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을 읽다 보니, 얼마 전 읽은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이 자주 연상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보수주의의 고전이라서, 보수든 진보든 학습 내지 비판의 관점으로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엔 현대 우파의 가장 기본적인 믿음을 표현하는 책인 것 같습니다. 책을 직접 읽으면 느낌의 깊이가 다르지만, 제가 나름대로 중심 메시지를 표현해 보자면 "사회주의의 본질은 맹목적인 시장이 아니라 합리적인 계획에 의해 사회를 운영해야 한다는 믿음에 있는데, 사회를 인위적인 계획의 방식으로 운영하려고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이견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특정의 목적과 계획들을 사회에 강요하기 위해 일원화된 권력에 의한 지시와 통제의 길로 갈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권위주의와 독재이다. 그것이 나치즘 등장 전후의 독일이 걸은 길이었고, 영국 등 다른 서구 국가들도 그런 길로 나아가게 될 수 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자면, 중국 공산당은 중앙집권적인 계획 경제를 시도하다가 문화대혁명 등의 충격으로 파탄이 난 다음에 일사분란한 통제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계획을 세우고 결정하는 권력의 일부를 다른 주체들, 예를 들어 지방정부나 민간금융 등에 양도하고 분산시킬 수밖에 없었고, 그를 통해 개혁과 개방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한 과정은 중앙 공산당 지도부의 적극적 의도 속에 이루어졌다기보다는 통제를 할 역량이 약화된 상태에서 통제 밖의 영역들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을 방기 내지는 사후승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저자의 관점인 것 같습니다.
중국의 개혁과 눈부신 경제적 성장이 중앙 정부의 일관된 정책 덕분이 아니라, 상황의 변화에 따라 일원화된 권력의 통제가 약해지고 자율적 의사결정을 하는 주체가 많아진 것, 즉 좁게 제한되었던 "범위"가 "규모"의 성장과 균형을 이룰 수 있을 만큼 적절한 수준을 일부 되찾으면서 이루어진 성과라고 하는 주장이 아닐까 합니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5. <중국필패>
D-29

오도니안

himjin
“ 국가의 권력은 가장 중요했고 지금도 동일하며, 중국의 시스템은 물 샐 틈도 없다. 틈 없는 시스템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완벽에 가까운 설계, 시민사회의 부재, 뿌리 깊은 가치와 규범들 덕분에 전제 정치 체제는 중국에 깊게 뿌리 내렸다. 이것은 과거 제도가 지닌, 사회를 질식시키는 능력 때문에 가능했다. 과거 제도는 중국의 정치를 그 자리에 못 박았다. ”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3장, 150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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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jin
족쇄가 채워진 사회에는 국가에 대항할 수 있는 정당성, 지위, 자원이 없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3장, 157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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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jin
“ 서양과 중국에서 나타난 관료제의 또 다른 커다란 차이점은 바로 관료제의 발전 시기이다. 중국의 관료제는 정치보다 앞서 발전했고 정치의 발전을 저해했다. 반면 서양에서는 정치가 먼저 발전하고 성숙하여 관료제를 제한했다. ”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3장, 164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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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jin
“ 과거 시험의 문해력은 낯선 담론을 강요해 토론 민주주의를 막았다. 유교 텍스트는 방대하고 어려웠다. 고전 문헌의 언어를 암기하고 그 안에 담긴 권위주의적 가치관을 흡수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자연 현상을 탐색하고, 수학을 탐구하고, 정치적 반대파를 조직하고, 자유주의와 과학적 회의주의의 발전에 중대한 발자취를 남기는 등 다른 일을 할 시간이나 에너지가 없었다. 과거 제도는 인간의 능력을 이미 한계까지 밀어붙였다. ”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3장, 187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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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jin
“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업가 정신이 어떻게 강압적인 중국공산당과 공존할 수 있을까? 간단하다. 기업가 정신은 원자 단위의 개인주의에서 번성하고, 전제 정권은 개인의 자율성이 부재할 때 번성한다.
사실 중국공산당은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다만 그 정치 참여가 공산당이 정해놓은, 조직화가 불가능한 고림 공간 안에서만 가능할 뿐이다. 시민들은 설문 조사, 온라인 포털, 청원 등을 통해 중국공산당에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독재와 폭압은 개인주의에 전혀 불리하지 않다. ”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3장, 192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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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jin
<당 원로 대접하기 시작한 시진핑, 이유는?>
중국에 대해 잘 모르고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기사인데
이 기사 <중국필패>를 읽노라니 시선이 가네요~

