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역사를 보면, 중세 동유럽이 서유럽보다 인구도 많이 적고 기독교를 받아들인 시기도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늦어서 잘 안알려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중세 동유럽 국가들에서 민중들이 기독교를 받아들이는 과정에는 대체로 폭력이나 강압이 없었다고하고, 그래서인지 동유럽에서는 왕들이 국가에 기독교를 받아들이고 공인한 후에도 민중들이 점진적으로 기독교를 받아들이기까지 수세기의 시간이 더 걸리고, 토속신앙적 요소들이 근대시작시기까지도 존재했었다는군요. 서유럽에서 이른시기부터 기독교 신앙으로 사회를 완전히 통일하고, 카톨릭 교회가 국가들과 사회공동체에 막대한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해오던 것과는 굉장히 다른 모습인데요. 환경과 사회의 영향으로 기독교 신앙과 교리가 달라져서 신앙의 강요가 없었던건가, 아니면 신앙과 교리의 본질은 다를게 없었지만 현실적으로 동유럽 기독교의 세가 약하고, 동유럽의 중요한 기독교 국가였던 비잔틴이 침략당해서 점점 약해지다가 결국 망하고 이슬람권에 흡수되는 현실이었기에, 동유럽 교회 입장에서는 카톨릭이 서유럽에서 한것처럼 민중들에게 신앙을 강요하고 국가와 사회에 강력한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힘이 없었던 건가 싶네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5. <중국필패>
D-29
dezxc12

