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 <우스운 사랑들>

D-29
그녀는 자기만의 독창적인 자기 설득 방법까지 고안해 내서,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 수백만 기성품 몸 중에서 하나의 몸을 받는다, 마치 거대한 건물 속 수백만 집들 중에서 그녀에게 하나의 집이 배정되는 것처럼, 그러니까 몸은 우연적이고 비개인적인 것이다, 빌려 쓰는 기성품일 뿐이다라고 계속 속으로 되뇌었다. (2) 그녀는 왜 진지함과 가벼움을 함께 가지지 못하는지 자신을 탓했다. (2) 어린아이 같은 욕망들은 어른의 정신의 모든 함정들을 다 벗어나 때로 저 머나먼 노년에 이르기까지 살아남는다. 그리고 이 어린아이 같은 욕망은 어떤 역할이 주어지면 그 속에서 구체화될 기회를 잡는다. (4) 그는 여자 친구가 어느 정도까지 쉬운 여자로 행동할 줄 아는지 보면서 점점 더 짜증이 일었다. 그렇게 쉽게 그런 인물이 될 수 있다면 그녀가 정말로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사실 그것은 어딘가에서 솟아나 그녀 살갗 아래 스며들어 간 다른 여자의 영혼이 아니었다. 그녀가 그렇게 연기하는 여자는 그녀 자신이었다. 아니면 적어도 그녀라는 존재의 한 부분으로, 평소에는 그녀가 빗장을 질러 가두어 두지만 게임이라는 핑계가 우리에서 튀어나오게 만든 것이었다. 그녀는 아마 이 게임을 하면서 자신을 부정한다고 믿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정확히 반대가 아니었을까? 그녀를 자기 자신으로 만들어 준 것이 이 게임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녀를 풀어 준 것이? (7) 그녀가 정신적으로 그에게 낯설수록 그는 육체적으로 더 그녀를 욕망했다. (7) “나는 나야, 나는 나야…” 라고 말하는 것이 들려왔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움직이지도 않았으며, 모르는 것을 똑같이 모르는 것으로 정의하는 여자 친구의 말이 얼마나 서글프게 말이 안 되는지 너무나 잘 이해했다. (12)
우스운 사랑들 히치하이킹 게임,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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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키움>인 만큼 역시나 어렵네요. 등장인물들 간의 얽히고 설킨 관계가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과 또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전부 너무 복잡하게 묘사되어 있고 각자의 결론 부분에서는 예상했던 것에서 꽤 빗나가는 논리가 펼쳐지는 것 같아요. 노트정리를 하면서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ㅎㅎ
필연성에다 대고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거죠. 인과 법칙에 다리를 걸고 싶은 거예요. 우주의 흐름의 그 음울한 예측 가능성을 자유의지의 변덕으로 실패하게 하고 싶은 거 말이에요. (자유 예찬) 그 느림은 서투름보다는 나른한 감탄을 증명해 주는데 이 젊은 의대생은 그런 식으로 외부 세계의 무의미한 세세한 것들은 무시한 채 자신의 존재를 깊숙이 집중하여 바라보고 있었다. (책임의 범위) 자기가 의식하고 있는 것에만 책임이 있다면 바보들은 애초에 모든 잘못을 면제받겠군. 하지만 플라이슈만, 사람은 알아야만 할 의무가 있지. 사람은 자신의 무지에 책임이 있는 거야. 무지는 잘못이야. 바로 그래서 그 무엇도 자네 잘못을 사해 줄 수 없는거고, 따라서 자네가 부정할지라도 자네는 여자들한테 상놈처럼 행동한다고 나는 선언하겠네. (책임의 범위)
우스운 사랑들 <콜로키움>,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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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지 오래된 자들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자들에게 자리를 내주도록> 이렇게 긴 제목을 읽고도 이게 공동묘지 얘기였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참 신기할 정도로 탁월하고 천재적인 모티프에요. 앞 작품인 <콜로키움>의 죽음이라는 테마가 이어지는 듯 합니다. 또 다음 작품 <이십 년 후의 하벨 박사>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젊음과 늙음” 이라는 키워드가 세 작품 모두를 관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농담> 시작부분의 오랜만에 고향 땅을 밟는 장면도 떠올랐어요. 남자 등장인물이 루드빅 같기도 하네요. 그렇다면 여자 등장인물은 누구일지… 어쨌든 참 웃픈 작품입니다.
