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읽기] 데미안, 이 좋은 책을 왜 이제 읽었던가

D-29
반대로 나를 생각하지 않은 감정이기 때문에 '사랑'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게 아닐까라고도 생각해보기도 했네요. 나를 너무 사랑하게 되면 외부에 사랑을 두지 않을 것 같아요.
사랑하면 자신을 잃어버린다는 말은 일면 맞는 것 같습니다. 만약 자신을 지키며 사랑한다면 상대는 사랑이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
사랑도 총량의 법칙이 있는건지 자기애가 강렬하면 타인은 사랑을 덜 느끼게 되나 봅니다ㅎㅎ
많은 얼굴들에서 나는 하나의 표시를 보았다. 그것은 사랑과 죽음을 의미하는 아릅답고 고귀한 표시였다. 나도 역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의 포옹을 받았다.
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 이야기 p.226,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그러나 나는 이따금 열쇠를 찾아내 완전히 나 자신 속으로, 어두운 거울 속에 운명의 영상들이 어른거리는 그곳으로 내려가면, 거기서 그 검은 거울 위로 몸을 굽혀서 나 자신의 모습을 본다. 바로 나의 친구이자 나의 인도자인 그와 완전히 닮은 나 자신의 모습을.
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 이야기 p.232,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이 마지막 장면 하나로 그동안 들어왔던 '데미안과 싱클레어가 사실은 동일인일 것이다'의 의문이 풀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소설 자체가 명암대비가 뚜렷하고 데미안이라는 존재가 늘 필요할 때만 등장하며, 데미안이 타인과 소통하는 장면이 없다는 것에서 어렴풋이 예상하고는 있었습니다만, 이 마지막 장면을 통해 독자의 예상을 확신으로 바꾸어 주어서 좋았습니다.
나는 운명을 동경하고, 운명을 두려워했지만, 운명은 늘 그곳에 있었다. 늘 내 위에 있었다.
데미안 p127,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운명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인연이 깊은 사람에게 운명을 부여하고 반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도 운명으로 치부하며 도망친 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양극단을 살아가는 운명이라는 싱클레어의 말처럼 우리에게도 여러 운명이 존재할 것 같습니다.
사람이란 동물이 참 신기한 게 나쁜 일이 다기면 '운명'을 얘기하고, 좋은 일이 닥치면 자기 자시을 칭찬하는 것 같습니다ㅋㅋ
나는 늘 나에게 열중해 있었다. 늘 나 자신에게. 그리고 이제 마침내 한번 인생의 한 토막을 살아 보기를, 나에게서 나온 무언가를 세계 속에다 주기를, 세계와 관계를 가지고 싸움을 벌이기를 열렬히 갈망했다.
데미안 p129,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싱클레어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알을 깨고 나왔으나 그 세계는 여전히 존재하는 운명이기에 계속 관계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세계와의 투쟁으로 자신이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데미안 이야기를 하다보면 늘 자신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내가 10대일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정말로 10대 때 이 책을 읽고 느낀 바가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의 깨달음은 늘 시간이 지나서야 찾아올 때가 많잖아요. 과연 내가 10대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지금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까요?
저는 이 책을 약 20여 년만에 열어보게 되었는데 그 당시엔 이 책이 너무나도 재미가 없었어요. 초반부만 읽고 덮어버렸지요. 내가 아는 경험을 굳이 글로 다시 읽을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과 고전은 재미 없어, 라는 생각이 데미안이라는 소설을 밀러낸 게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지금 읽어보니 그 때 읽었으면 더 좋았으리라는 미련이 남긴 합니다. 그 시절의 내가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든 아니든 간에요. 적어도 지금보다 미련과 후회, 아쉬움은 훨씬 덜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나이가 든 이후에 이 책을 읽으니 계속해서 '그 시절'이라는 단어가 뇌리에서 벗어나질 않더군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데미안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데미안의 역할이라도 해주어야겠다, 밖에 남지 않아서 였을까요. 나도 여전히 싱클레어에 가까운데 왜 나는 이제 데미안을 만나는 것보다 그 역할을 해야하는 것에 힘을 실어야 하는걸까 하는 생각이 조금 마음을 무겁게 만드네요ㅎㅎ
10대 때 고전을 꽤 읽기는 했지만 기억이 안난다는ㅋ맹점이 있습니다. 지금 세대는 더욱더 제목이 임팩트 있어야 읽고, 재미를 위한 독서만을 추구하니까요. 그래도 요즈음은 고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어서 많이들 읽는 것 같습니다.
참 신기한 것은 그때 읽으면 좋은 것들은 그때 안 읽고, 시간이 지나서야 그때 읽었어야 했다고 후회하는 일이 과거에도 지금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는거예요ㅋㅋ 그것이 꼭 책 뿐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에서도 살아가는 것에서도요.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직접 부딪히지 않는 이상 깨달을 수 없는 영역이 있나 봅니다. 싱클레어가 성장하면서 느꼈던 것들도 결국 우리 대부분도 그 시기를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니까요.
저는 10대나 20대에 읽었더라면 지금과는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것 같아요. 내인생의 방향을 잡아 볼 좋은 기회였을듯요.
데미안 때문에 10대때 고전을 등진 것을 보면 제게는 이 책이 <크로머>같기도 하구요ㅎㅎㅎ
악의 없는 인간도 살면서 한 번쯤 혹은 몇 번은 경건과 감사라는 아름다운 도덕과 갈등을 겪게 마련이다. 누구든 한 번은 자신을 아버지로부터, 스승들로부터 갈라놓는 걸음을 떼야 한다. 누구든 고독의 혹독함을 조금은 느껴야 한다.
데미안 p162,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나 자신에게로 가는 길 위의 또 한 걸음을 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스승을 넘어서야 하는 것일까요? 늘 곁에 있던 부모와 멘토를 넘어서면 혹독한 고독을 느끼겠지만 그만큼 성장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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