CTL
초기 기독교의 다양한 이념 갈등과 통합의 내용을 저는 소설책을 통해 처음 알게되었어요.
바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보면 이 내용이 한참 복잡하게 나오잖아요.
서로마 교회에서는 지금 우리가 성당에서 배우는 개념들을 수차례의 공의회를 통해 정립해 나가고 그러는 와중에 동로마교회 지역에서 인정되던 여러 개의 교파들은 이단으로 취급되어 배척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과정은 모르고 결과만 알고 기독교는 원래 처음부터 그런 통일된 가르침이 있었던 걸로 알고있었는데 '장미의 이름'에서 너무나도 많은 교회관련 이론들 이야기가 장황스럽게 토론되니 너무 혼란스러워서 그 부분은 건너 뛰고 추리이야기 부분만 읽을까 하는 유혹에 엄청 빠졌었어요.
아직도 동유럽 쪽에는 그리스 정교회가 정통이고 우리에게 익숙한 서유럽 기독교 전통과는 다른 부분이 많은 것은 아마도 이런 초기 기독교 분파 발전의 흐름과 1054년 Great Schism으로 동방 서방 교회가 분리되 나간후의 양상이 남아있는 거겠지요. 거기에 물론 정치권력과의 협력, 갈등이 개입되었을 것이고요.
'장미의 이름'으로 에서 알게된 다양한 기독교 이론들 이야기가 흥미로왔는데, 그 뒤로 그에 대해 흥미롭게 다룬 책은 아직 못 만났어요. 아래에서 말씀해주신 아틸라와 가이세리크의 침략을 교황이 회담을 통해 막은 사건도 더 알아보고 싶네요.
dezxc12
말씀하신대로 동유럽에서는 전통과 교리가 다른점도 있고 환경적인 영향도 있고 그랬을것 같네요. 이른시기부터 게르만족 들이 몰려와 꽤 많은 종족들이 기독교로 개종해 정착했었던 서유럽과 달리 동유럽지역은 비기독교화된 종족들이 5세기에서 10세기까지 지속해서 유럽방향으로 서진하여 밀려오던 시기이고, 이들 국가들의 군주들이 개종한것부터가 서유럽에 비해 꽤 후대의 일이고요. 가령 헝가리가 기독교를 받아들인게 ad 1000년 경입니다. 그리고 이미 유대인을 통한 이슬람과의 육로교역이 활성화되고 중요하던 곳(폴란드 등)인점도 종교적인 분위기에 영향이 있었을것 같고, 서유럽에 비해 도시화가 꽤 늦고 따라서 중앙의 영향력이 약했다는 점도 동유럽에서 기독교화가 느렸던것과 관련이 있을것 같습니다.
기독교 이론들에 대해서는 에티엔 질송의 중세철학사가 훌륭한데 추천하기에는 너무 지루한 책이긴 하네요.
레오 1세와 아틸라,가이세리크의 회담은 Leo the Great and the Spiritual Rebuilding of a Universal Rome 이라는 책에서 중요하게 언급됩니다.
dezxc12
냉전시대에 공산당이 공산주의 영역의 무슬림 국가에서 이슬람 근본주의 교리를 제거하고 세속주의 교리의 이슬람으로 종교개혁을 이루어낸 일도 있고, 사회와 환경이 종교의 해석과 교리에 영향주는것도 있지만, 종교의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부분도 무시하면 안되는거 같습니다.정교분리가 이루어지고 세속화된 현대에 비해 종교적 근본주의가 훨씬 강해서 유교적으로 삼년상 치르다 줄초상 날 정도였던 전근대에는 특히 말이죠. 서유럽 사회에서 교황의 권위가 강해진 첫번째 계기라 할수있는 칼케돈 공의회도 딱히 외부 환경적인 영향은 아니었고요.
dezxc12
권위에 대한 복종을 가르치는것은 유교나 기독교나 똑같았지만, 차이점은 유교에서는 왕이 세속권위뿐만이 아닌 종교적인 의미도 함께 가졌던 최고권력이었던반면, 서유럽의 기독교에서는 세속권력과 종교권력이 분리되어 존재했으며(왕도 죽으면 평민들과 똑같이 심판받게 될거라는 류의 설교를 왕에게 성직자가 직접 설교하기도 했지요), 세속권력에 대한 종교권력의 권위의 우월성을 주장했다는 점이지요.
구약성경에도 보면 선지자가 왕을 꾸짖기도 하고 왕을 새로 세우기도하고 왕에대한 반란을 지시하기도 합니다. 제사장이 반란을 일으켜서 왕을 죽이고 새로운 왕을 세우기도 하고요.
신약에서도 예수가 헤롯왕을 여우라고 욕하거나 로마총독 빌라도와 대치하는 장면이 있고요.
서유럽에서 교황의 권위를 정당화하는 첫 계기가 된 451년의 칼케돈 공의회 이후에 교황의 지위확립에 영향을 준 사건들이 레오1세가 회담을 통해 452년의 아틸라의 침략과 455년의 가이세리크의 침략을 막은 사건입니다.
아틸라와의 회담이 중요한 까닭은, 세속권력으로서의 서로마가 실패한 반면 - 당시 기록들은 레오 1세와는 별개로 서로마도 사절들을 파견했으나 모두 실패했음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 보편적 권위로서의 교회, 그리고 그 대행자로서의 로마 교황이 성공했다는 서사가 확립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 위엄을 바탕으로 세속권력으로서의 로마와 교회 중심지로서의 로마를 분리해내는 데 성공했지요.
455년 가이세리크가 로마를 약탈했을 때도, 레오 1세는 교회 및 관련시설, 그리고 대피한 시민들의 생명은 지켜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제국의 권위가 먹히지 않는 야만인들이 교회의 명령은 따랐다는 것은, 교회가 세속권력과는 분리된 별도의 권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각인시키는 상징적 사건이 되었을 것입니다. 교황 권위 강화 자체는 칼케돈에서 정초되었으나, 그것이 로마 패권의 붕괴로 혼란과 정체성 위기에 처해 있던 서유럽의 지식인 및 교회 지도자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던 데는 아틸라 및 가이세리크와의 담판이 유효하게 작용한 셈입니다
밥심
저는 책을 늦게 확보하는 바람에 '머리말'을 먼저 읽고 '4부', '5부'를 읽고 현재 스코어 '1부'까지 읽었는데 그 동안 많은 분들이 올려주신 글들을 따라온 덕분에 어떤 점이 이슈인지 파악하고 읽게 되서인지 독서가 한결 편안합니다. 저 혼자 읽었으면 그러려니 하고 그냥 넘어갔을 법한 부분들도 눈여겨 보게 됩니다. 좋은 의견과 책 추천을 해주신 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borumis
오 독특한 독서 방법인데요? 전 실은 5부가 제일 재미있는 것 같아요. 앞의 부분은 이론이면 실제 응용(활용?) 각론 같은 느낌?
밥심
@borumis 궁여지책이지요. 그리고 저도 마치 소설의 절정 부분처럼 치닫는 5부 좋았고요 제가 이공계라 그런지 기술을 논한 4부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borumis
하긴 저도 이공계, 특히 life sciences와 관련된 일을 해서 중국의 최근 과학 기술 관련 내용이 참 재미있었어요. 전 워낙 인구도 많고 감시체계 인프라도 탄탄해서 AI가 미국보다 중국에서 더 앞서갈 줄 알았는데 생명과학 쪽이 더 대세군요. 예전에 코로나 때 한의학 이상한 연구논문도 엄청 많이 나오고 크리스퍼 사건 때문에 중국 생명과학 및 생명윤리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았는데 다시 봤네요.

