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5. <중국필패>

D-29
"이 책은 중국의 정치 시스템을 존속하게 하는 힘을 향해 겨눈 거대한 질문을 중심으로, 역사적 맥락은 물론 현시점에 일어나고 있는 상황들과 관련된 여러 질문들을 함께 다루고 있다."(28쪽) "나는 9,600만 명의 당원을 보유한 거대 조직인 중국공산당을 하나로 묶는 힘은 무엇이며, 중국공산당은 어떻게 개인의 주체성에 딱 성장만을 일으키되 시스템 붕괴를 일으키지는 못할 만큼의 권한을 부여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29쪽)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서론, 28~29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이 책의 핵심은 중국의 독재가 깊숙이 뿌리내리며 확고하게 지속해온 토대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효과적인 독재 실행 매커니즘이 있다는 것이다. EAST 공식의 첫 글자인 관료 채용 시험과 능력주의는 여러 세대에 걸친 중국 독재자들의 손끝에서 이러한 동질화 실행 도구가 발명되고, 확장되고, 성숙한 과정을 설명하는 데 중심적으로 등장한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서론, 42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1부 과거제도의 1장 부분을 읽고 난 느낌들을 적어 봅니다. 우선 측천무후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과도기였다는 막연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 찾아보니 당태종의 제위기간은 23년인데 측천무후는 고종이 병이 들어 수렴청정을 선언한 시기를 기준으로 하면 30년이나 실질적인 통치를 했습니다. 고종이 병들기 전 시기에도 영향력이 강했으니, 당태종 못지 않게 당나라의 전성기를 이끈 통치자였네요. 그럼에도 여자라는 점과 아무래도 정통성이 부족한 걸 극복하는 과정에서 잔혹한 일들을 벌이게 된 점 때문에 과소평가를 받아온 것이 아닌가 합니다.
네, 저도 유튜브에서 제목으로만 검색해 보았는데, 제목으로만 봐도 업적에 대한 평가보다 중국을 망친 여성으로 명명되는 듯하더라구요.
다만, 저자의 시각에 다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은, 중국의 역사가 규모는 키우고 범위는 줄이는 일관된 흐름으로 진행되었을지 의문입니다. 법가 통치의 극단이었던 진시황 시대, 한나라 초기와 한무제 시대, 송나라와 명청 시대를 비교하면 다 나름의 특징이 다르고, 기준을 어떻게 삼냐에 따라 규모와 범위에 대한 상대적 비교가 달라질 것 같거든요. 예를 들어 송나라의 경우 전후의 왕조들에 비해 사회의 다원성이 상당히 높은 시대였던 반면 진시황 시대는 과거제도 이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전제적이고 억압적인 시대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도니안 네, 저도 같은 맥락에서 송나라 시대를 어떻게 설명할지 관심을 가지고 봤는데, (제 독해로는) 끝까지 그 대목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 같아요. 송나라 예외도 실제보다 과장되었다, 정도로 퉁치고 넘어가는 느낌? 이것도 나중에 또 얘기할 기회가 있겠어요.
송나라 시대는 앞에 따로 자세히 다루는 부분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은가 보네요. 책 자체는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의 현대에 대해 아는 것이 적어서 배우는 게 많을 듯 합니다. 딴지거는 게 적성인데 앞으로도 많이 나올 거 같은 느낌이라 기대됩니다.
@오도니안 님의 질문과 약간 다른 말일수도 있는데, 송나라는 유능하고 효율적인 관료제를 운용하여서 유가 정치가 도달할 수 있는 정점에 이르렀지만, 결국 그 관료 집단이 너무 비대해지고 과도한 재정 지출로 이어져서 쇠망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비교적 상대적으로 작은 부분이지만, 과거제도의 과목에서 도가나 법가 등은 배제되고 유학만 시험 대상이 된 이유가 유학의 텍스트가 방대해서 시험의 변별력에 유리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건 저자가 농담을 하는 게 아니라면 그럴 듯해 보이지 않네요. 그보다는 유학이 통치에 가장 도움이 되는 이념이라고 결정되면서 다른 사상들은 배척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합니다. 그게 규모 확대를 위한 범위 축소라는 책의 주제와도 일관성이 있구요.
