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5. <중국필패>

D-29
드디어 7장을 다 읽었습니다. 상당히 흥미롭긴 하네요. 니덤 질문의 하위 질문으로 송나라가 몽골에 망하지 않았다면 중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을 것인가(덧붙여서, 그렇다면 세계는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질문을 둘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렇다 쪽이었는데 야성 황이 그 믿음을 어느 정도 흔들어 놓는 것엔 성공한 것 같습니다. CDI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발명의 중요도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순수하게 양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 쪽에도 같은 방식의 분석을 해서 비교해 보면 더 검증이 될 것 같습니다. 기술적 창의성 외에 다른 요소들이 이 지표에 영향을 미친다면 일종의 오차범위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을까요? 위진남북조 시대의 창조성이 송을 앞서고, 송이 청을 앞서는 것도 뚜렷해보이는데 송과 한 시대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아 보이네요. 저자가 과거제도 이전과 이후로 구분해 차이를 논하면서 과거제도가 마치 가장 중요한 독립변수인 것처럼 이야기를 해서 좀 오해를 부르는 것 같습니다. 과거제도보다 중요한 건 위진남북조 시대나 전국시대처럼 분열된 시대였냐, 통일된 시대였냐의 차이인 것 같고, 이 부분을 저자도 7장에서는 많이 언급하고 있네요. 위진남북조 시대는 참혹한 전쟁이 이어지고 백성들은 도탄에 빠지고 인구 수도 급감했죠. 그런데 진보에는 유리한 환경이었다는 것이 역설적인 일 같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누구나 통일과 평화를 바랬을 텐데요. 저자는 당나라가 적절한 균형이었다고 평하지만 전 여전히 송나라 편입니다. 제가 궁금해진 건 송나라가 몽골에 멸망하지 않았어도 명청 왕조처럼 전제화가 심해지고 시장경제도 약화되었을지, 그 반대였을지, 시장경제의 발전이 중국 자체적으로 유럽에서 일어났던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을 가져올 수 있었을지 그런 것들입니다. 답은 알 수 없네요.
@오도니안 네, 말씀하신 대로 유럽과 같은 방법론으로 비교해보는 일은 아주 유용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해봐도 좋겠어요. 야성 황은 좁은 의미의 '과거제' 자체보다는 과거제와 그것의 콘텐츠인 유교와 그것을 재생산하는 지식 체계와 이데올로기, 과거제를 지탱하기 위해서 마련된 물적 시스템 등을 모두 포괄하는 것으로 과거제의 효과를 강조하고 있는 듯해요. 이건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학자들이 요즘 주로 취하는 접근 방식이기도 합니다. 이 책, 특히 홀수 장이 이런 과거제 시스템의 효과가 중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를 살펴보는 일종의 가설적 시도라고 생각하면 조금 관대해질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제가 그랬거든요. :)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그런 의도가 이해가 되긴 합니다. 정량적 근거를 갖추려는 노력도 많이 보이구요. 데이터에 기반해 입증 가능한 영역에 강조를 두다 보니 매끄럽게 연결되고 균형이 잡혀 보이지만 정량적 근거와 추론이 엄밀하지 않은 일반인 대상의 스토리텔링과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참고로 가상역사소설 중에 이 책이 있는데 저한테는 무척 재미있었어요. 티무르 시대에 페스트로 유럽이 멸망한 이후에 중국과 이슬람 세력이 패권을 겨룬다는 설정 하에 근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가상 역사입니다. 서구의 어떤 독특한 요소들이 현대문명을 이루어낸 걸까요,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 현대문명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여러 후보들이 있었는데 여러 우연과 필연이 더해져 서구가 조금 더 빨리 가게 된 것일까요?
쌀과 소금의 시대 1역사의 승자가 서양에서 동양으로 바뀌었다는 가정 하에, 서기 14세기부터 21세기까지 7백여 년에 걸친 세계사를 재구성한 '대체역사소설'. 걸출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현존하는 가장 탁월한 SF 작가 중 한 사람인 킴 스탠리 로빈슨의 국내 첫 출간작이다. 2003년 전세계 독자들의 투표에 의해 결정되는 로커스 상을 수상했다.
@오도니안 저 이 책 너무 좋아해요. 킴 스탠리 로빈슨 팬이고. 사실, 제가 연말에 SF 한 권이랑 질문 하나를 엮어서 쓴 에세이 열여덟 편을 묶어서 책을 내는데(탈고) 첫 장이 이 책과 '왜 산업 혁명은 동양이 아니라 서양에서 일어났을까'랍니다. 우리 통했어요! :)
앗~! 이 책은 읽어봐야겠네요. 😀 K, B, I 중 어느 쪽이실지..
