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쉬운 해결책> 혼자 읽기

D-29
바스콘셀로스와 동료들 역시 직접적으로 자존감을 겨냥하지 않는 더 전통적인 사회적, 교육적 지원 사례들까지 포함하여 온갖 종류의 사회적 프로그램들이 ‘자존감’이라는 큰 틀에 포함되는 듯이 설명하는 경향이 있었다. 여기서 원래의 의도와 목표가 조금씩 변화되었고, 그것이 문제를 고약하게 만들었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개선된 결과를 낳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반드시 자존감 요소들 덕분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보게 될 설익은 아이디어들의 또 다른 특징이다. 이런 아이디어들은 기체처럼 퍼지는 경향이 있어서 대화에 존재하는 모든 빈자리를 채워버리고 만다. 확고한 기반과 명확한 개념적 경계가 없는 아이디어가 대중의 상상력에서 힘을 얻으면 얻을수록, 사용될 때의 수사학적 정확성은 가면 갈수록 떨어진다. 그러면 그 아이디어가 호출될 기회는 더 많아지고 결과적으로 그 아이디어는 더욱 널리 퍼진다.
손쉬운 해결책 - 자기계발 심리학은 왜 당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가 제시 싱걸 지음, 신해경 옮김
예를 들어, 자존감과 학교 성적을 연관시키려 할 때, 여러분이라면 학생들에게 학교 성적이 어떠냐고 물어보겠는가, 아니면 학생들의 성적표를 실제로 보고 평가하겠는가? 답은 분명해 보이겠지만(당연히 성적이 어떻다는 말보다는 실제 성적을 보는 편이 낫다) 실제로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 그 방법이 늘 실제적인 건 아니다. 성적 증명서를 보내주는 학생을 많이 찾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그냥 학생들에게 각자의 성적을 알려달라고 하는 편이 훨씬 쉽다. 연구 과정에서 번거로운 단계 하나를 완전히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일부 연구자들이 다년간 취해온 일종의 지름길이었다. 미 국방부 장관을 지낸 도널드 럼스펠드의 표현을 바꿔 말하자면, 때로 우리는 원하는 데이터가 아니라 있는 데이터로 심리학을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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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심리과학계에서 이런 일은 흔하다. 수중에 현실 세계에서 중요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어떤 상관관계를 지시하는 논문이 몇 개 있는데, 다른 특정한 상관관계도 참일 것이라 추정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하지만 그 다른 특정한 상관관계가 참인지 아닌지 결론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그새 다른 사람들, 최고 수준의 사회과학자들만큼 과학적 엄밀함에 목매지 않을 사람들, 또는 긴급한 현실 세계의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지만 동료 평가를 거친 더 많은 증거가 들어오기를 기다릴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정말로 믿을 수 있는 판결이 나오기 전에라도 그 아이디어를 시험해보자고 결정할 수 있으리라
손쉬운 해결책 - 자기계발 심리학은 왜 당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가 제시 싱걸 지음, 신해경 옮김
그렇다, 자기 자신을 완전히 무가치하고 좋은 일이라곤 절대 생기지 않을 멍청한 인간이라 믿는 그런 곤란한 상황은 우리 삶을 필요 이상으로 힘들게 만들 수 있다. 올바른 치료적 접근을 (그리고 때로는 약물 치료를) 통해 그런 생각을 개선하고 그 결과로 기분이 나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온갖 종류의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의 뿌리가 자존감이고, 아주 특정한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겨냥하는 일대일 치료보다 자존감을 개선하는 보편적인 프로그램들이 다양한 결과치를 개선할 것이라 말하는 건 다른 문제다. 설익은 행동과학 아이디어들의 많은 수가 그렇듯이, 문제는 실증적으로 입증할 수 있지만 복잡하고 맥락 중심적인 주장들에서 과학적으로는 의심스럽지만 듣기에 그럴듯하고 흥미로운 데다 무엇보다 단순한 주장들로 비약하는 것이다
