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화물의 원작이 늘 그렇듯 <장미의 이름> 영화는 소설의 살인사건 관련의 줄거리만 건져서 보여줍니다. 그래서 그 추리 자체가 너무나도 손에 땀을 쥐게하지만 소설에서 거기 빠져들기 위해서는 지루한 앞부분을 통과해야해요.
에코가 자신의 소설관에 대해서 한 유명한 이야기가 있죠. <장미의 이름>을 처음 읽은 친구들과 편집자들은 처음 100 펭이지 정도를 잘라버리고 요약하자고 했답니다. 에코는 그 첫 100페이지가 자신의 세계로 들어오기위한 '속죄의 행위 ( penance)' 또는 '입단식 (initiation)' 이고, 그걸 못 읽어내는 사람들은 어차피 책을 다 못 끝낼 사람들이라 처음이 읽기어려운 건 상관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장미의 이름>도 결코 읽기 쉬운 건 아니지요. 저는 에코의 이런 자기 소설의 세계관에 대한 자신감이 작가로써의 매력이고 <장미의 이름>이나 <바우돌리노>에 빠져들게 된 이유라고 생각해요. 그 저변에는 학자로써의 경력과 자신감이 정립되어있었기에 가능한 거였을 거고요.
[그믐북클럽Xsam] 24. <작가란 무엇인가> 읽고 답해요
D-29

CTL

stella15
그렇군요. 말씀 고맙습니다.

장맥주
저는 이 대목에서 디트리히 슈바니츠가 <교양>에서 쓴 문장을 떠올렸습니다. ^^
‘세인이 모두 인정하는 권위 있는 지식인은 자기가 본 텔레비전 프로그램 모두를 고백해도 된다. 그에게는 그것이 저속과 몰취미의 나라로 탐구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인 정되기 때문이다.’

장맥주


stella15
헉, 그러니까 부정적인 측면에서 비꼬아서 말하는 거네요. ㅋ
그러고 보니 몇년 전에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어느 정치가가 무슨 프로에서 아들하고 대화하는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당연히 아버지는 아들이 바보 상자를 보면서 시간 낭비한다고 한숨을 쉬고, 아들은 요즘에 누가 TV를 바보상자라고 하냐며 요즘 유익한 프로도 많이 한다고 답답해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솔직히 나이들면 TV를 안 보거나 몇 개만 보죠. 하지만 아들 세대만해도 친구들과의 대화에 끼지 못 할 수도 있고, 실제로 도움이 되어서 보기도 하죠. 또 TV가 옛날과는 다르게 수준이나 영상이 더 좋아지기도 했고. 물론 저질 프로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있어 왔으니 열외로 봐야겠죠.
무엇보다 지식을 받아들이는 매체 자체가 기성 세대들과는 확연히 다르니 요즘 바보 상자라고 말하면 정말 구세대 취급을 받아요. 실제로 그 정치인이 그랬죠.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TV 시청도 내로남불적 요소가 있긴한 것 같습니다. 전 에코가 솔직하게 그렇게 말해주니까 더 좋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근데 장맥주님은 TV 거의 안 보실 것 같습니다. 넘 바쁘셔서~ㅎ

장맥주
저는 집에 TV가 없어서 안 보고, 또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안 좋아하기도 하는데 유튜브에서 개 동영상 같은 거 많이 봅니다. ^^;;; 쇼츠도 보면 끊지를 못해서 참 큰일입니다. 영화는 잘 안 보면서 영화 예고편은 많이 봅니다.