저는 K! 원래 성도 'K'잖아요. :)
다들 무슨 얘기인가 하시겠네요. :)
이거 한국에선 절판되었는데 아직 영어 전자책으로 구할 수 있네요. 민간중국, 대운하 시대도 재미있어 보입니다. 안그래도 한때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peer review 절차도 넘어가면서 막 쏟아져나오는 논문들의 홍수에 정신을 못차렸는데.. 읽다보면 정말 허접한(?) 논문들이 범람하던데 기술의 발명 뿐 아니라 과학적 발견도 양보다 질이 아니라는 것에 동감합니다. 특히 그 당시 중국이 가장 원점이기도 하지만 워낙 인구가 많아서;; 다른 때도 보면 진짜 n수로 승부하는 논문들이 많았어요;;; 물론 통계학적 파워가 있긴 하지만..;; 다만 전체적인 시각으로 볼 때 자료의 양이 너무 방대할 때 이걸 일일이 질적으로 판단하기 힘든 점은 이해하지만.. meta-analysis에 기반을 둔 결론은 대부분 너무 multivariate effect를 다루어서.. 중국의 긴 역사를 다룰 때는 더 허점이 많을 것 같아요. 제가 그래서 어쩌면 이 책에 나온 자료 분석들에 대해 의문이 가는 것 같아요. 물론 중국 사회나 역사에 대해 아는 게 너무 부족해서 저도 충분히 분석은 못하겠지만..^^;;; (특히 유교나 성리학 부분은 제가 전혀 모르는 분야라..; 잘 모르겠네요)
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던 중국필패, 반납일이 되어 연장을 해보려했으나, 예약자가 많아서 연장이 안되고, 제가 접근할수 있는 모든 도서관에 책이 딱 두권인데, 모두 예약중이라 ㅠㅠㅠㅠㅠ 저는 4장 중반까지 읽다가 멈춘 상태입니다 ㅠㅠ 제 수준에는 빌려서 읽기에 딱 좋은 (저의 소듕하고 작은 용돈을 투하하기에는 ㅠㅠ)... 그래도 중간중간 들어와서 진행되는 토론을 따라 읽는데.. 그게 꿀맛입니다!!! ㅎ 미안하지만 감사합니댜!!! ? ㅠㅠ
@오구오구 그렇게 도서관 예약이 많다고요? 뜻밖입니다. 나중에라도 빌려서 완독하시길!!!
도서관에 비치된 수가 적어서 그런거 같아요. 아쉽네요 이런책은 같이 읽어야 완독할수 있는데 말이죠 ㅠ
도서관에 책이 너무 없어요, 정말... 건물은 여기저기 많이 지어놓고 홍보하면서, 정작 갖춰져 있는 책의 종류와 권 수는 슬픕니다. 대출기한도 너무 짧고, 연장도 힘들고... 책 값이 갈수록 비싸져가는데 도서관은 아직도 책 읽으러가는 곳 보다는 공부하고, 애들 책 읽히러 가는 곳인 듯 해서 안타까와요.
아아.. 저도 구립통합도서관 연계된 도서관 중 한 곳에서만 대여 가능하고 이미 관외대출중이더라구요;;
그러게요 ㅠㅠ 그나마 10월 말에 빌려서 가능했던거 같아요 ㅎ
그러게요 저도 놀랐어요 ㅠ 구립도서관 전체에 딱 2권있더라구요 ㅠ
읽다가 중국에서 7,80년대생이 가장 진보적이고 90년대생 이후부터 70년대 전 출생처럼 더 보수적인 성향을 보인다는데.. 우리나라도 얼마전 20대가 더 보수화되는 추세가 보인다는 데 비슷한 교육적인 이유 때문일까요?
진도가 좀 늦어서 이제 겨우 5장을 마쳤는데요,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과거제도에 대해 너무 치중한다는 느낌이 계속 듭니다. 데이터 분석도 뭔가 결정적이라고 하기엔 미흡해 보이고. 수나라 이전과 이후에 차이가 있다는 걸 데이터로 밝혔다고 하지만, 위진남북조 시대의 특성들이 좀 과다하게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과거제도에 대한 이야기는, 예를 들어 대한민국의 역사를 대학입시제도로 설명하려는 주장을 접하면 비슷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합니다. 대학입시제도가 다수 국민들의 신분상승욕구를 효과적으로 분출시키는 통로를 마련해 주었고, 근대화 과정에서 지대한 역할을 했을 수도 있겠죠.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이 정치와 사회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도 있겠구요. 대학입시제도가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을 만들어낸 핵심적인 동력이었다고 해도 그 주장을 틀렸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뭐랄까요. 균형이 좀 안 맞는 느낌.. 주관적인 느낌이긴 하지만요. 일단 그렇고 진도를 서둘러서 7장에 빨리 도착하고 싶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10월 25일 금요일과 주말에는 4부의 8장 '정부 공화국'을 읽습니다. 이 장에서는 중국에서 시진핑 시대의 과학기술 굴기가 가능할지 묻고 있어요. 최근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 중국의 인공지능(AI) 굴기와 과학기술 기반의 권위주의 체제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저는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 아래 두 책이 바로 생각나더라고요. 하나는 작년(2023년)에 화제작이었던 크리스 밀러의 『칩 워』(부키). 국내에서는 마치 현재 진행 중인 반도체 전쟁(?)에 가이드를 제시하는 책처럼 홍보가 되었지만, 사실은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훑으면서 결정적으로 1980년대 소련의 과학기술 고립 정책이 왜 실패로 끝났는지 논의하는 책입니다. 8장의 문제의식과 통하고요. 제가 좋아하는 국내의 반도체 전문가 성균관 대학교 권석준 교수님께서 쓰신 『반도체 삼국지』(뿌리와이파리)도 함께 읽으면 보완이 됩니다. 이 책은 한-중-일 삼국의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훑으면서 한-중-일 그리고 미국-대만의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전망해보는 책이에요. 최근 권 교수님 인터뷰도 찾아서 읽으면 도움이 됩니다.
칩 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반도체 산업의 태동부터 미국과 중국 간의 반도체 패권 대결, 한국과 대만, 일본, 실리콘밸리의 치열한 기술 경쟁과 미래 전략까지, 반도체 산업의 70년 역사를 담아낸 기념비적 논픽션 역사서다.
반도체 삼국지 - 글로벌 반도체 산업 재편과 한국의 활로반도체공학자이자 첨단산업 분야의 전략가 권석준 교수가 한국, 일본, 그리고 중국 반도체 산업의 현황과 역사, 그리고 앞으로의 구도와 전망을 기술전략적 관점에서 풀어낸, 명쾌하고도 흥미진진한 삼국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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