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 책 속 문장과 닮아있는 @borumis 님의 이야기가 너무나 인상 깊습니다.
[📕수북탐독] 6. 열광금지 에바로드⭐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연해

아린
“ 응, 난 의사가 꿈이 아니라, 돈 많이 버는 게 꿈이거든. 엄청나게 부자가 되갰다는 것도 아니야. 그냥 궁상 안 떨고, 남들 앞에서 떳떳하게 살고 싶어. 의사도 요즘은 옛날처럼 못 벌어. 그래도 의사가 되면 최소한 어디 가서 업신여김 당하지는 않겠지. ”
『열광금지, 에바로드 - 2014 제2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p. 153, 장강명 지음
문장모음 보기

borumis
“ 내 말은, 우리가 선택한 것도 아닌데 이 현실에 적응하라고 하는 말이 고깝다는 거야. 어떤 사람은 지금도 아프리카에서 태어나서 평생 굶주리며 살고, 어떤 사람은 전쟁 중에 태어나서 비참한 꼴만 보면서 살잖아. 그런데 거기서 태어나는 아이들한테도 현실에서 도망치 지 마라. 현실을 직시해라. 세상은 지옥이다. 그렇게 말해줘야 할까? ”
『열광금지, 에바로드 - 2014 제2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p.79, 장강명 지음
문장모음 보기

borumis
왜 어른들이 현실을 지옥으로 만들어 놓고서 아이들에게 그 엉망이 된 현실을 직시하라고 할까요? 참 잔인하다고 불공정하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요. 심지어 그걸 뉘우치거나 미안하다는 표현 하나 없이 방치하니..

borumis
철 좀 들어, 인마. 돈 없는 집 애들은 철이라도 빨리 들어야 해.
『열광금지, 에바로드 - 2014 제2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102쪽, 장강명 지음
문장모음 보기

borumis
“ 패션업계 종사자들의 허세는 기본적으로 '내가 남들보다 쿨하다'는 우월 의식에서 비롯된 욕망이었다. ... 그 대상이 타인의 시선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돈이나 권력을 향한 욕망과 다를 바 없다. 게다가 눈길이라는 것은 돈이나 권력에 비하면 훨씬 보관하기 어려운 재화라서, 눈길을 추구하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매우 단기적이며 근시안적이 될 수밖에 없다. ”
『열광금지, 에바로드 - 2014 제2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109쪽, 장강명 지음
문장모음 보기

borumis
“ 군대가 고등학교보다는 더 나았던 것 같다. 고등학교에서는 시스템이 온몸으로 "너희들은 뻔한 놈들이야"라고 주장했지만, 군대에서는 "다들 사정이 있는 건 알지만 여기 있는 동안에는 뻔하게 있다 가라"라고 말하는 차이가 있었다고나 할까. ”
『열광금지, 에바로드 - 2014 제2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110쪽, 장강명 지음
문장모음 보기

borumis
“ 어쩌면 손목을 그은 것은 에반게리온 오타쿠인 저한테 보내는 신호였는지도 모릅니다. 등장인물들이 저마다 살기 싫다고 아우성치는 에반게리온이지만, 정말로 극중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어요. .. 아스카의 진심을 알고 싶다 면 아스카의 A.T. 필드 안으로 들어가야 하죠.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서 신지는 결국 모든 인류의 A.T. 필드를 무너뜨리고 아스카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잖아요. 그리고 그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었죠. 우리 모두에겐 A.T. 필드가 있다, 그 장벽 때문에 외롭고 슬프지만 그 벽이 사라지면 우리는 인간이 아니게 된다. 에반게리온 전체의 메시지는 이것 아닐까요? ”
『열광금지, 에바로드 - 2014 제2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136-138쪽, 장강명 지음
문장모음 보기

꽃의요정
“ 일본 애니메이션에서의 허세는 남이 아닌 자신을 향한다. '나는 특별하다, 남들은 알지 못하는 비밀을 알고 있다.' 그런 종류의 자의식 과잉이다. 이렇기에 애니 오덕들은 골방에 틀어박힐 수 있지만 패션 오덕들은 그러지 못한다. ”
『열광금지, 에바로드 - 2014 제2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108p, 장강명 지음
문장모음 보기

꽃의요정
85p의 '멋지다 마사루' 로 코스프레한 팀이 우수상을 받은 걸 보며, 에반게리온이 '멋지다 마사루'를 이기진 못하지라며 혼자 지하철에서 막 웃었습니다. 이 책 읽으면서 계속 추억 돋아요~
체중계가 "살려 주세요~~" 했던 것도 떠오르고

장맥주
<멋지다! 마사루> 제가 좋아해요. 그리고 저는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랑 다른 작가의 작품이지만 <폭렬 갑자원>도 좋아합니다.
연애 시절 아내랑 둘이 만화 카페에 갔을 때 제가 너무 웃기는 작품으로 <폭렬 갑자원>을 강력 추천한 적이 있어요. 저도 아내 취향을 어느 정도 아니까 <멋지다! 마사루>와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는 좋아하지 않을 걸 알았습니다. 하지만 <폭렬 갑자원>은 보편적으로 웃긴 만화 라고 생각해서 추천했습니다. 아내가 다 읽더니 하나도 안 웃긴다고 핀잔을 주더라고요.
그런데 1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아내가 “사실 <폭렬 갑자원>이 너무 웃겼는데 그때 장강명이 뭔가 미운 짓을 했기 때문에 꼴 보기 싫어서 웃지 않으려고 어금니 꽉 깨물고 봤다”고 고백하더군요...

