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Xsam] 24. <작가란 무엇인가> 읽고 답해요

D-29
저도 여기에 밑줄 몇번이나 그었어요. 책을 읽으면 삶이 정말 풍성해질수 있다는 느낌이 전해지는 말이라 얼른 책을 더 읽고 싶게 만드는 문장이었거든요.
저는 완강한 무관심stubborn incuriosity이라는 개념을 좋아해요. 완강한 무관심을 계발하려면 어떤 분야의 지식에 자신을 한정해야 하지요. 전적으로 모든 분야에 탐욕스러울 수는 없어요. 모든 걸 다 배우려고 들지 않도록 스스로를 억제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배울 수 없지요.
작가란 무엇인가 1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91p, 파리 리뷰 지음, 권승혁.김진아 옮김
나이가 들수록 이 억제해야 한다는 걸 더 느끼게 되더라구요. 이제 내년 계획을 세울때가 다가오는데, 내년에는 이 말을 되새기면서 여러 개의 할일보다 집중할 한두개의 분야에 자신을 한정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어요. 정말 욕심만 많아서 올해도 여러개를 탐했는데 결국 별로 배우지를 못한채 달려온 느낌이 드는 연말이거든요 ㅠㅠ 완강한 무관심!
저는 '장미의 이름'을 읽고나서 다음 책으로 '바우돌리노'를 읽었는데요, 장미의 이름보다는 손에 잡는 긴장감이 덜하지만 종교와 관련된 내용이 더 쉬워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에코가 이 인터뷰에서 많이 언급했듯이 종교의 힘은 사람들이 믿고 싶어하는 것을 만들어내 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바우돌리노를 읽고나면 유럽 성당이나 박물관에 화려하게 전시되어있는 성물들이나 성인들의 무덤에 무조건 탄복하게 되지는 않게 되요.
바우돌리노 - 상에코 하면 딱 떠오르는 키워드인 '중세, 종교, 언어' 등등의 요소는 여전하지만, 이전 작품들에 비해 훨씬 대중적이고 읽기 즐겁다. 이현경씨의 번역이 깔끔하다.
신을 믿으시나요? 에코 - 사람들은 어째서 어느 날 어떤 사람을 사랑하고, 다음 날 그 사랑이 사라졌다는 걸 발견하게 되는 거지요? 슬프게도 감정이란 아무런 정당한 이유 없이, 그리고 자주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것이랍니다.
작가란 무엇인가 2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파리 리뷰 지음, 김진아.권승혁 옮김
신을 믿냐는 말에 저런 대답을 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CTL님 말을 읽으니 바우돌리노를 다음에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그런데 저 대답을 듣고, 질문자가 신을 믿지 않으면서 종교에 대해 상세하게 글을 쓰셨냐고 묻는것도 놀라웠어요. 전 못 알아들은체 넘어갔을것 같거든요 ㅎㅎ 신은 믿지 않지만 종교는 믿는다는 모순적인 것 같은 이 에코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 '바우돌리노' 꼭 읽어봐야겠어요.
소설가는 터키에서 엄청나게 특권적인 전통 속에 위치한 시인과 달리 사무원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군요. 시인이 되면 인기를 누리고 존경을 받는답니다.
작가란 무엇인가 1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124p, 파리 리뷰 지음, 권승혁.김진아 옮김
움베르토 에코를 끝내고 오르한 파묵으로 넘어왔습니다. --------‐----------------- '시'가 아주 높은 가치로 인정받게되는 문화의 특징은 뭘까요? 언뜻 제 머리 속에 떠오르는 문화권으로는 근대 이전 중국이 그러했었고요, 터키도 이렇게 소설가와 시인의 지위가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지 몰랐어요. 왜 그럴까요? 터키의 경우에는 종교적 이유도 있겠지요. 그런데 언어의 차이도 있지 않을까요? 가령, 중국어는 일반적인 구어나 서술조차도 시적인 요소가 아주 강한 언어인데 비해서 현대 한국어는 시의 운율을 살리기에는 아주 어색한 언어같거든요. 산문에 편중된 글읽기만 해왔던 터라서, '시인' 이 저렇게 대접받는 문화의 이야기를 들으면 늘 참 신기합니다.
[ 오르한 파묵] 정신분열은 사람을 지적으로 만들어줍니다. 현실과의 관계를 잃을지도 모르지만 정신분열에 대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허구를 쓰는 작가이므로 그게 그렇게 큰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당신의 한 부분이 다른 부분을 죽이는 것에 대해 너무 걱정을 많이 하면 하나의 영혼만 가지게 됩니다. 그것이 분열되어서 아픈 것보다 더 문제이지요.
작가란 무엇인가 1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153p. 오르한 파묵, 파리 리뷰 지음, 권승혁.김진아 옮김
음... 지금껏 읽은 예술가 인터뷰 중에 제일 돌은자 같은 말인데요. 역시 예술은 미쳐야하나봅니다.
파묵이 조현병에 대해 뭔가 아는 게 있는지 의심해봤습니다. 딱히 관련 커리어는 없는 거 같은데, 지인 중에 조현병 환자가 있었을까요? 인용해주신 저 대목도 조현병을 해리성 정체성 장애묵이 조현병에 대해 뭔가 아는 게 있는지 의심해봤습니다. 딱히 관련 커리어는 없는 거 같은데, 지인 중에 조현병 환자가 있었을까요? 인용해주신 저 대목도 조현병을 해리성 정체감 장애와 혼동해서 하는 말 아닌가 싶었어요. 사실 조현병은 정신이 '분열'되는 것과는 별 관련이 없다고 들었는데요.
