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그러한지 논란은 있겠지만 과거 한국은 분명 정실 자본주의였고, 지금도 수직적 자본주의적인 면이 많은 나라라고 느껴요. 이 책 읽으면서 뜻밖에도 한국 사회를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들을 많이 발견하네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5. <중국필패>
D-29

장맥주

장맥주
“ 중국에는 조직된 사회가 존재하지 않고, 시민사회의 부재는 계속해서 국가의 힘을 강화한다. 강한 사회는 국가 내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외부로의 선택권을 제공한다. 민주주의에서 종종 ‘회전문’이라고 조롱받기도 하지만 이 선택권에는 매우 중요한 기능이 있다. 국가로부터 탈출하는 비용을 낮춰준다는 것이다. ”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190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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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반면 과거 제도는 개인의주체성이 아닌 극도의 개인주의를 표방했다. 수험생들은 치열한 제로섬 토너먼트에서 죽도록 경쟁했고 협력하면 가혹한 불이익을 받았다. 작고 고립된 공간에 갇혀 거의신화에 가까워진 한 고대 국가가 정한 조건에 따라 외롭고, 잔인하며, 인간을 거의 원자 단위로 부수는 경쟁에 몰두했다. 그 지경으로 개인화된 사회는 더는 사회라 부를 수 없다. ”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191~192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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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이 양극화 시대에 중국 정치에서 경제적 자유주의와 정치적 자유주의가 모두 폭발한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질문 자체가 곧 질문에 대한 답이다. 정치와 정책의 혁신은 다양한 사상과 정치가 존재할 때 숙성한다. 중국과 같은 상명하달식 시스템에서는 양극화가 이러한 다양성의 유일한 원천이다. ”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198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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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니안
계속 끄덕끄덕 하면서 읽게 되는 책보다 좀 의아한 부분들이 적당히 있는 책을 읽는 것이 생산적인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풀리기는 어렵지만 궁금한 질문들이 계속 생기네요.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과학적 사고방식이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까요? 그 사고방식이란 것은 인류 보편의 방식이 아니라 문명에 따라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것일까요? 혹은 철학자 같은 이들에 의해 발명되었어야 하는 걸까요? 또는 시장경제나 정치의 다원성 같은 환경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일까요? 먹고 사는 일도 힘들었던 과거에 사람들이 성과가 불확실한 과학 연구와 발명에 자원과 노력을 기울일 수 있게 했던 조건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런 질문들입니다.

YG
@오도니안 여기 함께 읽으시는 분들은 오도니안 님 독서 후기를 읽는 것만으로는 아주 즐겁고 또 도움도 받으실 거예요. 계속해서 페이스 메이커로 감상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장맥주
“ 당신자오에 따르면 “알파벳 문자 체계는 문화와 정체성을 분열시키는 경향이 있다.” 중국어는 여러 지역에서 다르게 발음되지 만, 표의문자인 한자로 쓴 중국어는 읽는 사람에게 같은 의미를 전달한다. “이로 인해 전혀 다른 지역 방언을 쓰는 다른 사람들도 같은 방식으로 텍스트를 읽고 이해할 수 있었으며 이는 근대 이전 중국에서 의사소통을 크게 촉진했다.” ”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254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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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쫓아가며 5장 읽고 있습니다. 위에서 @CTL 님이 이미 말씀해주신 것처럼, 표음문자와 표의문자가 문화와 정체성에 미치는 역할을 지적한 부분이 재미있네요.

소피아
동질적이면서 광대한 영토를 소유하는 제국은 기술 발전에 해로운 것으로 밝혀졌다. 작고, 내부적으로 경쟁이 많은 왕국은 창의성이 뛰어났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7장,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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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7장을 읽으면서 가장 동의했던 부분입니다. 작년에 <변화의 세기> 읽으면서도 포스트를 남겼는데, 유럽에서 가장 늦게 통일된 두 나라인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르네상스와 종교 개혁이 일어닜던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합니다.

