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중국공산담은 시진핑의 조치들로 인한 폐해를 실감하고 임기 제한의 부재가 불러온 효과를 인식하게 될 것이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6장, 337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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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서문 읽고 1장 읽는 중이에요. 서문 읽으면서 흥미롭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한계를 증명해 보이겠다’는 단호함과 지적 야심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런데 논리가 어째 허술해 보이는 면과 ‘이야기 테크니션’으로서의 재주는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 때문에 좀 불안했습니다.
저도 다른 분들 지적해주신 것처럼 서문이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아마도 저자의 핵심 개념인 듯한 ‘범위’와 ‘규모’를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은 분량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서문 이후 본문에서 적어도 한 챕터를 할애해서 ‘범위’와 ‘규모’에 대해 따로 설명해줬더라면 좋았을 거 같네요. 아무튼 기대감 속에서 계속 읽어보겠습니다.
장맥주
“ 성리학은 본래의 유교와 비교해도 대놓고 독재저기고 통제적이었다. 성리학은 인간 욕망의 제거와 자아의 완전한 정복을 찬양했다. (…) 놀랍게도 성리학은 도덕성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 대신 통치자에 대한―그 통치자가 아무리 멍청하거나 비도덕적이더라도 개의치 않고― 절대적이고 무조건적 복종을 강조했다. ”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71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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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제가 성리학 잘 모릅니다만(그리고 성리학에 대해 거부감도 큽니다만) 저자의 이런 단언은 상당히 의심스럽게 들리는데... 이에 대해 의견 나눠주실 수 있는 분 계실까요.
오도니안
저도 성리학은 잘 모르지만 지나친 단정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독교도 해석하기에 따라 현대인 관점과 잘 안 맞는 부분들이 있지만 굉장히 다양하게 받아들여지고 삶에 적용이 되는데, 중국의 경직성을 성리학 이론 탓으로 돌리는 건 지나치다 싶습니다. 조선만 해도 한 성리학 했지만, 임금을 견제하고 갈아치우기도 했던 것처럼 무조건 충성과 복종만을 강조하고 도덕성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건 지나친 폄하같아요.
읽을 때는 좀 지나치네 하고 넘겼는데 장맥주님이 인용하신 구절을 따로 떼놓고 보니까 아무래도 이 저자는 흥미로운 관점과 지식들을 제공해 준다는 것에 만족하고 봐야지 다 신뢰하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맥주
맹자가 역성혁명 긍정하지 않았던가, 성리학은 맹자를 부정하나, 하고 검색해보니 오히려 이전까지 부정되던 맹자를 주요 경전에 포함시킨 게 주희라고 나오네요. 이 책은 조금 비판적으로 읽어야 할 거 같습니다.
장맥주
이 책을 읽다 떠오르는 다른 책이 있어서 한 권 추천합니다. 어우양잉즈의 <용과 독수리의 제국>입니다.
두 책 사이에 꽤 공통점이 많아요.
-두껍고 야심 차다: <용과 독수리의 제국>은 번역본 기준 920쪽입니다.
-저자 두 사람이 모두 중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교육을 받았다.
-저자 두 사람이 모두 MIT 교수다.
-저자 두 사람이 모두 역사학 비전공자다: 어우양잉즈는 물리학자입니다.
-저자 두 사람 모두 특정 시기가 아닌 중국 역사 전체를 주제로 삼았다.
-저자 두 사람 모두 중국의 기틀은 고대에 정해졌다고 주장한다: 어우양잉즈는 특히 진나라를 주목합니다.
-저자 두 사람 모두 중국 문명에 상당히 비판적이다: 어우양잉즈는 특히 유교를 비판합니다.
용과 독수리의 제국 - 나라는 어떻게 흥하고 망하는가! 진秦·한漢과 로마, 두 제국의 천년사유라시아 대륙의 동서 양쪽에 있는 진(秦)·한(漢)제국과 로마제국의 발전 과정을 비교한 책. 두 제국의 흥망성쇠를 실마리로 삼아, 양대 제국의 정치·경제·군사·민족·사상·관습 등 다방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총체적으로 탐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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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니안
제가 최근 좋게 읽은 거시중국사는 이 책입니다. 진화론을 부정하는 등 기독교 관점이 지나친 부분이 있지만 많이 두드러지지는 않고, 재미있게 봤어요. 송나라 이야기는 전체의 일부분이지만, 송나라가 몽골에 망하지 않았으면 유럽보다 먼저 산업화에 성공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송나라의 슬픔 - 근대의 문턱에서 좌절한 중국 문명을 반성하다풍부한 학식과 예리하고 생동감 넘치는 필체로 많은 사료를 분석해 중국 문명의 흥망성쇠를 풀어낸다. 동서양의 경험을 결합해 중국의 일원화 문명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어떻게 발전하고 강화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중국 문명 전환이 실패한 과정과 이유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고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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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송나라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많이 나오죠. 아예 이런 책도 있어요. 『중국화하는 일본』. 요나하 준이 말하는 중국이 바로 송나라입니다. :) 요나하 준은 시선이 재기발랄해서 재미있는데, 학계에서는 그다지 인정을 못 받는 일본의 논객 지식인입니다. 그의 『헤이세이사』도 함께 읽어볼까 하다, 일본 현대사 선생님들이 질색하셔서 말았어요.