손쉬운 해결책 - 자기계발 심리학은 왜 당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가 제시 싱걸 지음, 신해경 옮김
- 존 디울리오의 ‘슈퍼 범죄자’ 가설 - 1990년대 후반 미국은 늘어나는 청소년 범죄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고, 신문 기사와 뉴스를 통해 자극적인 사건이 퍼져 나가면서 사회가 불안에 휩싸여 있었다. 프린스턴 대 정치학과 교수 존 디울리오는 “인구통계에 비춰 볼 때 곧 불균형적으로 더 많은 청소년 인구의 물결이 밀려올 예정이므로 미국은 걸어다니는 살인 기계와 다를 바 없는 비도덕적인 청소년 군단의 침략을 받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 디울리오의 슈퍼 범죄자 가설에는 두 가지 가정이 있다. 첫째, 가정 환경이 청소년의 범죄 성향에 영향을 준다. 둘째, 인구 집단에서 젊은 남성의 비율이 높을수록 범죄와 무질서가 더 많이 발생한다. - 1995년 발표한 소논문 ‘슈퍼 범죄자의 도래’에서 디울리오는 슈퍼 범죄자란 충동적으로 사람을 죽이거나 불구로 만드는 범죄자 부류라고 밝혔다. 디울리오는 도덕적 빈곤이 그 원인이라고 했다. 도덕적 빈곤이란 도덕을 알려주는 다정하고 유능한 어른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디울리오는 슈퍼 범죄자에 대한 이론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하류층’ 개념을 토대로 삼고 차용했다. - ‘하류층’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많은 학자들은 이들이 재산은 적으나 근면 성실한 가난한 노동자와는 다르다고 밝히고 있다. 하류층의 기원에 대해서는 ‘구조주의’적 해석과 ‘문화주의’적 해석이 충돌하는데, 디울리오는 문화주의적 해석에 경도되어 있었다. - 디울리오는 슈퍼 범죄자 설에 인종주의적 해석을 거부했으나, 그는 도덕적 빈곤으로부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층이 젊은 흑인이라고 주장하는 등 여러 의견 사이를 오가는 모습을 보였다. - 디울리오는 슈퍼 범죄자를 예방하거나 처단하는 방법으로 도덕적 빈곤을 해소할 수 있는 교회의 확장과 혹형주의를 주장했다.
- 디울리오의 가설에 대한 반박 - 디울리오의 가설은 거의 모든 면에서 반박당했다. 우선, 그의 주장과 달리 1990년 후반부터 청소년 범죄율은 점차 하강하고 있었다. 청소년 범죄율 증가는 1980년부터 시작된 마약 조직 간 전쟁으로 인해 총기가 자유롭게 유통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하며, 이들 전쟁이 감소하자 자연스럽게 청소년 범죄율도 감소한 것이다. - 또한 디울리오는 청소년의 6퍼센트가 폭력 범죄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밝혔는데, 이 예측 역시 완전히 잘못된 데이터 해석에 기반한 것으로 밝혀졌다. - 슈퍼 범죄자 개념 역시 모호하게 정의되어 있다. “나쁜 짓을 하고도 양심의 가책을 보이지 않는 어린 사람”이라는 개념 외에 슈퍼 범죄자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설익은 아이디어가 퍼져나갈 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슈퍼 범죄자로 낙인찍힌 아이들이 크고 나서 자신의 잘못을 후회할 가능성은 없는지, 슈퍼 범죄자는 어떻게 진단하는지 등 중요 개념에 대한 비판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 슈퍼 범죄자에 대한 반박을 이끌어낼 수 있는 ‘도덕 운’ 이란 개념이 있다. 도덕적 삶을 살 기회도 불공평하게 분배된다는 것이다. 나치 치하의 시민들은 매번 도덕적 시험에 직면했지만, 다른 유럽 국가의 시민들은 그처럼 혹독한 시험에는 처하지 않았고, 따라서 그들은 책임을 질 필요도 없었다.