꽃의요정
오! 다른 만화 추천까지....제가 병맛 만화 드라마를 좋아해요.
근데 마사루는 2권 읽을 때까진 이 작가 그림도 ㅈㄹ 못 그리고 도대체 뭐냐 하며 읽었어요.
허나 나중에 빠져 들었죠..그 만화책 갖고 있던 친구는 지금 미쿡에 가족과 같이 가서 살고 있는데~ 갸가 진짜 생긴 건 안 그렇게 생기고 본인도 부정했지만, 꽤 덕후들이 모여 있던 집단에서도 '진정한 덕후'로 인정받던 친구였어요. OO아! 잘 살고 있니? 연락 좀 해라! 영어 공부하느라 힘드니?
저도 제 남편과 영화나 책 같이 보고 배알이 꼴릴 때가 좀 있어요. 전 이해를 잘 못했는데, 혼자 아무렇지도 않게 그 영화나 책의 원리(특히 과학쪽)를 얘기할 때요...그럼 저도 재미없었다고 얘기를 합니다.

borumis
ㅋㅋㅋㅋ 배알이 꼴리기까지.. 전 남편은 아예 책을 안 읽어서 그럴 걱정이 없는데 초딩 딸내미가 제가 추천해준 SF 소설 읽다가
자기는 SF소설 정말 싫다고!! 왜 작가가 자기밖에 모르는 이상한 배경에 설정 만들어놓고 아무런 설명도 없이 독자들이 다 이해할 거라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진행해버리냐고! 이렇게 불친절한 소설을 왜 읽어야하냐고??
너무 당당하게 SF소설 장르에 대한 총평을 내리더라구요.
반면 그녀는 뭔가 살인이나 시체 나오는 미스터리 스릴러 호러는 참 좋아하더라구요;; 장르 취향이 아주 확고한 그녀;;;

borumis
멋지다 마사루와 폭렬 갑자원..!! ㅋㅋㅋㅋ 추억의 병맛이네요. 병맛 만화들은 안그래도 넘 웃긴데 좀 미친 듯이 웃게 되서 만화방에서 읽기 쪽팔릴 때가 있어요 ㅋㅋㅋㅋ

장맥주
근데 이나중 탁구부나 이말년 만화는 끝까지 못 읽었습니다. 보면 웃기긴 한데 끝까지 읽을 마음은 안 드는... 왜 그런 걸까요? 병맛 만화에도 나름 추구하는 방향이나 구사하는 유머에 따라 세부 장르가 있는 걸까요? 아니면 제가 나이가 들어 이나중 탁구부와 이말년 만화를 접했기 때문일까요?

borumis
웬지 저도 그런 느낌이어서.. 제 나이 탓을 해봅니다..;; 뭘 봐도 까르르 웃음 터지고 가끔 보면 실성한 게 아닌가 싶은 제 딸냄의 웃음 감수성이 이젠 좀 부러워지네요..

꽃의요정
이나중 탁구부까지 나오고...근데 기억력 진짜 좋으세요~ 전 누군가 말해야 기억이 나는데 어떻게 그런 구한말적 만화까지 전부 기억해서 탁 꺼내서 얘기하시는지!

borumis
“ 종현은 자신이 욕을 할 수 없는 인조인간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안드로이드처럼 속마음이 없거나, 일본인처럼 혼네(속마음)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게 바로 인류보완계획이네’라고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
『열광금지, 에바로드 - 2014 제2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151쪽, 장강명 지음
문장모음 보기

borumis
“ 여행을 못한다는 게 그리 아쉽지는 않았다. 해외여행 경험을 특별히 부러워해본 적도 없었다. 종현른 삼사십분 정도의 망상만으로 일상을 여러 번 탈출했다가 돌아올 수 있는 중증 오덕이었고, 그런 일은 달리는 교통수단 안에서보다는 방구석에서 하는 게 더 편하다. ”
『열광금지, 에바로드 - 2014 제2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191쪽, 장강명 지음
문장모음 보기

borumis
웬지…;; 우리 나라 교육에 대한 시니컬한 태도나 자아찾기 여행에 대한 아니꼽다는 생각 그리고 한때 손목을 그었던 경험과 자살에 대한 제 입장 등 (객관적 평가와 무관헌 주관적 가치에 대한 답변을 생각해보다 자살을 생각하고 있더니 마침 이에 대한 글을 읽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마치 제 생각을 훔쳐본 듯이) 저랑 너무 비슷한 것 같아서 좀 소름이 돋네요. 주로 예전에 갖고 있던 생각들이었지만 지금도 그렇게 달라질 정도로 철들진 못했나봐요. 어쩌면 제가 바로 중2병도 아니고 대2병도 아닌 그 무시무시한 중년병인가봅니다;;;
작성
게시판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