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번 성역을 넘고 나니 더 깊은 깨달음이 연속해서 찾아왔다. '내가 왜 에반게리온에 빠졌던가'에 대해 종현은 다시 생각했다. 첫 감상에서 '네가 겪은 고통은 특별하다'는 위안을 받은 뒤로 이 시리즈에 자신이 헛된 희망을 걸고 있었던 게 아닐까라고 그는 생각했다. 이 장르 전체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멸시에 저항하면서 애정을 더 깊이 키워나갔고, 그러다 마침내는 상대에게 없는 장점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 아니었을까, 여러 소년만화 중 가장 심오해 보이는 에반게리온이 실제로도 심오한 의미를 품고 있기를, 그나 제작진이나 너무 간절히 바랐고, 나중에는 그게 어떤 사이비 종교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에반게리온이 자신의 감옥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열광금지, 에바로드 - 2014 제2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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