소피아
6세기 이전의 중국은 그 이후의 중국보다 경합성이 높았다. 즉, 더 이질적인 사회, 정치, 사상 체계였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7장,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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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7장의 키워드는 “경합성 (contestability)”인 것 같습니다.
저자는 전공 용어에서 가져온 것 같은데, 저는 그냥 단어 본래 의미대로 이해했습니다. 역사책을 읽을 때마다 받았던 어떤 느낌을 단 한 단어로 정리해주네요. 경합성이 높은 사회일수록 혁신이나 기술 도약의 여지가 많은 거겠죠.
하지만 또 한편으론, 그렇다면 산업 혁명이 일어났던 영국 사회는 경합성이 높았을까? 하는 질문이 남습니다. 유연하고 관용적이면서 경합성이 높았다면 그 많은 청교도들이 종교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이주했을까 싶거든요.

소피아
<중국 필패>는 올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의문과 생각이 많아지게 만드는 아주 도전적인 책인 것 같습니다. (완벽하게 동의할 수도 없는) 과거 시험을 너무 전면에 내세우는 바람에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여러 장점이 묻히게 되어서 안타깝기도 하구요.
7장을 읽으면서 저의 반응은 이런 과정을 거쳤습니다.
응? —> 뭐라고???? —> 그, 그럴수도..—> (저자의 말빨에 휘말리며) 끄덕끄덕 —> 중간에 질문 백만개 나왔지만 모두 휘발되어버림 —> (8장 넘어가며) 찜찜한데..
위에서 말씀하셨듯이 저도 발명의 질적 중요도에서 의문이 생겼구요, 7장 초반에 나온 과학기술 인력의 정부 고용 부분이 높았던 시기에 대한 설명과 중반에 나온 CDI에 대한 설명이 상호 모순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CDI 지수 자체도 좀 아리송했지만 이건 역사 데이터 부재 속에서 어쩔 수 없다고 넘기고..
게다가, 야성 황은 줄곧 호기심을 이야기하는데 (“중국인의 호기심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저는 결정적인 발명이나 기술, 혁신을 만드는 것은 호기심이 아니라, “필요”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스나 페르시아, 또는 아랍 역시 호기심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럽지 않을까요? 이들 역시 산업혁명으로 나아가지 못했구요.
또, 정화 원정 예를 들면서 대항해 시대로 나아가지 못함 (혹은 기술적 도약을 하지못함)을 이야기하는데, 유럽에서도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이 대항해 시대에 앞장서서 나섰지만, 산업혁명이 일어난 곳은 영국이었습니다. 야성 황이 중국 vs 유럽 대륙 전체의 구도로 비교하면서 세부 사항들이 누락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야성 황이 수나라의 과거시험을 기술적 퇴보를 이끈 주범으로 주구장창 공격하는데 반해, 수나라의 대운하가 중국 역사에 경제적으로 기술적으로 미친 영향은 과소 평가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개혁개방시대 덩샤오핑의 남순강화를 가능하게 하고 현 중국의 1선 도시 대부분이 동남쪽에 포진하게 만든 것은 수나라때 완성한 대운하 덕분 아닐까 싶은데요..

YG
@소피아 아주 흥미로운 문제를 제기하셨는데요. 바로 그 필요에 천착해서 대분기의 주체가 동양-중국이 아니라 서양-영국이었다고 주장한 학자가 로버트 C. 앨런입니다. 앨런은 산업 혁명기 정확히 말하면 19세기 초의 인건비 차이가 산업화의 필요를 갈랐다고 주장합니다.
벽돌 책 함께 읽기 책들 중에서는 『권력과 진보』(2023년 9월)에서 앨런의 주장에 대한 반론이 나온 적이 있고, 『화석 자본』(2024년 6월)에서는 일단 그의 주장을 수긍하고 나서 좀 더 깊이 살펴보자고 언급된 적이 있어요. 앨런의 주장은 아래 책에서 접할 수 있습니다.