중국화 하는 일본 - 동아시아 ‘문명의 충돌’ 1천년사‘중국화’와 ‘에도시대화’라는 두 개념을 뼈대 삼아 동아시아 1천 년의 역사를 대담하게 훑어나가는 책이다. 2011년 여름, 문예춘추사에서 출간된 이 책은 인문서로는 드물게 30만부 이상 판매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헤이세이사 - 1989-2019 어제의 세계, 모든 것원래 「PLANETS」의 메일 매거진에 제13장까지 연재된 것을 바탕으로 14장부터는 저자가 이 책을 위해 새로 쓴 것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에서 아무로 나미에까지 헤이세이 시대의 결정판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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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니안
송나라가 중국 왕조 중에서 여러 모로 특이하긴 한 것 같아요. 송나라가 군사력이 약했다고 무시당하는 경향도 있다지만 백년전쟁에 패배한 영국이나 표트르 대제한테 눌린 스웨덴처럼 외부에 대한 정복의 꿈이 무산된 나라들이 우리끼리 어떻게든 잘 살아보자 하면서 더 잘 되어가는 아이러니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오도니안
이 책도 좋았는데, 전국시대의 엄혹한 군법 집행 같은 부분들이 인상적이었어요. 법가사상과 약법삼장의 이야기 같은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실감의 정도가 다르게 이야기를 해주셔서.
포위공격을 당하는 성 안에서 가족을 잃고 울면 사기를 떨어뜨린다고 법으로 처벌을 당하고,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법을 어긴 백성들에게 처벌을 제대로 안했다는 이유로 관리를 엄하게 처벌하는 이야기 같은 걸 보면 진나라가 얼마 나 무지막지하게 통제를 가했는지를 볼 수 있고, 일말의 자유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엄혹한 법치와 진나라 멸망에서 교훈을 얻은 한나라의 상대적인 온건함의 조화로 중국의 통치체계 기본이 형성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춘추전국이야기 5 - 원교근공, 대학살의 시대·진나라의 천하통일3년간의 기획, 10년간 중국 전역 직접 탐사. 국내 최초 춘추전국시대를 정면으로 다룬 역사교양서. 새로운 디자인, 세심한 교정교열로 다시 만나는 《춘추전국이야기》. 여행하는 인문학자 공원국과 위즈덤하우스가 3년간 기획하고 저자가 10년간 중국 전역을 탐사하여 집필한 《춘추전국이야기》 시리즈의 개정2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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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장맥주@오도니안 유교에 문외한인 제가 어쭙잖게 덧붙이자면 지배 이데올로기로서의 유교와 유학 그 자체의 힘을 찾아보려는 시도는 오랫동안 전근대 유학자부터 최근까지 계속 되어오는 것 같아요. 이 책에서 야성 황이 얘기하는 유교는 지배 이데올로기이고(뒤에서 여러 차례 강조됩니다) 우리가 이곳저곳에서 접하는 유교/유학의 여러 모습은 후자의 노력의 결과물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저는 유학 공부는 은퇴 후로 미뤄두고 있는데 짧은 독서로는 배병삼 선생님 책이 좋았어요. 『우리에게 유교란 무엇인가』는 지배 이데올로기가 아닌 유학의 가능성을 고전을 해석하면서 찾아본 것이고 『맹자, 마음의 정치학』은 성리학 특히 주희의 해석으로 그 전복성이 훼손된 맹자 사상의 본류를 살린 걸작으로 평가받더라고요. (저는 아래 소개하는 책들 가운데 앞 두 권은 아주 재미있게 읽었고 맹자 세 권은 은퇴 후로 미뤄뒀어요.)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반양장)10년 넘게 <논어>를 연구한 저자는 이를 현대 우리말로 발랄하게 해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