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읽기] 데미안, 이 좋은 책을 왜 이제 읽었던가

D-29
나는 운명을 동경하고, 운명을 두려워했지만, 운명은 늘 그곳에 있었다. 늘 내 위에 있었다.
데미안 p127,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운명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인연이 깊은 사람에게 운명을 부여하고 반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도 운명으로 치부하며 도망친 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양극단을 살아가는 운명이라는 싱클레어의 말처럼 우리에게도 여러 운명이 존재할 것 같습니다.
사람이란 동물이 참 신기한 게 나쁜 일이 다기면 '운명'을 얘기하고, 좋은 일이 닥치면 자기 자시을 칭찬하는 것 같습니다ㅋㅋ
나는 늘 나에게 열중해 있었다. 늘 나 자신에게. 그리고 이제 마침내 한번 인생의 한 토막을 살아 보기를, 나에게서 나온 무언가를 세계 속에다 주기를, 세계와 관계를 가지고 싸움을 벌이기를 열렬히 갈망했다.
데미안 p129,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싱클레어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알을 깨고 나왔으나 그 세계는 여전히 존재하는 운명이기에 계속 관계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세계와의 투쟁으로 자신이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데미안 이야기를 하다보면 늘 자신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내가 10대일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정말로 10대 때 이 책을 읽고 느낀 바가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의 깨달음은 늘 시간이 지나서야 찾아올 때가 많잖아요. 과연 내가 10대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지금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까요?
저는 이 책을 약 20여 년만에 열어보게 되었는데 그 당시엔 이 책이 너무나도 재미가 없었어요. 초반부만 읽고 덮어버렸지요. 내가 아는 경험을 굳이 글로 다시 읽을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과 고전은 재미 없어, 라는 생각이 데미안이라는 소설을 밀러낸 게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지금 읽어보니 그 때 읽었으면 더 좋았으리라는 미련이 남긴 합니다. 그 시절의 내가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든 아니든 간에요. 적어도 지금보다 미련과 후회, 아쉬움은 훨씬 덜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나이가 든 이후에 이 책을 읽으니 계속해서 '그 시절'이라는 단어가 뇌리에서 벗어나질 않더군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데미안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데미안의 역할이라도 해주어야겠다, 밖에 남지 않아서 였을까요. 나도 여전히 싱클레어에 가까운데 왜 나는 이제 데미안을 만나는 것보다 그 역할을 해야하는 것에 힘을 실어야 하는걸까 하는 생각이 조금 마음을 무겁게 만드네요ㅎㅎ
10대 때 고전을 꽤 읽기는 했지만 기억이 안난다는ㅋ맹점이 있습니다. 지금 세대는 더욱더 제목이 임팩트 있어야 읽고, 재미를 위한 독서만을 추구하니까요. 그래도 요즈음은 고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어서 많이들 읽는 것 같습니다.
참 신기한 것은 그때 읽으면 좋은 것들은 그때 안 읽고, 시간이 지나서야 그때 읽었어야 했다고 후회하는 일이 과거에도 지금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는거예요ㅋㅋ 그것이 꼭 책 뿐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에서도 살아가는 것에서도요.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직접 부딪히지 않는 이상 깨달을 수 없는 영역이 있나 봅니다. 싱클레어가 성장하면서 느꼈던 것들도 결국 우리 대부분도 그 시기를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니까요.
저는 10대나 20대에 읽었더라면 지금과는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것 같아요. 내인생의 방향을 잡아 볼 좋은 기회였을듯요.
데미안 때문에 10대때 고전을 등진 것을 보면 제게는 이 책이 <크로머>같기도 하구요ㅎㅎㅎ
악의 없는 인간도 살면서 한 번쯤 혹은 몇 번은 경건과 감사라는 아름다운 도덕과 갈등을 겪게 마련이다. 누구든 한 번은 자신을 아버지로부터, 스승들로부터 갈라놓는 걸음을 떼야 한다. 누구든 고독의 혹독함을 조금은 느껴야 한다.
데미안 p162,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나 자신에게로 가는 길 위의 또 한 걸음을 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스승을 넘어서야 하는 것일까요? 늘 곁에 있던 부모와 멘토를 넘어서면 혹독한 고독을 느끼겠지만 그만큼 성장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싱클레어가 고독을 느껴보기 위해 데미안을 분리시켰던 걸까요.
그때부터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이 아팠다. 그러나 이따금 열쇠를 찾아내 완전히 나 자신 속으로 내려가면, 어두운 거울 속에 운명의 영상들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내려가면 그곳에서 나는 그 검은 거울 위로 몸을 숙이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나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 그와 완전히 닮아 있었다. 그와, 나의 친구이자 인도자인 그와.
데미안 p219,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한 인간이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 혹은 자기에게로 이르는 길은 싱클레어가 겪었던 과정처럼 힘겨울 것 같습니다. 책에서 서술되어 있듯이 자신을 찾아 온전한 인간이 될 수 있는 이도 적다니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기를 쓰면서 살고 있는 것일까요? 적다보니 염세주의자처럼 느껴지는데요, 그래도 의지를 가지고 길을 찾다보면 저도 온전히 저를 찾을 수 있겠지요.^^
확실히 책마다 번역이 다른가봅니다. 제 책은 이 문장이 이렇게 되어있지 않은 것 같더라구요. 마지막 문장의 차이가 이렇게 날 수 있는건가 싶네요. 개인적으로 제가 읽은 출판사의 번역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ㅠ
의역, 직역의 문제가 아니라 번역 자체가 너무 올드한 느낌이었어요. 트렌디하든 원서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이든 어느 한쪽을 선택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어느쪽도 되지 않은 번역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책마다 번역이 다르고 번역의 느낌이 달라서 자신에게 맞는 책을 선정하는 것도 독서를 이끌어가는데 정말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안온지기님 덕에 데미안을 다시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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