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5. <중국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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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외 중국 외교 관련해서 서양, 특히 미국이 너무 추상적인 이상주의에 빠져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점진적 단계를 밟아나가지 않은 점에 대해 지적한 게 좋았는데요. 얼마 전 읽은 라인홀드 니버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도 국가든 계급이든 인간 집단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집단, 특히 뭔가 요구하는 집단의 리더가 이상을 갖긴 해야 하지만 그 이상을 비현실적이고 낭만적인 이상 그대로 갈등 해결의 정책에 옮겨놓지 않고 비폭력적일지라도 어떤 효과를 보일 수 있는 설득력과 강제성이 없으면 그저 묵살당할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죠. (그래서 간디가 대영제국에 저항한 것은 non-resistance가 아닌 non-violent resistance인 점을 강조했고 또한 non-violent여도 violent한 consequence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했구요) 너무 이상적 인권만 주장하고 갈등을 피하고 최소화하려다 보니 오히려 리더들이 정치적 책임을 져버린다고 지적했는데 이 또한 대외중국외교에서 미국 정부가 보이던 허점인 것 같습니다.
중국필패 저자인 황야성 교수의 글이 조선일보에 실렸습니다.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www.chosun.com/economy/weeklybiz/2024/10/31/BCIHZ5QRU5DEXEMP2B4KNKYTGI/
앗 저도 얼마전 이 기사 읽었눈데! ㅎㅎㅎ 중국 기술에 대한 생각을 MIT오면 10분 안에 바꿔주겠다고 장담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요즘 다른 모임에서 “좋은 불평등”을 읽으면서 한국의 경제성장이 중국 경제의 급부상에 올라탔고 한중수교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는데.. 중국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우리 나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고민에 빠집니다.
고수와 이요원이 주연했던 황금의 제국이란 드라마 보셨나요? 무척 재미있었지만 약간 무협드라마 비슷한 과장된 설정이라고 느꼈는데, 9장 시진핑 시대를 읽다 보니 현실판 황금의 제국 같네요. 다들 부패해 있다 보니 반부패는 명분일 뿐 실제론 상대편을 치기 위한 무기 역할을 할 뿐. 검찰독재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우리나라가 황금의 제국 비슷한 상황이라고 믿는 것 같은데, 거기 대해선 사람마다 관점 차이가 클 듯합니다.
우리는 중국 공산당이 문제 해결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지만, 그 문제는 대개 스스로 만들어낸 문제라는 보다 넓은 진실을 말할 필요가 있다. 좋은 시스템은 문제를 해결하지만, 더 좋은 시스템은 문제가 커지는 것을 예방하는 데에 탁월하고, 애초에 문제를 만들지 않는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10장 497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꼭 중국이 아니더라도 두루 통용될 수 있는 주장이죠.
중국 독재 정권은 일단 불이 나면 진화 능력은 탁월하지만, 불이 처음 났을 때 경보를 울리는 데에는 끔찍하게 무능력하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10장 536쪽 ,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중국의 GDP는 한국에 근접하고 있는 반면, 정치 체제는 북한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10장 499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다음은 야성 황이 직접 요약한 이 책의 핵심 개요입니다.
경제와 기술의 역학 관계는 정치 변화의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이다. 6세기 이후 정치적, 이념적 동질성은 중국의 기술 궤도를 바꾸어 놓았고, 중국 공산당 치하에서 강력한 정치적 관심과 범위 확장은 기술 및 경제 성장에 박차를 가하는 조건이 되었다. 기술 자체만으로는 자유화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중국의 창의성이 절정에 달했던 위진남북조 시대 이후 1,000년 넘게 독재 정권이 이어졌다. 오늘날 기술 및 경제 강국인 중국은 그 자체로 민주화 추세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10장 501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이 단락의 전후와 다음 인용을 보면 야성 황이 기술 결정론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기술이 사회와 정치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킨다는생각이야말로 '기술적 오류'이다. 기술 자체는 사회나 정치를 변화시키지 못한다. 기술은 정치의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정치적 상황을 교란하기보다는 강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문해력과 종이, 인쇄술, 화약, 나침반의 발명은 유럽에 혁신적인 변화를 유도했지만, 그것은 유럽은 이미 분열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그러한 변화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10장 505~506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1989년 학생 시위대는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과 전례 없는 대면 대화를 할 수 있었지만, 일단은 더 많은 대화의 자리를 만들고 이러한 대화들이 부여한 정당성을 활용하는 대신 정부가 수용할 수 없는 양보를 요구했다. 이들의 급진주의는 자오쯔양 몰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고, 점진적이고 누적적인 개혁을 향해 중국이 가질 수 있었던 최선의 희망을 묻어버리고 말았다. 30년 후 홍콩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2019년 홍콩 시위대는 자신들의 요구에 대한 홍콩 정부의 양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10장 521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11월에 함께 읽을 『마오주의』를 읽으면서도 비슷한 고민을 했는데요. 저는 점진적이고 누적적인 개혁을 부정하고 단번에 성과를 내려는 혁명주의적인 발상에 대해서 굉장히 회의적인데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그랬답니다.) 야성 황도 비슷한 고민을 했었나 봅니다.
그쵸 저도 혁명 뿐만 아니라 뭐든지 단번에 큰 성과를 바라는 것에 회의적이어서 좀 큰 포부를 가지고 큰 성과를 내라는 교수님들이나 상사와 많이 부딪히곤 했어요;;; 그분들은 너무 꼬치꼬치 모든 단계와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일하는 제가 답답했겠지만.. 마치 다이어트나 성적 올리는 것이나 외국어 및 운동 실력 늘리는 등 오랜 기간 차곡차곡 누적되어야 하는 걸 일확천금처럼 획기적인 방법으로 단번에 이루려고 하는 심보같아서 전 자꾸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하죠;;
혁명의 문제점은 1)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없는 방안을 밀어부침으로써 내가 죽느냐 네가 죽느냐의 상황으로 만든다는 점 2) 전통과 인간 외적인 힘들을 무시하고 인위적 기획을 강요함으로 인해 고려하지 못한 요소들이 복수의 여신들처럼 돌아온다는 점. 이 두 가지가 생각납니다. 2의 대표적 사례는 대약진운동일 것 같고. 중국과 홍콩의 개혁 세력에게 판을 완전히 뒤집을 역량이 부족했다면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선에서 양보를 요구했어야 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은 뒤집을 역량이 있거나 더 강하게 요구해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생각했겠죠. 그것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명분이 있다는 확신과 집단의 흥분 속에서 객관적 요소들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던 것이라면, 그건 다른 유형의 비극일 것 같습니다.
다음 인용도 야성 황의 결론적 통찰 가운데 하나입니다.
경제 성장에 있어 민주주의가 독재 국가에대하여 결정적으로 우월하지는 못할 수도 있지만, 독재 국가가 민주주의보다 우월하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 역시 없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10장 525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아직 모임이 닫히기까지 날짜도 며칠 남았고, 어제(10월 31일) 분주해서 10월 벽돌 책 함께 읽기 마무리 인사를 못했어요. 이번 달도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저도 여러분의 감상 들으면서 책을 좀 더 깊이 있게 다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특히 @오도니안 @CTL @소피아 @borumis 님을 포함해서 페이스 메이커를 해주시고, 좋은 감상 남겨주신 여러분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오도니안 @장맥주 님, 아직 며칠 남았으니 꼭 마무리하세요. 저도 계속 말씀 듣고 의견 남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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