borumis
전 그리고 5부에서 민주주의의 수요조건과 공급조건에서 수요 부분은 이해하겠는데 공급 부분에 대한 설명이 좀 없던데.. 중국과 다르게 우리나라나 대만 등의 민주주의 공급 부분은 어떤 게 있었고 왜 한국과 대만에서는 공급 조건을 충분히 마련했는데 중국에선 그저 수요조건이 자동적으로 해결할 거라고 미루어 짐작한건지 이유를 좀더 분석하면 좋았을 것 같고 미국이 대중국 관여정책에서 보충할 수 있는 공급조건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다루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오늘 10월 30일 수요일과 내일 31일 목요일에는 10장 'EAST 모델을 깨고 나오기'를 읽으면서 2023년 10월 벽돌 책 함께 읽기를 마무리합니다.
이번 장은 이 책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 논의를 종합하고,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좀 더 솔직하게 덧붙이는 장이라서 여러 생각을 하면서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마지막 단락을 읽으면서 살짝 울컥했어요. (이런 책 읽으면서 울컥하다니!) 저자의 중국 시민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느껴져서요. 여러분도 직접 확인해 보세요!

YG
이번 벽돌 책 함께 읽기 마무리 인사는 6일 정도 시간이 남았으니 천천히 하겠습니다. :)

borumis
저도 좀.. 뭔가 이전까지 좀 아쉬웠다면 9,10장에서 현 사태와 더 밀접해서 그런지.. 작가의 울컥한 부분들이 더 와닿는 것 같습니다. 기다리려고 하다가 결국 하루 안에 9,10장을 한꺼번에 읽어버렸어요;;

YG
제가 살짝 울컥했던 마지막 부분입니다.

YG
“ 중국의 미래 정치가 변화할 방향과 방식이 무엇이든, 오랜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중국 국민 모두 1978~2018년과 같은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기를, 계속해서 평화롭게 생계를 방해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정치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열정이며,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직업이겠지만, 중국 국민은 지금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과 그 누구에게서도 괴롭힘을 겪지 않을 자격이 있다. ”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10장 549쪽(끝),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문장모음 보기

오도니안
드디어 마지막 장까지 읽었습니다. 쭉 읽어 나가다가 이 대목을 만나니까 울림이 더 있네요.
재미있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냉전 종식되고 무난하게 세계사가 흘러가나 했더니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견제라는 스토리가 세계사의 새로운 큰 꼭지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두 나라의 앞으로의 운명이 궁금해집니다.
미 대선이 하루 남았는데,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앞으로 트럼프가 벌일 일들 뿐 아니라 트럼프를 당선시켰다는 점에서 미국의 민주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구요. 반대로 해리스가 당선되면 트럼프의 퇴장과 공화당의 약세로 이어지는 또 다른 국면들이 펼쳐지게 될 것 같습니다.
중국의 현재에 대해서는 막연한 지식들밖에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많이 구체적으로 접하게 된 것 같고, 질문과 호기심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borumis
전 11월은 백치(다른 그믐 모임)와 마오 두 벽돌책으로 달릴 듯해요~ 중간 중간 좀 독서 페이스가 떨어지면 더글라스 케네디와 스콧 스미스 등 페이지터너로 스피드업시켜야겠어요.

오도니안
이제사 8장 마쳤어요. 진도가 늦어서 아쉽습니다 ㅜㅜ
중국의 연구개발투자 규모를 보니, 규모의 힘이 막강할 수 있겠다 싶네요.

YG
@장맥주 작가님! 『원더풀 랜드』 저도 추천사 때문에 읽기 시작했어요! 지금 병행 독서 중이에요.

원더풀 랜드2010년 무려 200주 동안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빅 픽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2024년 신작 장편소설 《원더풀 랜드》가 출간되었다. 《원더풀 랜드》는 2036년에 두 나라로 분리된 미국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첩보전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책장 바로가기
작성
게시판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