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5. <중국필패>

D-29
유교에 대한 제 생각을 덧붙여 보자면, 저는 제가 비종교인이라서 그런지 종교나 철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좀 회의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주변의 기독교인 분들을 보면 정말 종교적인 삶을 사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냥 교회라는 커뮤니티를 더 중시하는 분들도 많으신 것 같거든요. 좋은 말씀들을 삶에 응용한다는 정도이지, 교리로 인해 사고의 틀이 일방적으로 정해지고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요즘이야 세속적인 사회니까 과거 사회와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기도 한데, 과거에도 일반 대중은 철학자나 성직자들처럼 종교와 철학의 의미를 깊이 따지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어찌 보면, 기독교에서 강조하는 이웃사랑, 유교에서 말하는 충효의 가치들은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윤리이기도 하잖아요. 공동체로 어울려 살다 보니 공동체에 도움이 되고 이웃 간의 관계에 도움이 되는 윤리들이 자리잡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같습니다. 그러니, 어떤 사회의 문화적 특성들은 지배적인 종교나 철학의 논리적 귀결에 영향을 받기보다는 사회의 더 객관적인 요소들의 영향을 받아 형성이 되고, 종교나 철학은 그런 특성들을 자연스럽게 지지해 줄 수 있도록 변형되고 응용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예를 들어 유학에도 굉장히 여러 요소가 들어 있는데, 명나라가 들어서고 전제화가 심해지면서 맹자의 역성혁명론은 왜곡되거나 배척되고 절대적 충성이 더 강조되는 식인 거죠. 전족 같은 여성 억압적 측면도 유교의 논리적 귀결이라고 할 수는 없고 일부 포함되어 있었던 요소들이 시대에 따라 다른 강도의 중요성을 갖게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중국이 점점 더 여성 억압적 사회가 되었다면, 유교가 아닌 다른 요인들이 더 중요했고 유교는 그 과정을 돕는 역할을 했을 것 같습니다. 기독교 안에도 왼뺨을 맞으면 다른 뺨을 내미라는 식의 평화주의에서 하나님의 명을 거역하는 이민족을 남김 없이 살해하라는 극단적 배타주의까지 무척 다양한 요소가 있는데 소록도의 수녀님들에서 예루살렘을 피로 물들인 십자군까지 무척 다른 방식으로 적용이 되어 온 것 같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유학의 고유 특성보다 유교든 도교든 특정 이념으로 획일화가 되었다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보는 저자의 관점에 동의가 됩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유교가 기독교처럼 다른 종교나 철학을 억압하는 측면은 적지 않았나, 유교가 과학적 방법론과 모순을 갖는 것이 아니라면 사상의 획일화가 기술의 발전을 저해했다는 주장에는 더 많은 설명이 따라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함께 듭니다.
"어떤 종교도 본질적으로 폐쇄적이거나 개방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문화는 진화하는 생명체로, 하나의 본질로만 규정하고 고정해 볼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환경과 사회에 따라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하는 것이 종교이고, 또 문화다. 특히 황금기의 이슬람은 무척 개방적이어서 현대인이 품고 있는 고정관념과 매우 다른 사회였다. 실제로 코란은 칼의 절뿐 아니라 폭력을 절제하고 평화를 주문하는 다수의 지침도 포함하기 때문에 이슬람은 포용적 사회의 기반이 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중인데, 이슬람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유교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같은 책에 송나라 이야기도 나오고 중국 모델과 공통점을 가진 싱가포르를 포함해 타이완, 스위스, 스웨덴 등 나라마다 다른 발전 모델이 소개되어 있어 흥미롭습니다. 복지국가의 대표 모델인 스웨덴에서는 상속세가 존재하지 않고, 신자유주의의 대표 모델인 싱가포르에서 주택과 관련해선 사회주의적 정책이 펼쳐지고.. 중국의 압박으로 국가 취급도 못받는 타이완의 처지는 안타깝네요.
22개 나라로 읽는 부의 세계사 - 역사의 흐름을 지배한 7가지 부의 속성제도를 만들고 도시를 발달시킨 바빌로니아제국부터 현재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유럽연합까지, 22개국의 역사를 경제적 관점으로 살펴보며 부를 일군 7가지 요소를 도출해낸다. 시대를 빛낸 부국의 흥망성쇠를 통해 오늘날 세계의 흐름을 파악하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안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중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경제적인 방향 뿐만 아니라 더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사회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을까 궁금해졌어요. 특히 이슬람 문화권.. 이 책도 재미있어 보이네요.
저도 유교가 다른 종교나 사상에 비해 더 비과학적인 부분이 있는지 궁금했는데 (유교 뿐만 아니라 동양철학을 거의 몰라서;;) 더 깊게 다루지는 않으시더라구요..