YG
나는 중국에서 시장 개혁이 전개된 것은 중국 지도자들이 시장경제라는 개념을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니라 중앙 계획을 실행할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2장 113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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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니안
“ 그들(공산당의 이데올로그들과 보수적 원로들)은 날마다 국가를 돌아가게 하는 운전석의 관리자가 아니었다. 현장은 종종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였고, 이미 결정된 사안을 뒤집어야 하는 난처한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이것은 제안 단계에서 금지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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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니안
저도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4장의 앞부분은 이 이야기를 더 구체적으로 풀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CTL 님께서 일정이 힘들다는 말씀을 주셨는데, 약간 벅찬 읽기 일정인가요? 모임 끝나는 날보다 항상 여유 있게 일정을 잡고 있어서 조금 밭은 느낌이 나긴 합니다. 나중에 일정이 끝나도 며칠 말미가 있으니 자기 호흡대로 읽으시면 됩니다.

CTL
주말이 있으니 간당간당하지만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국에 대해 중구난방으로 알고 있던 부분이 이 책을 통해 정리 되는 듯 해서 좋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오늘 금요일 10월 18일과 주말에는 3부 '안정(Stability)'을 시작합니다. 5장 '무엇이 중국의 전제 정치를 안정적으로 만드는가?'를 읽습니다.
중국식 독재 정치는 어떻게 장수할 수 있었을까, 이 질문은 역사학자, 중국학자 여럿이 탐구해온 문제였어요. 야성 황은 이 장에서 기존의 논의를 비판적으로 소개하고 자신의 분석을 제시합니다. 저는 흥미롭게 읽으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한 대목도 많았는데요. 여러분도 한번 확인해 보시죠!

CTL
중국에 유독 독재가 오래 자리잡은 이유로 '중국어'를 꼽는게 재미있습니다.
알파벳과 같은 표음문자가 아니라 표의문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언어에 의한 통일성이 유지될 수 있었다니요.
복잡한 한자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아예 한자를 버리고 알파벳을 쓰자는 주장도 있었을만큼 골치아팠던 문제가 오히려 통일성을 유지해 준 장치로 꼽히는게 흥미로왔어요. 지금도 중국, 대만이 한자 문제로 신경전 벌이는 것도 다시 돌아보게 하고요.
소리에 관계없이 의미로만 소통이 되는 언어, 생각해보면 참으로 진귀한 도구이기도 하네요.
본질과 언어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합니다.

소피아
5장 읽고 있는 중인데, 4장에서도 5장에서도 야성 황의 논의에 6-70퍼센트는 설득되다가도 또 중간중간에선 ‘과연 그런가?’란 물음이 생겨서 뒷걸음치게되네요.
의문 중 하나는 ‘신뢰할만한 데이터인가’하는 부분이고요. (앞에서도 6세기부터 모든 과거 시험의 데이터가 존재한단 말인가하고 굉장히놀랐는데..) 그 외에도 깨알같은 의문점들이 곳곳에서 고개를 듭니다.
지금은 5장 읽다가 그림 5.1과 표 5.2에서 멈춰서 한참 들여다보고 있는 중입니다. 역사학자들은 저 두 개의 이미지를 어떻게 받아들일 지 엄청 궁금해지네요.

borumis
안그래도 WEIRD를 읽을 때도 이 책을 읽을 때도 과연 이 데이터가 신뢰할만할까?하고 의문이 가기도 하고 데이터가 신뢰할 만해도 다소 환원주의적인 결론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었는데..
그래도 솔깃하긴 하네요. 무엇보다 전 4장에서 갈수록 중국정부 돌려까기 스킬이 늘어가는 작가의 뒷담화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ㅋ

YG
@소피아 저랑 비슷하게 읽으셨네요. 4부에 가면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데이터가 나오는데, 그때도 야성 황이 제시하는 데이터의 의미를 놓고서 얘기 나누면 좋겠어요. 그래도 재미있지 않아요? 저는 3부부터는 뒤에 할 얘기가 궁금해서 정신 없이 빠져들기 시작했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늦었던 분들은 주말에 따라오셨나요? 오늘 월요일 10월 21일과 내일 화요일 22일은 6장 '털록의 저주'를 읽습니다. 중국 공산당 권력 승계를 놓고서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저자의 해석을 풀어놓고 있는 장인데요. 북한 김 씨 일가 얘기도 나오고. 저는 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시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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