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읽기] 데미안, 이 좋은 책을 왜 이제 읽었던가

D-29
그래도 타인을 아는 것이 나를 아는 것보다는 쉬운 일인 것 같아요. 나 자신을 아는 것(데미안이 말하고자 했던 것)이 가장 힘든 일 같습니다. 저도 지금의 나를 잘 모르겠으니까요ㅎㅎ
줏대가 있는 인간들은 성서 이야기 속에서는 오히려 손해를 보곤 해. 어쩌면 그 사내는 카인의 후예일지도 몰라.
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 이야기 p.84,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의 전환을 통해 이렇게 생각도 가능하구나,를 깨달았습니다. 확실히 자신의 줏대를 끝가지 부림으로써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많지요. 특히 잘못은 저지른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꺾는 것이 이익 또는 좋은 방향으로 가는 길이지 싶습니다.
데미안이 하나님과 악마에 대해서, 또 공인된 신의 세계와 묵살된 악마의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의 생각이고 나 자신의 신화이며, 두 개의 세계 또는 이 세계의 절반씩인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에 대한 생각이었다.
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 이야기 p. 86,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이 부분을 읽으면서 데미안과 싱클레어가 동일인물이며 각 캐릭터가 위치한 세계가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가 아닐까 추측하게 되었습니다. 워낙에 데미안과 싱클레어가 같은 인물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바람에 그것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이런 추측이 가능했네요. 물론 모르고 읽어도 데미안이 어떤 사건을 직접적으로 해결하는 것에 있어서 그 장면을 보여주지 않는 것, 싱클레어의 속마음을 너무 잘 아는 것, 그가 필요할 시기에 맞춰 등장한 것 등에서 유추도 가능했겠지만요.
최초로 술에 취했던 일은 곧 그것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 이야기 p. 103,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이 장면 이후로 데미안이 완전히 어두운 세계에 침잠했다가 다시 떠오르지요. 바로 피스토리우스를 만나면서요.
만약에 세상이 나와 같은 사람을 쓸 수 없다면, 그리고 그런 사람을 위해 세상이 더 나은 지위와 더 높은 임무를 줄 수 없다면, 나와 같은 사람들은 파멸하고 말 것이다. 그 손해는 세상이 져야 할 것이다, 라고.
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 이야기 p. 106,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나처럼 특별한 사람을 세상이 쓰지 않는다면 그 손해는 세상이 감수할 것이라는 자신감은 지금의 젊은 세대들도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세상에 끌려가기보다 내가 중심인 그런 사람이요!
지금 그가 완전히 자신 속으로 들어가 버렸음을 나는 전율하며 느꼈다. 나는 한 번도 저토록 고독해진 적이 없었다. 나는 그와 아무 관계도 없었다. 나에게 그는 도달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나에게는 그가 세상에서 가장 먼 섬에 있는 것보다 더 멀리 있었다.
데미안 p89,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데미안이 수업 중 온전히 자신 안으로 들어가 있음을 발견하고 싱클레어는 고독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모습에 경외감을 느낀 동시에 자신이 그간 보아온 데미안의 모습은 반쪽자리였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어떤 사람을 잘 안다고 말하며 평가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서 우리가 보고싶은 모습만을 찾아내며 그것이 진실이라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완전히 자신 속으로 들어가 있는 상태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데미안이 싱클레어의 반대성향이었다면, 이 당시의 데미안이 자신 안으로 깊게 들어간 만큼 싱클레어는 자기 속으로 전혀 들어가지 못하고 방황했던 게 아닐까요. 데미안이 끝까지 가서도 말하고자 했던 건 바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는 것이었는데, 이 당시 뿐 아니라 지금의 10대들에게도 그건 너무 어려운 일인 듯합니다.
그는 선, 고귀함, 아버지다움, 아름답고 드높은 것, 감상적인 것이지. 옳아! 그러나 세계는 다른 것으로도 이루어져 있어. 그런데 다른 건 죄다 그냥 악마한테로 미뤄지는 거야. 세계의 이 다른 부분이 통째로, 이 절반이 통째로 숨겨지고 묵살되는 거야. … (중략) … 우리는 모든 것을 존경하고 성스럽게 간직해야 한다고 생각해. 인위적으로 분리시킨 이 공식적인 절반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를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는 … 예배를 하나 더 만들어야 할 것 같아. … 지극히 자연스러운 세상일들이 일어날 때 그 앞에서는 눈을 감지 않아도 되는 신을 위해서 말이야.”
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우리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다.” 그가 서먹할 만큼 진지하게 말했다. “똑똑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건 전혀 가치 없어, 아무 가치도 없어. 자기 자신으로부터 떠나는 건 죄악이지. 자기 자신 안으로 완전히 기어들 수 있어야 해, 거북이처럼.”
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여기서 들여다 봐야할 자기자신은 데미안이었을까요? 싱클레어의 말보다 그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면 좋을지를 알려주는 대목이었다 봅니다.
서서히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이처럼 몹시 내적인 영상과 외부로부터 내게 주어진 암시 사이에서 찾아가야 할 신에 대한 하나의 관련성이 생겨났다.
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 이야기 p.131,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사랑은 내가 처음에 두려워하며 느꼈던 것처럼 더 이상 야수적인 어두운 본능도 아니었고, 또한 내가 베아트리체의 모습 속에서 구현했던 것처럼 경건하게 정신화된 숭배도 아니었다. 사랑은 그 두 가지 다 였다.
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 이야기 p.131,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작품 내에서 베아트리체와 실질적 대화나 만남이 없었음에도 싱클레어는 그녀를 통해 내면을 성찰하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어떤 정신적 지주는 그것의 존재만으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여겨진 부분이었어요.
나는 오직 나 자신 속에서 스스로 우러나오는 인생을 살아가려고 했을 뿐이다.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던가?
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 이야기 p.133,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왜 그토록 어려웠냐고 묻지만, 실제로도 정말 어려운 일 아닌가요ㅎㅎ 특히 타인과 비교하는 것이 선명한 한국에서는 오롯이 '나'만을 위해 인생을 사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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