획하고 저자가 10년간 중국 전역을 탐사하여 집필한 《춘추전국이야기》 시리즈의 개정2판이다.
@장맥주 @오도니안 유교에 문외한인 제가 어쭙잖게 덧붙이자면 지배 이데올로기로서의 유교와 유학 그 자체의 힘을 찾아보려는 시도는 오랫동안 전근대 유학자부터 최근까지 계속 되어오는 것 같아요. 이 책에서 야성 황이 얘기하는 유교는 지배 이데올로기이고(뒤에서 여러 차례 강조됩니다) 우리가 이곳저곳에서 접하는 유교/유학의 여러 모습은 후자의 노력의 결과물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저는 유학 공부는 은퇴 후로 미뤄두고 있는데 짧은 독서로는 배병삼 선생님 책이 좋았어요. 『우리에게 유교란 무엇인가』는 지배 이데올로기가 아닌 유학의 가능성을 고전을 해석하면서 찾아본 것이고 『맹자, 마음의 정치학』은 성리학 특히 주희의 해석으로 그 전복성이 훼손된 맹자 사상의 본류를 살린 걸작으로 평가받더라고요. (저는 아래 소개하는 책들 가운데 앞 두 권은 아주 재미있게 읽었고 맹자 세 권은 은퇴 후로 미뤄뒀어요.)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반양장)10년 넘게 <논어>를 연구한 저자는 이를 현대 우리말로 발랄하게 해석하고 있다. '극기복례'와 '매트릭스'를 연관짓는 식이다. 또 유교에서 말하는 '오륜'이 현대 사회의 '네트워크'와 다르지 않다고 역설하며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일깨우려 한다.
우리에게 유교란 무엇인가배병삼 저자는 한국사회에서 그동안 다분히 오해되어온 유교를 대중의 눈높이에서, 일상에 밀착하여 재미있고 새롭게 조명·해석하는 작업에 오랫동안 매진해온 정치철학자로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이 책은 2009년부터 2년여 동안 <녹색평론>에 연재해온 ‘생태의 눈으로 유교 읽기’ 작업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
[세트] 맹자, 마음의 정치학 1~3 세트 - 전3권한글세대에게 가장 적합한 번역과 고전 읽기의 현재적 의미를 충실히 구현한 해설로 ‘유교 사상의 안내자’ 역할을 톡톡히 해온 영산대 배병삼 교수의 『맹자』의 완역과 주석, 해설을 담은 책이다.
근데 딴 얘기인데 은퇴 뒤에 읽을 책과 공부할 거리까지 정해두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장맥주 이쪽 분야는 안 읽겠다는 의지 표명 아닐까요? :)
혹시 은퇴를 안 하시려는 계획이신가요? ^^
뒷부분을 더 읽어보아야겠지만 지배 이데올로기로서의 유학과 그 이전의 유학을 구분한다는 것은 유학이 사회구조에 영향을 미쳤다기보다는 사회 구조가 유학을 갖다가 변형시켜 활용했다는 것을 함의하게 될 것 같습니다. 살생을 금하는 불교가 호국불교로 동원되듯이 사상이라는 것은 해석과 적용에 무척 큰 융통성을 지니기 때문에 통치자들 입장에선 사회에 받아들여지고 있거나 그런 잠재성을 지닌 사상이라면 유학이든 기독교든 불교든 갖다가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중국에서는 묵가나 도가 등 여러 대안적 사상들 중에서 유학이 가장 쓰기에 적합한 것으로 선택된 것이겠지요. 그렇게 사상이 채용되고 활용되는 과정과 결과들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겠지만 어떤 사상이 그 자체로 사회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YG @오도니안 두 분 말씀 덕분에 많이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오도니안 저는 이 대목에서는 생각이 많이 다른데요. 저는 특정 시기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미치는 효과에 대해서 훨씬 더 힘을 줘서 봐야 한다는 견해입니다. 그리고, 주희 이후로 명, 청대를 거치면서 유학/유교가 지배 이데올로기로 형이상학, 훈고학 중심으로 보수화된 건 여러 학자가 동의하는 대목으로 보이고, 그게 다시 명, 청대의 지배 이데올로기로 사회에 큰 영향을 줬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말했던 유학의 다른 면모, 혹은 유학의 전복적 힘을 찾아보려는 시대는 중국이나 한국의 전통 사회에서는 부분적인 실천으로만 명맥을 이어 왔고, 오히려 현대 사회에 들어서 자본주의 시장 경제나 서구 철학의 영향을 받고 또 대결하면서 공맹의 사상에서도 오히려 전복적인 면모를 살릴 수 있는데, 왜 그러지 못했지, 이런 문제의식과 탐구에서 나온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그런 흐름은 정말 비주류라서 아직까지는 큰 힘을 받지 못하는 것 같고요. 배병삼 선생님은 국내에서 그런 흐름을 이끄는 분 가운데 한 분인데, 책들이 근사합니다. 살펴보시면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특정 시기의 지배 이데올로기의 효과를 놓고서 저처럼 힘을 줘서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자는 얼른 몇 사람이 떠오르는데요. 미셸 푸코가 만년에 남긴 강의록이 재발굴되면서 여러 후학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통치성' 이론이 그렇고, 푸코와 상당히 포지션이 겹치는 마르크스주의자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론도 있고요.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 등도 생각나는군요.
통치성 이론에 대한 푸코의 영향과 그것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를 보는 책으로 얼른 생각나는 책은 『푸코 효과』가 있네요. 궤를 같이 하는 국내 연구로는 서동진 선생님의 『자유의 의지, 자기 계발의 의지』(돌베개) 같은 책이 개인적으로는 서구 연구자보다 먼저 푸코의 문제의식을 선취한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동진 선생님의 박사 학위 논문을 단행본으로 묶은 책이에요. 비슷한 주제의 외국 저자의책과 발행 시점을 따져보면 훌륭하다고 고개를 끄덕이실 듯.)
푸코 효과 - 통치성에 관한 연구“통치성에 관한 연구”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푸코의 ‘통치성’ 개념에 근거해 정치학· 사회학뿐만 아니라 경영학· 범죄학· 통계학· 보험학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19~20세기를 ‘발명’해낸 수많은 지식/앎들의 계보학을 분석한 논문들로 이뤄져 있다.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 - 신자유주의 한국사회에서 자기계발하는 주체의 탄생한국사회의 다양한 층위, 구체적인 맥락에서 신자유주의라는 새로운 주체 형성의 논리가 어떻게 스며들고 작동하는지 살펴본다. 신자유주의를 사회, 정치, 행정, 교육, 문화 등 자본주의 사회의 전 분야를 총체적으로 조직하는 '새로운 합리성'으로 바라보고 근본적인 분석을 시도하는 것. 이 책은 1980년대 산업구조조정에서부터 20년간의 흐름이 '자기계발하는 주체'라는 새로운 주체화 방식에 있음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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