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 <우스운 사랑들>

D-29
오늘까지 읽은 부분에서 인상적인 내용을 알려 주세요.
<에드바르트와 하느님>은 역시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할 만한 걸작이네요. 무엇보다 너무나 재미있고, 바로 다음 장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끊임없이 흥미진진하고, 데이트 도중 신앙심 깊은 사람처럼 행동할 때마다 어떻게 마침 학교 직원에게 딱 걸리는 장면에서는 빵 터질 수 밖에 없어요. 첫 수록작이었던 <누구도 웃지 않으리>와 겹치는 부분이 참 많고, 그래서인지 한층 더 복잡한 버전의 <농담>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다뤘던 이분법이 나오기도 하고요.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컴플렉스한 설정들도 매우 훌륭했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진지한” 삶의 영역이 결국 한낱 우스운 헤프닝으로 전락해 버리는, 그렇게 아무것도 진지하게 여길 수 없고 어떤 자유도 선택할 수 없는 사회 속에서 작가의 괴로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유머러스하게 승화시켰다는 것이 대단하네요. 수록작들 중 가장 “우스운 사랑”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처절한 진지함 가운데 조금도 웃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그것이 싫지도 않고 기쁘지도 않았어요. 그는 늘 진지한 것과 진지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려 노력했는데, 교사직은 진지하지 않은 것 범주에 분류했지요. 교사라는 직업 그 자체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른 방도로 생계를 해결할 수 없을 터라 이 직업에 외려 애착이 많았지요.) 자기 자신의 본질과 비교해서 그 일이 헛되다 판단했습니다. (2) 의무적인 것이 진지하지 않은 것(웃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면, 진지한 것은 아마 선택적인 것일 테지요. (2) 무엇 때문에 진실을 말해야 하는가?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해야만 하게 하는가? 그리고 무엇 때문에 진실함을 미덕으로 여겨야만 하는가? (9) 형이 그 사람한테 진실만을, 정말로 그 사람에 대해 형이 생각하는 것만을 말한다면 그건 형이 미친 사람하고 진지한 토론을 하는 데 동의한다는 뜻이고 형 자신도 미쳤다는 뜻일 거야. 우리를 둘러싼 세상하고도 정확히 마찬가지야. 형이 세상 앞에서 진실을 말하겠노라 고집한다면 그건 형이 세상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뜻이겠지. 그런데 그렇게 진지하지 않은 어떤 것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건 자기 자신이 진지함을 다 잃어버린다는 거야. 나는, 나는 미친 사람들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나 자신이 미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거짓말을 해야만 해. (9) 그러다가 문득 그는, 이 도시에서 가까이 지내는 모든 사람들이 실은 압지에 흡수된 선이거나 교체 가능한 태도들을 가진 존재들, 견고한 실체가 없는 존재들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보다 더 나쁜 건, (그다음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정말 더 나쁜 건, 자기 자신이 이 모든 그림자 인물들의 그림자라는 것이었는데, 왜냐하면 자기 지성의 모든 원천을 오로지 그들에게 적응하고 그들을 따라 하려는 데에 다 써버렸기 때문이고, 아무리 그들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속으로 비웃으며 따라 했다 해도 소용없고, 그렇게 해서 몰래 그들을 우스꽝스럽게 만들려고 (그리하여 적응하려는 자신의 노력을 정당화하려고) 애썼어도 소용없었으며, 그것이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않았으니, 왜냐하면 반감을 품었다 해도 모방은 어쨌든 모방이며, 비웃음을 날리는 그림자라 해도 그림자는 어쨌든 그림자이고, 이차적인, 파생적인, 비참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굴욕적, 끔찍하게 굴욕적이었습니다. (10)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진지하게 여길 수 없을 때, 산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요! (10)
우스운 사랑들 <에드바르트와 하느님>,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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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과 #진지함 사이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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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 전집 중 3권 완독! 올해는 이제 그만… 내년에는 모두 완독할 수 있기를!
한줄평: 사실 조금도 우습지 않으나, 우스울 수 밖에 없어져 버린 사랑 이야기들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진지하게 여길 수 없을 때, 산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요!
우스운 사랑들 에드바르트와 하느님,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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