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천국

D-29
인간이 어디까지 가나 한번 보자. 결국 작가는 이런 말을 안 할 수 없다. 현실과 이상에 대해. 좀 아는 작가는 현실을 대개는 포기하고 이상의 공간을 만들어 자기 꿈을 이루려고 한다.
글을 읽는 이유 내가 남의 책을 읽는 이유는 대개는 이래서다. 지상(紙上)에서 현실의 인간이 어디까지 가나? 그러나 그는 결국 한계에 부딪힌다. 반드시 제약이 따라 마음 같지 않다. 결국 작가는 거기서 이런 말을 안 할 수 없다. 현실과 이상에 대해. 내 생각이지만, 잔뼈가 굵고 그래서 뭔가 철학이 생긴 작가는 현실을 대개는 놓아버리고, 이상의 공간을 만들어 자기 꿈을 구축하려 한다. 현실에서 인간이 하는 건 정해져 있고 그걸 이루려고 경쟁이 치열하지만 왜 그걸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어리석지만, 이상(虛構)에선 사람마다 다 자기가 꾸는 꿈을 이룰 수 있다. 현실과는 차원이 다르다. 무애(無碍)하고 자기 마음대로 된다. 자기 판타지를 펼칠 수 있다. 마음만은 마음대로 먹을 수 있지만, 현실에선 마음대로 안 된다. 현실의 구애(拘礙) 때문에 그게 행동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한다. 현실에선 인간의 행동에 제약이 따르지만 그걸 펼 곳이 없으면 어떻게든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현실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걸 가상(假想)으로 끌고 와서는 펼 수 있다. 현실의 부족, 결핍과 부자유함을 이상에서 제약 없이 펴는 거다. 그 누구도 알지 못하고 말리지 못한다. 생각의 자유로움, 이건 현실에서 인간이 누리는 불가침의 유일한 자유이리라. 그러니까 나는, 허구에서 그들이 현실과 이상을 어떻게 다루고 둘 중 어디에 더 비중을 두나, 이것도 궁금하기도 해서.
이제 욜로는 가고 요노가 온다 카푸어,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은 없고 차만 삐까번쩍하면 뭐하냐, 실제는 편의점 4,300원짜리 도시락으로 겨우 때우는데. 고물가와 고금리로 살기 힘들면 일단은 먹고사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가성비 높은 실속 제품이 많이 나가게 된다. 인간은 일단 가장 중요한 생존과 안전이 위협받으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뭔가 행동을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것의 일환으로 하나면 충분한 선택과 집중, 소유(자랑)보단 가치(실속)를 중시하고, 삶의 본질-진짜로 내게 도움이 되는 것-에 집중하며 동시에 환경 보호와 자원 절약에도 기여한다는 명분과 대세가 요노(You Only Need One)족이 탄생한 배경일 것이다. 인간은 의미 두는 걸-그걸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해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욜로(You Only Live Once, 투데이족)족으로 지금만 잘 먹고 잘살면 그만이고 마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도 그 현재를 먹고 마시는 것으로만 허비하면 뭔가 인간의 유전 구조상 허무가 뒤따르게 되어 있다. 젊은 사람들이라면 후회라도 하게 되어 있다. 그렇게 살면 필연적으로 곧 현실이 고달프기 때문이다. 오늘은 천국이지만 바로 쫓아오는 내일은 지옥이기 때문이다. 지금 펑펑 쓰면 곧 자기에게 무(無)가 도래한다. 인간의 속성인 허무가 위협한다. 지금 절약하고 그래 미래에도 남고 뭔가 손에 쥐어지는 것이 있는, 뭔가 의미 있는 게 중요함을 깨닫는다. 이건 인간이 감정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인간에게서 감정을 빼고는 구축이 안 되기 때문이다. 욜로만 고수하면 곧, 지금의 어려운 현실에 맞닥뜨리고 생활의 압박에 직면하고 의미 없음을 더 실감 하게 되는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걸 겪었으면, “계속 이러면 의미 없음, 허무가 찾아오겠지.” “그럼, 절약 기반의 선택과 집중을 하자.” 해서 요노가 등장한 것이다. 인간은 구조상 그게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뭔가 남는, 의미 있는 것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다. 