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5. <중국필패>

D-29
더욱 중요한 효과는 GDP가 지표인 동시에 정책 목표가 되면서 중앙 지도자들이 계급 투쟁, 대중 선동, 인격 숭배 등 중국공산당이 관습적으로 추구해 온 끔찍한 대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덕분에 중국 정치는 훨씬 온건해졌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115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M자형 경제는 위임을 통해 가능하며 독재자들은 저마다 ‘위임’의 정의를 다르게 해석한다. 덩샤오핑은 M자형 접근 방식을 승인했으나 시진핑은 중국공산당 특유 능력주의의 인센티브와 자율성 측면을 급격히 축소했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136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시진핑은 정치적 ‘성과’를 재정의하며 경제를 희생시켰다. 독재적인 능력주의는 본질적으로 취약하다. 그 시스템 안에서 성과가 어떻게 정의되고 구성되는지는 독재자의 지혜는 물론 순간의 변덕에 따라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136~137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미그달은 개발도상국의 공통적인 문제, 즉 국가가 자주적이고 유능한 주체로 부상하기 위한 투쟁을 지적한다. 잠시 후 소개할 민간-정부 관점은 이러한 시각을 뒤집어 국가가 사회 위에 군림하고 지배한다고 주장한다. 제국주의 국가와 오늘날의 중국공산당은 명백하게 민간 정부에 속한다. 족쇄를 찬 것은 국가가 아니다. 사회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148~149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국가와 사회를 분리하는 시각이 신선합니다. 한국 역시 사회가 부족해서 사회의 역할을 국가에 떠맡기는 곳 아닌가 생각합니다.
반기업 스탠스는 특정 종류의 자본주의, 다시 말하면 내가 ‘수직적 자본주의’라고 부르는 자본주의를 낳았다. 이는 두 가지 형태로 국가와 결합한 자본주의이다. 하나는 국가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국가 자본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와 기업 간의 동맹을 수반하는 정실 자본주의이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160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지금도 그러한지 논란은 있겠지만 과거 한국은 분명 정실 자본주의였고, 지금도 수직적 자본주의적인 면이 많은 나라라고 느껴요. 이 책 읽으면서 뜻밖에도 한국 사회를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들을 많이 발견하네요.
중국에는 조직된 사회가 존재하지 않고, 시민사회의 부재는 계속해서 국가의 힘을 강화한다. 강한 사회는 국가 내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외부로의 선택권을 제공한다. 민주주의에서 종종 ‘회전문’이라고 조롱받기도 하지만 이 선택권에는 매우 중요한 기능이 있다. 국가로부터 탈출하는 비용을 낮춰준다는 것이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190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반면 과거 제도는 개인의주체성이 아닌 극도의 개인주의를 표방했다. 수험생들은 치열한 제로섬 토너먼트에서 죽도록 경쟁했고 협력하면 가혹한 불이익을 받았다. 작고 고립된 공간에 갇혀 거의신화에 가까워진 한 고대 국가가 정한 조건에 따라 외롭고, 잔인하며, 인간을 거의 원자 단위로 부수는 경쟁에 몰두했다. 그 지경으로 개인화된 사회는 더는 사회라 부를 수 없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191~192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이 양극화 시대에 중국 정치에서 경제적 자유주의와 정치적 자유주의가 모두 폭발한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질문 자체가 곧 질문에 대한 답이다. 정치와 정책의 혁신은 다양한 사상과 정치가 존재할 때 숙성한다. 중국과 같은 상명하달식 시스템에서는 양극화가 이러한 다양성의 유일한 원천이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198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계속 끄덕끄덕 하면서 읽게 되는 책보다 좀 의아한 부분들이 적당히 있는 책을 읽는 것이 생산적인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풀리기는 어렵지만 궁금한 질문들이 계속 생기네요.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과학적 사고방식이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까요? 그 사고방식이란 것은 인류 보편의 방식이 아니라 문명에 따라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것일까요? 혹은 철학자 같은 이들에 의해 발명되었어야 하는 걸까요? 또는 시장경제나 정치의 다원성 같은 환경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일까요? 먹고 사는 일도 힘들었던 과거에 사람들이 성과가 불확실한 과학 연구와 발명에 자원과 노력을 기울일 수 있게 했던 조건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런 질문들입니다.
@오도니안 여기 함께 읽으시는 분들은 오도니안 님 독서 후기를 읽는 것만으로는 아주 즐겁고 또 도움도 받으실 거예요. 계속해서 페이스 메이커로 감상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당신자오에 따르면 “알파벳 문자 체계는 문화와 정체성을 분열시키는 경향이 있다.” 중국어는 여러 지역에서 다르게 발음되지만, 표의문자인 한자로 쓴 중국어는 읽는 사람에게 같은 의미를 전달한다. “이로 인해 전혀 다른 지역 방언을 쓰는 다른 사람들도 같은 방식으로 텍스트를 읽고 이해할 수 있었으며 이는 근대 이전 중국에서 의사소통을 크게 촉진했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254쪽,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쫓아가며 5장 읽고 있습니다. 위에서 @CTL 님이 이미 말씀해주신 것처럼, 표음문자와 표의문자가 문화와 정체성에 미치는 역할을 지적한 부분이 재미있네요.
