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읽기] 데미안, 이 좋은 책을 왜 이제 읽었던가

D-29
EBS에서 또 이런 좋은 책이 나왔군요. 헤세의 글에 자꾸 쇼펜하우어가 아른거리긴 했습니다만, 너무 정답으로 끌고 가려는 이야기의 힘이 제게는 좀 불편하게 다가왔어요. 카뮈처럼 부조리한 것은 부조리한대로 내버려두었으면 좋겠는데 너무 바른 길로 이끄는 느낌이었달까요
도서관에서 찾아보니 있더라구요. 단순히 염세주의로 흐르면 비관하여 인생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염려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배경이 암울하지 않았던 탓인지 희망의 메세지가 강하네요. 쇼펜하우어는^^
잘사는 사람의 남는 시간에 해본 깊은 사고... 저도 쇼펜하우어가 극한의 염세주의자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사회와 타협하여 살아가되 우선순위를 잘 따져야 한다고 말하고, 또 반출생주의(태어나지 않는 게 더 낫다)지만 그렇다고해서 죽는 게 낫다는 건 아니다라고 못박을 때 이 사람 의외로 염세적이지만 부조리에 적절히 저항할 줄도 아는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시스'라 한다.
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 이야기 p.126,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데미안은 안 읽어봤어도 이 문장은 워낙에 유명해서 모두 알거라 봅니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선 스스로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저는 이 문장이 지금에 와서는 보편적으로 적용하기가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이제는 굳이 깨고 나오지 않더라도 그 안에서 잘 살 수 있다면 그렇게 살아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인정해주는 사회니까요.
저는 안온지기님보다 조금 늦은 속도로 읽고 있는데 오늘 이 문장을 남길까 하다가 이미 쓰셔서 요기다 댓글로 써봅니다. 과거에 데미안을 처음 읽었을 때 이 문장을 보고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나 자신은 주어진 세계에 적응하고 만족하며 그냥 보통의 삶을 살고자한지도 모르겠다고. 그래서 새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었는지도요. 젊은 시절의 나를 되돌아보게 한 문장이었습니다.
이 글이 쓰여진 당시엔 좋은 의미로 쓰였고, 지금도 좋은 뜻에서 쓰이고 있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에게 이 말이 얼마나 와닿을까요. 알을 깨고 나왔더니 거기가 늘 더 나은 새로운 세계라는 보장이 없지요. 그렇다고 죽음이 더 낫다고 할 순 없지만, 태어남이 태어나지 않음보다 늘 옳고 좋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사람은 일단 다른 면을 알게 되면 대다수의 사람이 가는 길을 다시는 선택할 수 없게 되는 거야. 싱클레어, 대다수의 사람이 가는 길은 가기 쉽지만 우리가 가는 길은 힘든 것이지. 그렇지만 한번 가보기로 하세.
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 이야기 p.158,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은 선택하는 것도, 그 선택을 따라 계속해서 가보는 것도 너무나도 어려운 시대고, 또 부모들도 그런걸 많이 바라지 않는(한국에서 말하는 성공에 가장 가까운 길을 따라가길 바라는) 분위기여서 지금의 10대들이 과연 이 책을 읽으면 어떤 느낌을 가질까도 궁금해졌어요
너는 너 자신에 대해 잘 생각하고, 너의 본질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해야 하는 거야. 그 외에 다른 길은 없어. 만약 네가 너 스스로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너는 어떤 영혼도 발견할 수 없을거라고 생각해
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 이야기 p.163,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베아트리체 장에서는 싱클레어가 지독한 청소년기를 겪는 모습이 보여졌습니다. 술을 마신 후 " 내 속에서 창문 하나가 활짝 열린 듯했다. 세계가 들어오는 것 같았다. 얼마나 오래, 얼마나 끔찍하게 오래 나는 영혼에 관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가!"로 시작하며 술에 취하며 학업을 게을리하는 등 반항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산책 중 베아트리체을 보고는 완전히 매료되었고 방황을 접은 듯 보였습니다. 베아트리체를 숭배하며 그녀의 얼굴을 그려보았지만 그것은 데미안의 얼굴이었습니다. 결국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잊지 못하고 있었지만 정작 데미안을 다시 만났을 때는 그런 마음을 들키지 싫은 듯 행동하였습니다. 싱클레어는 자신의 내면의 말들을 정말 아무에게도 하고싶지 않았을지 궁금했습니다. 그것이 데미안이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베아트리체, 데미안, 에바부인까지 모두 결국 하나로 이어지는데 그것이 바로 싱클레어 내면에 있었던 '선의 세계'였지요. 결국 내면과 분리된 상태였지만 그 내면을 계속 찾아가려는 싱클레어의 노력이 있었기에 둘이 다시 하나의 세계로 합쳐질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도 그부분에서 싱클레어가 가장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모습으로 인간화시킨듯 했어요. 베아트리체는 이성, 데미안은 본인, 에바부인은 어머니상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생각했답니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중간에 데미안을 싫어하고 음해하는 부분에서는 저는 단순히 싱클레어의 엇나감이 절정에 달하면서 옳은 것에 대해 어떤 트집을 잡기 위함이 아니었나 생각했어요.
하지만 너의 인생을 결정하는, 네 안에 있는 것은 그걸 벌써 알아. 이걸 알아야 할 것 같아. 우리 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하고자 하고, 모든 것을 우리 자신보다 더 잘 해내는 어떤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이야.
데미안 p115,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데미안의 충고에 정곡을 찔린 듯 싱클레어는 기분이 언짢아집니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욕망을 부정하며 자아를 넘어서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제 안에서 다른 의지를 가진 어떤 이를 발견해낼 수 있을까요?
선과 정의를 추구하고 욕망을 내려놓으라고 하지만, 싱클레어는 소설 속 어두운 세계를 통해 얻는 흥미를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겠지요. 하지만 주위의 좋은 사람들을 계속해서 만남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면서 외부의 선도 받아들이는 순간을 맞이한 것 같습니다. 두 세계의 공존을 위해서는 결국 균형을 잡아주는 조력자 또는 데미안과 같은 내 안의 무언가가 있어야 하지 않나 싶네요ㅎㅎ
그들에게 인류란 무언가 완성된 것으로 보존되고 지켜져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들에게 있어 인류란 하나의 먼 미래, 우리들 모두가 그것을 향해 가는 도중에 있고 또 그 모습을 아무도 알지 못하며 그 법칙은 그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은 미래였다.
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 이야기 p. 202,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비범한 사람은 인류를 바라보는 시선도 다른걸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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