살면서 의미 찾기를 끝없이 한다. 이게 망가지면 다른 것에서 찾든지 망가진 것을 안 망가졌다고 스스로 합리화하면서 거기서 어떤 의미를 멈춤 없이 찾으려 한다. 그래 인간이 소홀히 하거나 내팽개친다는 건 그것에서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다는 말이다. 인간에게 의미 없음으로 판명이 났다는 말은 그건 곧 버리질 운명에 놓여 있다는 말이다. 쉬운 예로 남녀 갑을 관계에서, 을 쪽은 잘해보려고 상대에게 의미(목적) 있는 연락이나 문자를 정성으로 보낸다. 그러나 갑 쪽은 그냥 그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심지어 귀찮아하며, 혹시 별로 호감도 없는 상대가 “내 반응을 호의로 받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함께 연락도 안 하고 문자를 씹거나, 어떤 반응도 하지 않는다. 여지나 틈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관계를 그만 끊고 싶은 것이다. 손절하려는 것이다. 자기에게 의미가 없으니까 버리려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자기에게 의미가 있어야 뭔가 하려고 덤빈다.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행동이 시들해진다. 모든 행동의 뿌리와 연원(淵源)은 인간에겐 의미다. 관계에서 내가 을 쪽임에도 버려지고 싶지 않으면, 상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면 된다. 자기 기질 상 욜로를 택하든 요노를 택하든 그건 자유지만, 인간에게서 의미 찾기는 그 누구에게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것에 상관없이 이미, 그 이전에 인간이기 때문에 의미 찾기를, 떼어서 인간 존재를 생각할 수 없다. 뭔가 살아보려고 하는 인간이라면, 그래 그가 그것에서 더이상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면 언젠가는 그건 그의 곁에 있을 수 없게 된다. 그게 없이, 인간이 동물 마냥 그냥 지금만 생각하고 살았다면 인간에게 진보는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대로 다른 동물처럼 계속 본능에만 충실해 살아 현 상태만 유지하려고 했다면 이미 다른 생물에게 지배받으면 사육당하는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을 것이다. 인간의 의미 찾기 때문에 인간은 지금 이 상태가 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인간이 진보한 것은 지금만 먹고 마시면 그만이라는 이런 본능에 기초한 것이 아니고 의미를 둬서 미래를 생각하고 준비하는 그런 인간의 본성으로 인간이 진화해 지구상에서 만물의 영장이 된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에게 의미 찾기는 인간의 본성을 넘어선 본능에 가까운 특성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걸 무시하고 지금만 즐기면 된다는 카푸어나 하우스푸어의 생활을 접고 이젠 뭔가 미래도 생각하는 요노족이 인간 곁에 찾아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요노족이 지금의 현실이 어려우니까 생존을 위해 찾아온 것도 있지만, 인간의 본성인 의미 찾기 때문에 결국은 찾아왔다고 보는 게 더 맞다. 언젠가는 찾아왔을 거지만 현실의 극복 과정에서 좀 일찍 찾아온 것뿐이다. 참고로 인간의 의미 찾기, 허무를 견디지 못하는 특성 때문에 물질적인 것 외에 생각해 낸 것이 인간에게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정신적인 가치인데 그 일환으로 종교가 탄생한 것이고 같은 맥락에서 정신적인 것의 결과물로 예술이 인간과 떨어지지 않고 지금까지 같이 해온 것이다. 정신과 의미를 떼어놓고는 사실 인간을 생각할 수 없다. 이런 정신적인 가치들이 인간 역사와 함께했다. 인간의 의미 찾기, 만물에 대한 인간의 독특한 해석인 종교와 예술은 그래서 인간 역사와 맥을 같이 해왔다고 볼 수 있다. 정신적인 인간에게 의미는 중요하다. 인간에게 정신적인 것이 제거되지 않는 한 의미, 가치, 예술, 종교 같은 정신적인 인간 유산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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