- 사상적 지도자의 문제 - 정치학자 대니얼 드레즈너는 대중에게 이념을 전달하는 ‘사상적 지도자’ 와 ‘대중적 지식인’에 대해 논한다. 사상적 지도자는 자신의 이념과 사상을 매우 자신감 있는 태도로 전달하는 인물이며, 주로 한 가지 이념에 집중한다. 대중적 지식인은 상황을 복잡하고 미묘한 관점에서 바라보며 하나의 이념으로 세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틀 자체에 회의적이다. - 디울리오의 행보는 사상적 지도자에 가까웠다. 그는 자신의 슈퍼 범죄자 설을 담은 논문에 대한 엄격한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은 채 대중을 독자로 삼았다. 그는 정치인과 대중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주제로 들려주었다. - 청소년 슈퍼 범죄자 밈의 진실 - 청소년 슈퍼 범죄자 설에는 여러모로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대중들은 선량해 보이는 우리의 이웃이 범죄자라는 사실을 믿기 어려워하며, 그들이 여러 면에서 “우리와 다르다”라는 확신을 얻길 원한다. 이러한 심리는 ‘근본적 귀인 오류’라는 인간의 심리적 경향과 연결되어 있다.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하고 행동의 원인을 다르게 파악한다는 이 경향은 인종주의와 쉽게 결합하여 특정 인종이 범죄자라는 인상을 만들어낸다.
가정환경과 생활환경 요인이 범죄율과 관련된다는 가정과 청소년 급증이 전반적인 범죄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정은 예나 지금이나 별다른 비판을 받지 않으며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일도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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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스는 논문에서 자신들의 문화적 결손(부족한 근로 의지, 성충동 자제력 결여 등등)에 대한 하류층의 태도를 비난하는 ‘문화주의’ 주장들과 하류층이 통제할 수 없는 경제구조와 사회적 변화에 비난을 집중하는 ‘구조주의’ 주장들 사이에서 들끓는 논쟁을 요약한다. 그녀는 논문에서 이 문제를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식으로 취급하는 건 과도한 단순화라고 지적하면서, 사회학자들과 다른 이론가들이 이 이분법을 뛰어넘기를 희망한다. 결론으로 향하며, 그녀는 유명한 사회학자 윌리엄 줄리어스 윌슨William Julius Wilson의 저서를 인용한다. “구조적 기원을 가진 문화적 병리 현상”이라는 개념을 상정한 윌슨의 견해는 “지금까지 강력한 회의론에 직면해왔지만, 지금의 상황이 이런 과정의 첫 단계를 알리는 신호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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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울리오는 억압에 직면해온 흑인들에 대한 공감과 형사 사법제도에서 흑인들이 받는 차별에 집중하는 특정한 자유주의적 관념에 대한 회의적 시각 사이에서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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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디울리오는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끊이지 않고 있었던 숱한 현대적 인종주의 보수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리고 하류층 논쟁에 참여한 문화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게 본질적으로 열등한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조적인 장애물들이 이미 극복되었기 때문에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다른 가치들을 수용하기만 하면 백인들만큼 성공적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자신도 어렸을 때 심각하다고 인지했던 구조적 문제들, 특히 인종차별적인 법 집행 문제가 어떻게 그렇게 빨리 해결될 수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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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울리오와 동료들은 정말로 근본적으로 나쁜 짓을 하고도 양심의 가책을 보이지 않는 어린 사람이라는 개념을 제외하고는 슈퍼 범죄자가 무엇인지 완전하게 정의조차 하지 않았다. 이것이 설익은 아이디어들이 퍼져나갈 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 아이디어들은 개념적 모호함을 특징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즉 문제의 아이디어를 자세히 살펴보면 명확한 경계와 정의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아이디어들은 특히 비전문가들이 봤을 때 그럴듯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고, 특히 문외한인 청중들이나 그 아이디어가 이데올로기적으로 유용하다고 판단하는 사람들 사이로 전파될 만큼 직관적으로는 말이 되지만, 조금만 아이디어를 찔러보고 들춰보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끝까지 잘 익지 않았다는 사실이 금방 드러난다. 