세계경제사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17권. 지난 500년간 세계 각국의 임금과 생활수준, 주요 산물의 가격 등을 비교하면서 역사의 분기점은 어디에 있는지, 부국의 기회를 잡은 국가들의 공통점은 무엇인지, 무엇이 현재의 불평등의 기원이 되었는지를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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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흥미로운 문제인건가요?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요? <권력과 진보>에 나온 반론은 뭔가요? 제가 그 책 완독 못했는데 어디쯤 봐야 나오나요?
7장 그림 7.2 - 너무 흥미로운 그래프였는데, 내가 그래프 보며 생각했던 거랑 야성 황의 해석이랑 달라서 놀랐어요. 다른 분야 전문가가 (예를 들면 역사학) 보았을때 해석은 또 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야성 황이 자기가 만들어 놓은 틀 (과거제-관료제 악영향)에 몰두해서 사각지대가 생긴 건 혹시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스타일리스트의 함정이랄까..

오도니안
저도 필요가 호기심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다만, 순수과학이나 발견의 분야에서는 호기심도 중요한 역할을 할텐데, 순수한 호기심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고 호기심을 공유하는 집단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공통의 질문에 대해 더 나은 답변을 내는 사람이 사회적 평판을 얻는다든지 하는 보상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연구결과가 누적되면서 발전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과학사와 기술사를 더 깊이 공부해 보고 싶네요.
경합성이 중요하다고 한 건 '총균쇠'에서도 언급이 되죠. 경합성이 중요한 건 정부들이 경쟁하면서 유용한 지식의 획득과 적용을 촉진한다는 측면과 정부의 탄압이 있는 경우 외국으로 떠나는 등의 대안이 있기 때문에 탄압에 대한 저항이 가능해진다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청교도들의 이주나 스페인의 종교 탄압을 피해 네덜란드로 이주한 유태인들, 루이14세의 박해를 피해 떠난 위그노 교도들이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각각은 본국에 해가 되고 이민을 받아들인 국가들에게는 득이 되었죠. 이런 요인들이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관용도가 높아지게 되는 동력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상대적인 것이고 시기마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었겠죠. 청나라에선 죄인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능지처참을 행하고 연좌제로 일족을 몰살하는 문화였다면, 영국은 이교도와 반란자들을 화형에 처하긴 했어도 근대 이후엔 교수형이 일반화되고 연좌제 관행은 별로 없었다는 정도의 차이는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YG
@소피아 저는 앞에서 언급해주셨던 『마오주의』(유월서가)를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처음에는 사후적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중에 훑어봐야겠다, 생각했던 책인데. 다시 살펴 보니 요즘의 맥락에서도 의미가 있는 책이더군요. 읽다 보니 야성 황의 책과 통하는 면도 있고요.

마오주의 - 전 세계를 휩쓴 역사마오쩌둥과 중국공산당의 극적인 세계 데뷔였던 『중국의 붉은 별』을 비판적으로 재해석하며 이야기를 시작해,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인도, 네팔, 서유럽, 미국, 탄자니아, 페루 등 거의 모든 대륙에 진한 붉은 흔적을 남긴 역사를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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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마오주의』는 내년(2025년)쯤에 벽돌 책 함께 읽기에서 같이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어요. 너무 재미 있어서 주말에 무심코 손에 들었다가 절반이나 읽었습니다. 미국, 유럽 등의 신좌파와 문화 혁명에 마오주의가 미친 영향 부분을 읽고 있어요.

CTL
저는 줄리아 로벨의 '아편전쟁'을 아주 재밌게 읽었어요. 2012년에 나왔네요.
https://www.amazon.com/Opium-Drugs-Dreams-Making-China/dp/0330457489
마오주의는 2019년에 나왔군요.
2025년에 '함께읽기' 예약 1번 찜합니다~

borumis
줄리아 로벨의 마오주의 Maoism 영문판 전자책이 4.99불로 할인 중이네요. 득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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