1권은 오래 전에 읽어 거의 기억에 없는데 이번에 다시 들춰보니 에코가 그런 말을 하더군요. 진지한 학자들 중에서 텔리비전 보는 걸 즐기자 않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거라고. 단지 자신은 그걸 고백하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순간 웃었습니다. 우리나라나 남의 나라나 점잖은 직업을 가진 사람은 한결 같구나 해서. 왠지 tv를 즐겨보면 가벼워 보인다고 생각하는가 봅니다. 에코는 한 술 더 떠서 아예 tv를 본 것을 자신의 작업의 소재로 사용하려고 애쓴다고 하죠. 그렇다고 아무거나 다 보는 건 아니고 주로 드라마 시리즈를 좋아하지만 쓰레기 같은 프로는 싫다고 잘라 말합니다.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는데 새삼 에코가 좋아지더군요. 솔직히 저도 tv 드라마를 좋아하긴 하지만 요즘엔 어떤 드라마가 좋다고 드러내놓기가 꺼려질 때도 있더군요. 괜히 tv 중독자로 오해 받지 않을까 싶어서. 에코가 자신의 작업의 소재로 사용하려고 애쓴다니 (비록 고인이 됐지만) 앞으론 떳떳히 봐되 되겠다 싶기도 해요. ㅎㅎ 참고로 저는 <장미의 이름>을 영화로 봤습니다. 듣기론 <장미의 이름>과 <바우돌리노> 정도만 읽기가 수월하고 다른 소설은 좀 어렵다고 들었는데 그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영상화물의 원작이 늘 그렇듯 <장미의 이름> 영화는 소설의 살인사건 관련의 줄거리만 건져서 보여줍니다. 그래서 그 추리 자체가 너무나도 손에 땀을 쥐게하지만 소설에서 거기 빠져들기 위해서는 지루한 앞부분을 통과해야해요. 에코가 자신의 소설관에 대해서 한 유명한 이야기가 있죠. <장미의 이름>을 처음 읽은 친구들과 편집자들은 처음 100 펭이지 정도를 잘라버리고 요약하자고 했답니다. 에코는 그 첫 100페이지가 자신의 세계로 들어오기위한 '속죄의 행위 ( penance)' 또는 '입단식 (initiation)' 이고, 그걸 못 읽어내는 사람들은 어차피 책을 다 못 끝낼 사람들이라 처음이 읽기어려운 건 상관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장미의 이름>도 결코 읽기 쉬운 건 아니지요. 저는 에코의 이런 자기 소설의 세계관에 대한 자신감이 작가로써의 매력이고 <장미의 이름>이나 <바우돌리노>에 빠져들게 된 이유라고 생각해요. 그 저변에는 학자로써의 경력과 자신감이 정립되어있었기에 가능한 거였을 거고요.
그렇군요. 말씀 고맙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디트리히 슈바니츠가 <교양>에서 쓴 문장을 떠올렸습니다. ^^ ‘세인이 모두 인정하는 권위 있는 지식인은 자기가 본 텔레비전 프로그램 모두를 고백해도 된다. 그에게는 그것이 저속과 몰취미의 나라로 탐구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헉, 그러니까 부정적인 측면에서 비꼬아서 말하는 거네요. ㅋ 그러고 보니 몇년 전에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어느 정치가가 무슨 프로에서 아들하고 대화하는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당연히 아버지는 아들이 바보 상자를 보면서 시간 낭비한다고 한숨을 쉬고, 아들은 요즘에 누가 TV를 바보상자라고 하냐며 요즘 유익한 프로도 많이 한다고 답답해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솔직히 나이들면 TV를 안 보거나 몇 개만 보죠. 하지만 아들 세대만해도 친구들과의 대화에 끼지 못 할 수도 있고, 실제로 도움이 되어서 보기도 하죠. 또 TV가 옛날과는 다르게 수준이나 영상이 더 좋아지기도 했고. 물론 저질 프로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있어 왔으니 열외로 봐야겠죠. 무엇보다 지식을 받아들이는 매체 자체가 기성 세대들과는 확연히 다르니 요즘 바보 상자라고 말하면 정말 구세대 취급을 받아요. 실제로 그 정치인이 그랬죠.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TV 시청도 내로남불적 요소가 있긴한 것 같습니다. 전 에코가 솔직하게 그렇게 말해주니까 더 좋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근데 장맥주님은 TV 거의 안 보실 것 같습니다. 넘 바쁘셔서~ㅎ
저는 집에 TV가 없어서 안 보고, 또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안 좋아하기도 하는데 유튜브에서 개 동영상 같은 거 많이 봅니다. ^^;;; 쇼츠도 보면 끊지를 못해서 참 큰일입니다. 영화는 잘 안 보면서 영화 예고편은 많이 봅니다.
우리는 가짜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가짜 세계에서 실제를 찾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이야기들도 마찬가지랍니다.
작가란 무엇인가 1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P137, 파리 리뷰 지음, 권승혁.김진아 옮김
찰스 샌더스 퍼스는 기호를 통해서 우리가 사실을 해석한다고 말했지요. 사실이 없고 해석만이 존재한다면 해석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작가란 무엇인가 1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P31, 파리 리뷰 지음, 권승혁.김진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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