손을 대면 조각조각 갈라지거나 아니면 아예 부스러져버리는 아이디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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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그리고 운만이, 나치 협력자가 되는 삶과 그처럼 도덕적으로 극악한 행위를 저지르지 않고 사는 삶 간의 차이를 일부나마 설명해준다. 다른 많은 것과 마찬가지로, 도덕적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도 불공평하게 분배된다. 그 아이가 어떤 해를 입혔든지 간에, 크랙 거래에 연루된 무장한 열세 살 소년에게 다른 아이들처럼 선을 행할 기회가 동등하게 주어지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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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슈퍼 범죄자에 관한 연구 결과를 동료 평가를 거쳐 발표하려 했다면, 문외한 청중은 제기하지 않을 듯한 질문들에 답해야 했을 것이다. 그 용어가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용어의 사용이 청소년 폭력 범죄자들에 관한 선행 이론 및 실증 연구 자료들과 잘 맞물리는지, 그가 의존하고 있던 그 인구통계학적 예측이 견고한지 등등의 질문들 말이다. 디울리오는 사용하는 용어를 엄밀하고 일관성 있게 정의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는 대신에 그는 대체로 대중을 겨냥하는 글쓰기에 집중했고, 일차적으로는 정책 입안자들과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삼았던 듯하다. 그 글의 대상들은 대부분 개념의 일관성에 관해 곤란하거나 회의적인 질문을 던질 지적 도구들은 갖추지 못했지만, 많은 수가 그가 파는 것을 살 의향이나 사야 할 정치적 동기들은 갖추고 있었다. 디울리오는 대중적 지식인보다는 범죄와 싸우는 1990년 중반의 사상적 지도자에 어울리는 언어로 말하는 법을 알아냈고, 그에 따르는 보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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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가짜 이야기를 받아들일 때는 근본적으로 그 이야기가 그 사회가 듣고 싶어 하는 무언가, 또는 당시에 일어나고 있던 어떤 것을 설명해주는 듯한 무언가를 들려주기 때문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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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 어떤 진전이 있었든, 세기가 끝날 때까지도 미국 사회의 다수는 허술한 통계적 증거를 기반으로 사법제도와 마주친 많은 흑인을 구제할 수 없는 괴물처럼 취급하도록 만든 설익은 아이디어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지경에 머물렀다. 그런 이야기들은 아무리 옷을 바꿔 입고 나와도 어느 시점에는 같은 메시지가 옷을 뚫고 비치게 마련이었다. 흑인은 백인과 다르고 흑인 범죄는 백인 범죄와 다르다는 메시지이다. 통계가 증명한다. 그리고 본성 중심적 설명으로도(흑인들은 생물학적으로 열등하다), 양육 중심적 설명으로도(흑인 문화와 가치들은 열등하다), 또는 어떤 혼합적 설명으로도 이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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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1990년 당시 미국의 문화는 잘 모르고, 나와는 먼 이야기이지만 뇌리에 강하게 박히는 문장이 유독 많은 챕터였다. 토마스 네이글의 '도덕 운'이라는 개념, 사람들은 진실보다 듣고싶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 사회를 떠도는 설익은 아이디어에 대한 내용은 오늘날에도, 아니 최근에 이르러 더더욱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가짜뉴스와 우리를 혹하게 만드는 온갖 심리학이 판치는 세상에서 꼭 염두에 두어야 할 내용이 아닐까.
느슨하게 정의된 용어들이 주변에 굴러다닌다면, 그 용어가 월요일에는 이런 의미, 화요일에는 저런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면, 거의 확실히 설익은 행동과학적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는 징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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