동질적이면서 광대한 영토를 소유하는 제국은 기술 발전에 해로운 것으로 밝혀졌다. 작고, 내부적으로 경쟁이 많은 왕국은 창의성이 뛰어났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7장,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7장을 읽으면서 가장 동의했던 부분입니다. 작년에 <변화의 세기> 읽으면서도 포스트를 남겼는데, 유럽에서 가장 늦게 통일된 두 나라인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르네상스와 종교 개혁이 일어닜던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합니다.
6세기 이전의 중국은 그 이후의 중국보다 경합성이 높았다. 즉, 더 이질적인 사회, 정치, 사상 체계였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7장,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7장의 키워드는 “경합성 (contestability)”인 것 같습니다. 저자는 전공 용어에서 가져온 것 같은데, 저는 그냥 단어 본래 의미대로 이해했습니다. 역사책을 읽을 때마다 받았던 어떤 느낌을 단 한 단어로 정리해주네요. 경합성이 높은 사회일수록 혁신이나 기술 도약의 여지가 많은 거겠죠. 하지만 또 한편으론, 그렇다면 산업 혁명이 일어났던 영국 사회는 경합성이 높았을까? 하는 질문이 남습니다. 유연하고 관용적이면서 경합성이 높았다면 그 많은 청교도들이 종교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이주했을까 싶거든요.
<중국 필패>는 올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의문과 생각이 많아지게 만드는 아주 도전적인 책인 것 같습니다. (완벽하게 동의할 수도 없는) 과거 시험을 너무 전면에 내세우는 바람에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여러 장점이 묻히게 되어서 안타깝기도 하구요. 7장을 읽으면서 저의 반응은 이런 과정을 거쳤습니다. 응? —> 뭐라고???? —> 그, 그럴수도..—> (저자의 말빨에 휘말리며) 끄덕끄덕 —> 중간에 질문 백만개 나왔지만 모두 휘발되어버림 —> (8장 넘어가며) 찜찜한데.. 위에서 말씀하셨듯이 저도 발명의 질적 중요도에서 의문이 생겼구요, 7장 초반에 나온 과학기술 인력의 정부 고용 부분이 높았던 시기에 대한 설명과 중반에 나온 CDI에 대한 설명이 상호 모순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CDI 지수 자체도 좀 아리송했지만 이건 역사 데이터 부재 속에서 어쩔 수 없다고 넘기고.. 게다가, 야성 황은 줄곧 호기심을 이야기하는데 (“중국인의 호기심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저는 결정적인 발명이나 기술, 혁신을 만드는 것은 호기심이 아니라, “필요”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스나 페르시아, 또는 아랍 역시 호기심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럽지 않을까요? 이들 역시 산업혁명으로 나아가지 못했구요. 또, 정화 원정 예를 들면서 대항해 시대로 나아가지 못함 (혹은 기술적 도약을 하지못함)을 이야기하는데, 유럽에서도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이 대항해 시대에 앞장서서 나섰지만, 산업혁명이 일어난 곳은 영국이었습니다. 야성 황이 중국 vs 유럽 대륙 전체의 구도로 비교하면서 세부 사항들이 누락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야성 황이 수나라의 과거시험을 기술적 퇴보를 이끈 주범으로 주구장창 공격하는데 반해, 수나라의 대운하가 중국 역사에 경제적으로 기술적으로 미친 영향은 과소 평가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개혁개방시대 덩샤오핑의 남순강화를 가능하게 하고 현 중국의 1선 도시 대부분이 동남쪽에 포진하게 만든 것은 수나라때 완성한 대운하 덕분 아닐까 싶은데요..
@소피아 아주 흥미로운 문제를 제기하셨는데요. 바로 그 필요에 천착해서 대분기의 주체가 동양-중국이 아니라 서양-영국이었다고 주장한 학자가 로버트 C. 앨런입니다. 앨런은 산업 혁명기 정확히 말하면 19세기 초의 인건비 차이가 산업화의 필요를 갈랐다고 주장합니다. 벽돌 책 함께 읽기 책들 중에서는 『권력과 진보』(2023년 9월)에서 앨런의 주장에 대한 반론이 나온 적이 있고, 『화석 자본』(2024년 6월)에서는 일단 그의 주장을 수긍하고 나서 좀 더 깊이 살펴보자고 언급된 적이 있어요. 앨런의 주장은 아래 책에서 접할 수 있습니다.
세계경제사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17권. 지난 500년간 세계 각국의 임금과 생활수준, 주요 산물의 가격 등을 비교하면서 역사의 분기점은 어디에 있는지, 부국의 기회를 잡은 국가들의 공통점은 무엇인지, 무엇이 현재의 불평등의 기원이 되었는지를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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