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1탄) 작별하지 않는다 같이 읽어요

D-29
경하가 인선의 집으로 가는 길에 미끄러져 눈에 빠져 옴짝달싹 못하는 동안 의식이 흐려지고 혹독한 추위에 감각이 무뎌지는 모습이 읽으면서 직접 느껴지는거 같았습니다. 직접적인 4.3사건의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지만, 눈을 매개로 그날의 기억은 잊혀지지 않는다는 걸 계속 보여주는 듯 합니다.
칠십 년 전 이 섬의 학교 운동장에서 수백 명의 아이들과 여자들과 노인들의 얼굴이 눈에 덮여 알아볼 수 없게 되었을 때, 암탉과 병아리들이 날개를 퍼덕이는 닭장에 흙탕물이 무섭게 차오르고 반들거리는 황동 펌프에 빗줄기가 튕겨져 나왔을 때, 그 물방울들과 부스러지는 결정들과 피 어린 살얼음들이 같은 것이 아니었다는 법이, 지금 내 몸에 떨어지는 눈이 그것들이 아니란 법이 없다.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p.136, 한강 지음
한 개인이 지나간 아픈 역사를 어떤 방식으로 기억하게 되는 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어떻게 매번 마주치는 사소한 것들을 통해서도 기억될 수 있는 지, 그래서 그 역사를 잊을 수 없는 지를 알 수 있었던 문장입니다.
경하(이야기화자)와 인선의 관계를 잘 이해해야겠다 생각이 들지만, 뭔가 쉽지는 않습니다. 인선이 처음으로 이야기를 전해준 그 연말 이후.. 많은 시간이 흘러 경하는 그 자료를 읽고 도시 학살에 대한 책을 내고 그 꿈을 꾸고.. 인선과는 오랜 시간 친구로 지냈지만, 인선이 중산간마을로 간 이후, 조금은 서먹한 사이(?)가 되었다고 했죠.. 경하는 그 나무 일을 같이 하자 했지만 이제는 하지 말자하고 있고, 그리고 다시 작별의 이야기를 쓰려고 했고요. 그러다 경하를 생각하고 있던 인선이 사고를 당하고.. 그렇게 다시 연결되고 있어요.. 뭐랄까.. 고통에 대한 둘 사이의 운명적인 얽힘이랄까요. 경하는 어떤 길을 가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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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9일과 10일은 1부 5장 남은 빛을 같이 읽습니다 이부분을 읽고 인상깊은 문장과 느낀점을 적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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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11일과 12일은 1부 6장 나무를 같이 읽습니다 이부분을 읽고 인상깊은 문장과 느낀점을 적어주세요
그들의 얼굴에 쌓였던 눈과 지금 내 손에 묻은 눈이 같은 것이 아니란 법이 없다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133p., 한강 지음
덤불에 찔려 흐른 피와 섞인 그걸 패딩 코트 앞섶에 함부로 닦는다. 시고 끈적이는 눈물이 다시 솟아 상처에 엉긴다. 이해할 수 없다. 아마는 나의 새가 아니다. 이런 고통을 느낄 만큼 사랑한 적도 없다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152p., 한강 지음
제주도에 도착한 이후 경하는 계속 거리를 두려고하는것같아요.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되고요. 거대한 비극을 마주할때 우리 대부분이 그렇지않을까요. 나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인데도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나니까요. 그 아픔을 세밀히 들여다보고 파헤치는게 작가님의 방식이라 읽기가 쉽지않습니다. 그런데 또 이렇게 한장한장 마음에 드는 문장을 골라내고 감상을 쓰는게 오히려 먹먹한 감정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되네요.
죽으러 왔구나. 열에 들떠 나는 생각한다. 죽으려고 이곳에 왔어. 베어지고 구멍 뚫리려고, 목을 졸리고 불에 타려고 왔다.p. 172 공방에 겨우 왔는데 결국 인선의 새는 죽어 있네요.
아버지가 그것들을 먹다가 문득 환상에서 빠져나오길 어머니는 바랐던 것 같아요. 그 방법이 정말 통하는 날도 있었어요. 내 손에서 귤을 건네받으며 아버지는 반쯤 웃었어요.마치 두 세계를 사는 사람 같았어요. 한 눈으로는 나를 보고 다른 한 눈으론 내 몸너머 다른 빛을 보는 것같이, 어두운 방인데도 부신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올려다봤어요.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p.165, 한강 지음
인선의 아버지, 어머니 모두 4.3의 고통 속에서 한평생 보내신것 같아요. 그런 부모님의 아픈 모습을 보고 자랐기에, 그 아픔이 어떤의미인지 알기에 열심히 나무를 자르고 준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멈춘 게 언제였을까, 나는 생각한다. 내가 건천으로 미끄러지지 않았다면 그전에 물을 먹일 수 있었을까. 그 순간 제대로 길을 택해 내처 걸어왔다면. 아니, 그전에 터미널에서 더 기다려 산을 가로지르는 버스를 탔다면.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p.155, 한강 지음
아마에 대해 깊은 애정은 없다고 하면서도, 꼭 인선을 위해서만 그 위험한 길을 새를 살리러 간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에게 아마는 잠깐 동안 어깨에 앉은 무게로 손바닥 위의 간식을 먹으며 부리가 남긴 감각으로 남았겠지만, 근본적으로 생명이니까. 작고 여린 생명이니까 주인공은 그 부탁을 모른 척할 수가 없었을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을 무시할 수 없는 인간이기에 주인공은 이렇게 아팠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버지가 그것들을 먹다가 문득 환상에서 빠져나오길 어머니는 바랐던 것 같아요.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P165, 한강 지음
부서질 듯 문과 창문들이 덜컹거린다. 바람이 아닌지 모른다. 정말 누가 온 건지도 모른다. 집에 있는 사람을 끌어내려고. 찌르고 불태우려고. 과녁 옷을 입혀 나무에 묶으려고. 톱날 같은 소매를 휘두르는 저 검은 나무에.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p.171-172, 한강 지음
끈질기게 지난 기억(인선의 기억이 마치 경하의 기억이었던 것처럼 느겨지네요)이 머리 속에 각인되어 경하를 따라다니는 듯합니다. 어떤 과거이든 현재에서 극복하려면 그 과거를 끊임없이 멈추지 않고 기억하고 기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그 아픔들도 조금씩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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