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 1> 혼자 읽어볼게요.

D-29
오늘 모임에서 캐소본의 대머리 이슈(?)가 있었는데 나는 캐소본이 대머리라는 건 모르고 있어서 <미들마치 1>을 다 읽고 난 후 친캐소본파였던 나는 좀 당황했었다. 근데 캐소본 대머리라는 거 진짜 어디에 나와있지...
바로 이런 성격 때문에 도러시아는 너무나 어린아이 같았고, 매우 영리하다는 평판이 있기는 했지만 어떤 사람들의 판단에 따르면 너무나 어리석었다. 예컨대 바로 지금처럼, 비유적으로 말해서 캐소본 씨의 발밑에 몸을 던지고 그가 청교도의 교황이라도 되는 양 그의 멋없는 구두끈에 입을 맞춘 이 경우에도 그러했다. 그녀는 캐소본 씨가 그녀에게 걸맞는 좋은 사람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도록 일깨우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캐소본 씨에게 걸맞은 좋은 사람이 될지를 염려하며 자문했을 뿐이다.'
미들마치 1 p.87, 조지 엘리엇 지음, 이미애 옮김
도러시아... 바보. 모임에서 ㄹㄸ님이 말씀하신 게 너무 와닿았다. 도러시아가 생각 없이 한 결혼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시켜서 억지로 한 결혼도 아니고, 본인의 신념에 맞는 사람을 스스로 선택해서 한 결혼이 이렇게 망하는 길로 가다니 ㄹㄸ님도 스스로 똑똑하게 행동했는데 저렇게 될까 봐 너무 불안하셨다고... 나도 공감했다. 크흑. ㄹㄹ님은 도러시아가 헛똑똑이도 아니고 그냥 '헛'이라고 했는데 그냥 헛.... 나는 그냥 '헛'인지 '헛똑똑이'인지 모르겠다. '헛'이 안되려고 이리저리 용 쓰다가 '헛똑똑이'가 되는 것 같고 (도러시아를 보면) 그게 더 망하는 길로 보이고 불안하네. 책 읽을 땐 몰랐는데 모임에서 이야기 들으면서 이거 우리 엄마 이야기잖아? 싶다. (그동안 괜찮았던 사람들 다 거절하고 나중에 쫓기듯 본인보다 학력 높은 사람 아무나와 결혼... 망) 나는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엄마의 선택을 비웃었는데... 도러시아의 이야기를 보니 이런 바보 같은 결혼은 (내 생각보다 더) 쉽고 빈번하게 벌어지는 일이고 결혼이라는 게 다 이 모양인 듯.
모임에서 ㅇㄹ님의 말도 인상적이었는데 돈이 있어서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인물들(프레드, 리드게이트, 로저먼드)과 돈이 없어서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인물(케일럽)이 있다고, 그게 그때의 사회적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하셨다. 이런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흥미롭.
그리고 다른 인물들과 다르게 결혼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계산할 수 있는 위치에 놓은 캐소본이 현대인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셨다는 데 이 지점도 흥미로웠다. 납득이 갔다. 그래서 내가 계산적이고 이성적인 건조한 캐소본의 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도러시아는 스스로 자초한 어리석음 때문에 나라고 생각하기 싫어서 아예 이입하기 싫었나...?)
ㅎㄹ님이 말씀하시길 대체로 <미들마치>를 읽은 사람들이 자신을 '도러시아'에 이입해서 읽는다고 하셨다. (지식을 열망하는 여성이 결혼을 어떻게 잘못하게 되는지..) 우리 모임에서도 다들 도러시아를 응원했는데 나는 왜 나이 든 아저씨 캐소본에 이입했는지 의문스러워서 계속 생각했는데 지금 퍼뜩 든 생각은 1. 도러시아가 너무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어서 2. 도러시아가 부유한 형편이라서 이 부분을 보고 내가 이입할 대상이 아니라고 바로 판단한 듯 하다. 아름답고 부유한 여자들이 저런 실수를 하는군하고 바로 거리두기 하고 자신이 매력적인 위치에 있다는 걸 제대로 인지하지 않은 모습이 더 기만적이고 싫었는 듯... 나이 든 캐소본의 초라한 모습, 학자적인 욕망의 꼰꼰한(?) 집착, 자격지심, 주변에서 무시하는 시선 등.. 뭐 이런 점에서 캐소본에게 이입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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