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이제 20분 뒤면 이 모임도 끝이네요. 모두 안녕(安寧)하세요? 문득 이렇게 인사를 드리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어떻게 보면 안녕하고 어떻게 보면 그렇지 못한 오후 11시 40분을 보내고 있습니다. 동시에 마감이 닥친 원고 세 건을 쓰고 있거든요. 어쩌면 밤을 새워야 할지도 모릅니다. 연말까지 계속 이런 상태일 겁니다. 맥주로 이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데 술을 마시면 안 되기 때문에 칭타오 논알콜 캔을 두 캔째 마시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 전에 급작스러운 전화를 한 통 받아서 다소 마음이 심란합니다.
하지만 원고는 결국 어떻게든 다 쓸 테고(마감 초능력이 발휘됩니다), 급작스러운 전화 때문에 생긴 용무도 제가 해결하기는 할 겁니다. 그러리라는 걸 알고 있으니 엄청 좌절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냥 ‘아우 귀찮아 일을 해도 해도 끝이 없네 된장’ 이런 상태인데요, 그래도 지난해 11월과 비교하면 틀림없이 안녕합니다.
지난해 이즈음에는 사는 게 너무 우울해서 꾸역꾸역 죽지 못해 살고 있었습니다. 그때 가파도에 머물고 있었는데 근처에 정신과가 있었다면 갔을 겁니다. 결국 서울에 올라와서, 12월에 갔지요. 지금은 다 나았습니다.
올해는 딱히 이룬 건 없지만 무척 감사한 한 해였습니다. 마감을 온통 11월 12월로 미뤄서 10개월을 여유 있게 놀았던 덕분이기도 하고(-_-;;;),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믐에서 만난 분도 있습니다.
<열광금지, 에바로드>를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는데 쓸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점이 한 가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종현이가 굉장히 스트레스에 강한 인간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저 같으면 주변에 화풀이하고 저 자신한테도 화풀이하고 다 때려치운다 갈아엎는다 난리 부렸을 상황에서 저보다 훨씬 어른스럽게 굴더라고요. 저는 그런 인간이 못 되는데 어떻게 저보다 나은 캐릭터가 나왔는지 신기합니다. 모델이 되어준 두 분 덕분인 것 같기도 하고요.
모임에서 주관적 가치니 객관적 가치니 인생의 의미니 하는 이야기를 떠들었지만 2024년 11월 25일 밤에 드는 생각은 ‘스트레스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겁니다. 다른 분들께도 ‘스트레스를 잘 이겨내세요’ 하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덕담입니다. 랠리를 완주하시면서 스트레스를 만나면 잘 이겨내시고, 숨은 선물들을 많이 찾으시기 바랍니다.
이경진님, 성현아 평론가님, 그리고 모임에 참여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꾸벅... 장강명 드림.
[📕수북탐독] 6. 열광금지 에바로드⭐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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