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한테는 영화 <중경삼림>입니다. 제 인생 영화 베스트 5에는 분명히 들지 않고, 다시 보면 민망한 장면이나 대사도 많을 거예요. 근데 저 영화를 봤던 시간에 딱 그 영화에 감응할 나이였어요. 한국에 처음 개봉한 게 1994년인데 제가 그때 대학교 1학년이었거든요. 저는 그때 제 나이가 스무 살이라고 믿었는데, 2020년대에 나이 계산하는 기준이 바뀔 줄은 몰랐네요. 바뀐 기준으로는 저는 무려 열여덟 살에 그 영화를 봤던 거군요. 그것도 세 번이나.
처음 볼 때는 첫사랑이랑 봤는데, 아마 그 분을 다시 보거나 연락할 일은 없을 거 같습니다. 저에게 양조위의 멋짐을 알려주신 분이지요. 2회차, 3회차는 가장 친한 친구와 봤습니다. 2회차는 제가 그 녀석한테 야 이 영화 재미있다 꼭 보자, 해서 봤던 거였고, 3회차는 그 친구가 군대 가기 전날 봤습니다. 집총 거부 신념이 있어서 입영 며칠 뒤에 군 교도소에 갈 예정인 친구였습니다. 교도소 가기 전에 뭐 하고 싶냐, 물어봤더니 <중경삼림> 다시 보고 싶네, 그러더라고요.
그 친구와는 그저께 독산역 근처에서 만나서 술도 한 방울 안 마시고 비지찌개 2인분 같이 먹었습니다. 지하철노조 파업 때문에 약속시간에 늦었다가 욕도 푸짐하게 먹었습니다.

중경삼림경찰 223은 헤어진 옛 애인을 기다리며, 1달 동안 그녀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으면 그녀를 잊기로 마음먹는다. 같은 시간, 마약 딜러는 자신을 배신한 마약 중개인을 제거한 뒤 술집을 찾고 그곳에서 경찰 223은 술집으로 처음 들어오는 여자를 사랑하겠노라 마음먹는다. 한편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점원 페이는 언제나처럼 똑같은 샐러드를 고른 경찰 663을 남몰래 좋아하고 있다. 어느 날, 경찰 663의 애인이 이별의 편지와 함께 경찰 663의 아파트 열쇠를 페이의 가게에게 맡긴다. 페이는 경찰 663이 집을 비운 사이 남아있는 그녀의 흔적을 하나 둘 지워나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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