2장을 읽어봐야겠지만, 1장의 내용만으로는 과거시험에 대한 여러 흥미로운 정보들을 얻게 된 것에 비해 왜 그렇게 중요하다고 하는지 새롭고 강력한 논리가 제시된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과거제가 인재등용문이었다는 교과서적 주장과 별도로 성리학이라는 동질성을 가진 인적자본(엘리트)을 대량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니 저는 생각해보지 못한 참신한 해석이에요. 독재자를 반대하는 관료를 10만명 이상 죽여도 아직 쓸 사람이 남아있었다고 .
그러고보니 중국에는 독재자를 반대할만한 내부 엘리트 집단이 없군요. 귀족, 종교인, 경제인... 지식인이 될만한 인재는 다 관료로 가고
화제로 지정된 대화
와, 휴일(10월 9일)이신데도 벌써 읽고 감상을 남기신 분들이 많네요. (기분이 좋습니다.) 예고한 대로 오늘 한글날 10월 9일과 내일 목요일 10일은 1장 '규모 확장 수단으로서의 과거 제도'를 읽습니다. 이렇게 주말까지 포함해서 이틀에 한 장씩 읽는 일정이니 앞으로 독서 계획에 참고하세요.
@오도니안 @CTL 벽돌 책 함께 읽기 모임을 이끌면서, 한 가지 개인적으로 겸연쩍은 지점은 읽은 책을 추천하고 제안해서 성사된 모임이다 보니 자꾸 제가 책이나 저자를 옹호하는 포지션이 된다는 거예요. (제 생각이 꼭 책이나 저자에게 설득당하지 않았음에도.) 두 분의 비판적 의견에 대한 코멘트도 그런 취지라는 사실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하하하!
@오도니안 말씀하신 대목 가운데 "유학이 통치에 가장 도움이 되는 이념"이라는 지점은 앞으로 저자가 강조하는 포인트 가운데 하나이고, 특히 4부 과학기술 부분에서 실증 데이터와 함께 제시가 됩니다. 이 책의 구성이 특이한 게 저자가 시험-독재-안정성-과학기술로 논의를 확장해가기보다는 시험-독재-중국의 과거와 현재 / 시험-안정성-중국의 과거와 현재 / 시험-과학기술-중국의 과거와 현재 이런 식으로 논의가 진행됩니다.
@CTL 네, 말씀을 듣고 보니 1. 그런데 과거의 인재 선발 + 관리 선발이 딱 나눌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중국이 아니라 우리나라 조선만 봐도 비교적 중앙 정치와 거리가 먼 지방의 유교형 인재 양성도 사실은 입신양명(과거제-관리 선발)으로 상징되는 일과 뗄 수 없는 관계였으니까요. 2는 막연히 짐작만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충격을 받았던 대목인데요. 팔고문과 전형적인 답을 써내는 과거제의 한계는 뒤에서도 계속 반복적으로 강조되고 있긴 합니다.
@오도니안 @CTL 두 분께서 팔짱 끼고 읽으시는 모습 너무 좋습니다. 다른 분들도 비판적으로 독서하시는 데에 큰 도움이 될 듯해요. 감사합니다.
후후...팔짱 끼고 읽는 모습,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해 주신 책인데, 자꾸 걸고 넘어지는 듯한 말을 해서 자제하려고 하지만, 궁금증은 못 참아서요. 그런데, 그믐에도 숨은 고수님들이 많아서, 어리석은 말을 해도, 고수님들이 나서셔서 고쳐주시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물론 일부러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건 아닙니다~
@개와고양이 네, 그 부분이 이 책의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제가 한때 중국의 체제 변동에 꽂혀서 중국 쪽 책을 많이 읽었는데, 우리나라에서 각광을 받는 중국의 신지식인도 다들 대학 교수(사실상 공무원), 정부 산하 기관 연구원(사실상 공무원) 정체성이더라고요. 심지어, 계파의 이데올로그인 경우도 많고요. 중국에 독립적 지식인이 존재하는가, 이런 질문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죠.
@개와고양이 님이 말씀 하신 내용을 저도 여기저기에서 읽었습니다. 엘리트 집단을 진공펌프로 빨아들이듯이 관료체제가 다 휩쓸어가서, 두터운 지식인 계층이 만들어지기 어려웠다고.. 현대로 올수록 더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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