그리하여 그는 점점 사라져 가는 이 (머리카락이 있는) 인물의 총결산은 정확히 무엇인지, 이 인물이 정확히 무엇을 살아 낸 것인지, 정확히 어떤 기쁨들을 맛본 것인지 자신에게 물었고, 그것이, 그 기쁨이 너무 얼마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하며 경악했다. 그는 그 생각만으로도 얼굴이 붉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다. 그는 부끄러웠다. 이 세상에서 그렇게 오래 살고도 그렇게 조금 살았다는 것은 치욕스러운 일이었으므로. (…) 여자는 그에게 삶의 농도를 재는 단 하나의 타당한 기준이 되었다. (3) 마라톤 주자가 중간 지점에서 자신이 지리라는 것을 (그것도 자기 자신의 실수 때문에) 확인하면서 그만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되는 것과 거의 비슷하게 그런 생각들이 그에게 찾아온 것이다. 그 역시 이제 진 경주라 여겼고 그러므로 계속 달릴 마음이 나지 않았다. (3) 그는 어머니의 사랑을 견딜 수 있도록, 어머니를 사랑할 수 있도록 나이 든 어머니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녀는 아들이 자신을 그렇게 무덤 속으로 밀어 넣는다는 것을 때로 알아차렸지만 결국은 아들 뜻을 따랐고, 그의 압력에 굴복했으며, 심지어 자기 삶은 바로 이렇게 다른 삶 뒤로 조용히 사라짐으로써 아름다워지는 것이라 생각하려 애쓰면서 이 굴복을 이상화하게까지 되었다. (6) 인간의 가치 전체는 바로 스스로를 넘어설 수 있다는 데에, 자기 자신의 테두리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는 데에, 다른 사람 속에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존재할 수 있다는 데 있는 것. (8) 죽은 지 오래된 자들은 죽은 지 얼마 안 된 자들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하며, 기념물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으며, 지금 옆에 있는 남자가 그녀를 기리며 십오 년 동안 숭배한 그 기념물까지도 역시 아무 데에도 소용없으며, 모든 기념물이 다 쓸데없는, 쓸데없는 것이라는 생각. (14)
우스운 사랑들 <죽은 지 오래된 자들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자들에게 자리를 내주도록>,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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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년 후의 하벨 박사>는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앞서 나온 두 편의 작품과 겹치는 부분이 많으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하벨 박사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해요. 콜로키움부터 여기까지 세 편이 정말 절절한 “우스운 사랑들”의 다양한 버전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젊은이들과 늙은이(?)들의 사랑이 확실히 구분되는 포인트들이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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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바르트와 하느님>은 역시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할 만한 걸작이네요. 무엇보다 너무나 재미있고, 바로 다음 장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끊임없이 흥미진진하고, 데이트 도중 신앙심 깊은 사람처럼 행동할 때마다 어떻게 마침 학교 직원에게 딱 걸리는 장면에서는 빵 터질 수 밖에 없어요. 첫 수록작이었던 <누구도 웃지 않으리>와 겹치는 부분이 참 많고, 그래서인지 한층 더 복잡한 버전의 <농담>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다뤘던 이분법이 나오기도 하고요.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컴플렉스한 설정들도 매우 훌륭했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진지한” 삶의 영역이 결국 한낱 우스운 헤프닝으로 전락해 버리는, 그렇게 아무것도 진지하게 여길 수 없고 어떤 자유도 선택할 수 없는 사회 속에서 작가의 괴로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유머러스하게 승화시켰다는 것이 대단하네요. 수록작들 중 가장 “우스운 사랑”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처절한 진지함 가운데 조금도 웃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그것이 싫지도 않고 기쁘지도 않았어요. 그는 늘 진지한 것과 진지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려 노력했는데, 교사직은 진지하지 않은 것 범주에 분류했지요. 교사라는 직업 그 자체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른 방도로 생계를 해결할 수 없을 터라 이 직업에 외려 애착이 많았지요.) 자기 자신의 본질과 비교해서 그 일이 헛되다 판단했습니다. (2) 의무적인 것이 진지하지 않은 것(웃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면, 진지한 것은 아마 선택적인 것일 테지요. (2) 무엇 때문에 진실을 말해야 하는가?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해야만 하게 하는가? 그리고 무엇 때문에 진실함을 미덕으로 여겨야만 하는가? (9) 형이 그 사람한테 진실만을, 정말로 그 사람에 대해 형이 생각하는 것만을 말한다면 그건 형이 미친 사람하고 진지한 토론을 하는 데 동의한다는 뜻이고 형 자신도 미쳤다는 뜻일 거야. 우리를 둘러싼 세상하고도 정확히 마찬가지야. 형이 세상 앞에서 진실을 말하겠노라 고집한다면 그건 형이 세상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뜻이겠지. 그런데 그렇게 진지하지 않은 어떤 것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건 자기 자신이 진지함을 다 잃어버린다는 거야. 나는, 나는 미친 사람들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나 자신이 미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거짓말을 해야만 해. (9) 그러다가 문득 그는, 이 도시에서 가까이 지내는 모든 사람들이 실은 압지에 흡수된 선이거나 교체 가능한 태도들을 가진 존재들, 견고한 실체가 없는 존재들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보다 더 나쁜 건, (그다음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정말 더 나쁜 건, 자기 자신이 이 모든 그림자 인물들의 그림자라는 것이었는데, 왜냐하면 자기 지성의 모든 원천을 오로지 그들에게 적응하고 그들을 따라 하려는 데에 다 써버렸기 때문이고, 아무리 그들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속으로 비웃으며 따라 했다 해도 소용없고, 그렇게 해서 몰래 그들을 우스꽝스럽게 만들려고 (그리하여 적응하려는 자신의 노력을 정당화하려고) 애썼어도 소용없었으며, 그것이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않았으니, 왜냐하면 반감을 품었다 해도 모방은 어쨌든 모방이며, 비웃음을 날리는 그림자라 해도 그림자는 어쨌든 그림자이고, 이차적인, 파생적인, 비참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굴욕적, 끔찍하게 굴욕적이었습니다. (10)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진지하게 여길 수 없을 때, 산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요! (10)
우스운 사랑들 <에드바르트와 하느님>,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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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과 #진지함 사이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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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 전집 중 3권 완독! 올해는 이제 그만… 내년에는 모두 완독할 수 있기를!
한줄평: 사실 조금도 우습지 않으나, 우스울 수 밖에 없어져 버린 사랑 이야기들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진지하게 여길 수 없을 때, 산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요!
우스운 사랑들 에드바르트와 하느님,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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