제가 읽으면서 중언부언한다는 느낌이 오곤했는데 바로 그 이유였습니다. 과거제로 다 설명하려하는 구나 그러다보니 약간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사는 한 번도 정식으로 공부한 적이 없고, 나름대로 순수 재미삼아 여러 책들을 읽는 편인데요, 몇 가지 역사적 사건에 꽂혀서 막 파고 든 적이 있습니다. 그 때마다 마지막에 발견한 해답은 이러저러해서 이러저러하다보니, 결국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이더군요. 저 책 제목처럼 ‘그냥 벌어질’수도 있고, 비슷하게 ‘그렇게 될 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 또는 ‘그럴 필요가 생기는 상황’으로 전개가 되더라구요. 저 책 제목에 심정적으로 동감합니다.
또한, 응시자들은 기술적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주제에 대한 정책 서술을 펼쳐야 했다. 예를 들어, 만력제는 전시에서 “나는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도 왜 성취한 것이 거의 없는가?”라는 절규와 같은 문제를 내기도 했다. 또 다른 질문은 “실제로 지배하지 않고 어떻게 통치할 수 있는가”였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270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ㅋㅋㅋ 전 왜 저 '절규와 같은 문제' 부분에서 빵터졌는지;;;
만력제에 갑자기 연민이 생기더라고요. ㅋㅋㅋㅋㅋ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ㅋㅋㅋ 중국사 최악의 4대 암군에 속하니.. 뭐 할 말이 없을 것 같은데.. 술과 여자에 빠져 30년간 일을 하나도 안해 신하들이 얼굴을 까먹을 정도였고 나라를 멸망으로 몰고 가다가 막판에 임진왜란 때 조선을 도와줘서 우리야 땡큐한 황제?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히키코모리 오타쿠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정덕제는 활발한 오타쿠) '나는 왜 성취한 게 없는가', '지배하지 않고 어떻게 통치할 수 있는가' 같은 문제를 낸 걸 보니 의외로 자기성찰을 하는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혹시 '무위의 통치가 최고의 통치' 같은 기묘한 통치철학 같은 게 있었던 걸까요? 그냥 게을렀던 게 아니라?
앞면은 중국공산당이 이기고 뒷면은 중국 사회가 지는 것이다. 성과가 나쁘다고 해서 이 효과가 반드시 감소하는 것은 아니며, 경제성장은 당연히 이 효과를 증대시킨다. (…) 시진핑이 직접 경고한 ‘타키투스 함정’―인기 없는 정부는 어떤 일을 해도 인기가 없는 상황―의 극단적 반대 현상이기도 하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296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6/0000050603 한계레21 기사인데, 중국의 출판의 자유 상황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각론을 떠나서 저자가 현재 중국이 가고 있는 방향에 대해 보여주고 있는 우려에는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평소에 무심코 넘기던 중국 관련 기사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SF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휴고상을 탄 중국 작가 류츠신의 ‘삼체’ 관련 기사도 자세히 읽어보게 되더이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328500?sid=104
우울한 기사네요. 정말 중국 관련 기사들에 더 관심이 가게 됩니다.
@밥심 @오도니안 제가 불과 석 달 전에 베이징에서 저 분과 식사하면서 넷플릭스 삼체 어떻게 봤느냐고, 문혁 장면 나와도 되느냐고 농담조로 이야기했었는데... 아찔하네요. 당시 배석했던 중국인 편집자가 "중국은 1984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었습니다.
세상에... 모옌도 결국 저런 취급을 당하고 있네요. <풍유비둔> 읽고서 중국 현대문학에 관심가지기 시작했는데요. 모옌 작품 정도는 오히려 온건한 편이고 노벨상까지 안겨다줬으니 존경받으며 지내겠구나 했습니다. 삼체는 너무 거대한 세계일 거 같아서 안 읽어봤지만 해외에서도 너무나 인기있는 작품이던데 그 출판사까지 고초를 겪다니요... 중국필패 10장에 달린 epigraph가 정말 시의적절하네요. 가끔은 "no"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고...
그쵸.. 아니라고 대답할 자유를 달라!
@오도니안 @장맥주 @CTL 류츠신의 또 다른 작품 <유랑지구>는 전 영화로만 봤는데 완전 중국 국뽕이 차고 넘치는 작품이거든요. 중국 체제에서 살아남으려는 작가의 사투(?)가 엿보여 더욱 안타깝습니다.
<한국이 싫어서>가 중국에서 출간되었는데, 제목이 바뀌었어요. ‘한국을 나가다’였나 ‘한국을 걸어나가다’로 바뀌었습니다. 중국 출판사에서 ‘검열이 우려된다’며 제목을 바꿨는데, 중국 싫다는 것도 아니고 한국 싫다는 제목인데도 안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자기 나라를 싫어할 수 있다’는 개념 자체를 조심스러워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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