ssaanngg
우리는 가짜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가짜 세계에서 실제를 찾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이야기들도 마찬가지랍니다.
『작가란 무엇인가 1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P137, 파리 리뷰 지음, 권승혁.김진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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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anngg
찰스 샌더스 퍼스는 기호를 통해서 우리가 사실을 해석한다고 말했지요. 사실이 없고 해석만이 존재한다면 해석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작가란 무엇인가 1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 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P31, 파리 리뷰 지음, 권승혁.김진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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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anngg
형식과 스타일, 언어와 분위기, 페르소나로 실험을 하면서 각각의 책에 대해 다르게 생각해보는 건 재미있고 도전도 되거든요.
『작가란 무엇인가 1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P82, 파리 리뷰 지음, 권승혁.김진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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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anngg
바깥세상은 광란의 도가니였어요.
『작가란 무엇인가 1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P168, 파리 리뷰 지음, 권승혁.김진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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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anngg
악 없이 사는 것은 더 힘들며, 신을 믿지 않는 것보다 더 힘들 것 같습니다.
『작가란 무엇인가 1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P217, 파리 리뷰 지음, 권승혁.김진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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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anngg
작가에게 물어야 할 질문은 '왜 그가 그렇게 비열하게 행동하나요?'가 아니라 '그가 이 가면을 씀으로써 무엇을 얻게 되나요?'입니다.
『작가란 무엇인가 1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P248, 파리 리뷰 지음, 권승혁.김진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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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곰
움베르코 에코 편을 읽었는데요. 첫 장면에 에코의 서재가 잘 묘사되어 상상하며 읽었어요. 문학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준 분이 강박적으로 책을 읽으시던 외할머니라는 말에 역시 에코도 이런 분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작가님들 보면 꼭 이런 식으로 영향을 준 분이나 어떤 이유가 있더라고요. 여기에 계신 작가님들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푸코의 진자> 는 도서관에서 빌렸다 조용히 반납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끝까지 읽을지말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기회에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링곰
“ < 푸코의 진자> 에서 "상징이 더 알기 어렵고 애매할수록 의미와 힘을 얻는다"고 말씀하셨죠.
에코 : 비밀은 내용이 없이 텅 비어 있을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답니다. 사람들은 '프리메이슨의 비밀'에 대해서 자주 얘기하지요. 도대체 '프리메이슨의 비밀'이 뭡니까? 아무도 모르지요. 그것이 텅 비어 있을 때 온갖 가능한 개념으로 그것을 채울 수 있고, 그러면 그 비밀은 힘을 갖게 되지요. ”
『작가란 무엇인가 1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파리 리뷰 지음, 권승혁.김진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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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심
에코가 희극에 대한 이론을 만들기 어려워 '장미의 이름'이라는 이야기로 대신 했다고 실토하면서 희극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향한 인간의 본질적 반응이라고 말했습니다(1권 59쪽). 하루키는 이 세계 자체가 코미디라고 생각한다면서 진지해지려고 할수록 더 희극적이 된다고 고백했습니다(1권 136쪽). 둘이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죠? 게다가 에코와 하루키는 공통적으로 커트 보니것을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1권 50쪽, 135쪽. 50쪽에서는 커트 보니것, 135쪽에서는 커트 보네거트라고 명명되어 두 편의 번역자가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3권의 목차에는 커트 보니것이라고 되어 있네요. 제 기억에 옛날에는 보네거트라고 했는데 언제가부터 보니것으로 수정되었습니다). 유머 감각이 있으면서도 진지한 글을 쓴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하필 '작가란 무엇인가' 1권~3권에 등장하는 작가들 중 제가 제일 많이 읽은 작품의 작가가 커트 보니것입니다. 그래서 에코, 하루키, 매큐언, 스티븐 킹 편을 먼저 읽은 저는 빨리 커트 보니것을 읽어보자 하고 책을 펴려는데 아뿔사, 3권이 없네요. 도서관에서 2권까지만 빌려왔거든요. ㅠㅠ
링곰
밀리의 서재는 안 보시나요? 거기에 3권까지 있어서 저는 그걸로 보고 있어요. 아니시면 도서관까지 가셔야겠네요ㅠㅠ
밥심
밀리의 서재 안 봅니다. 주말까지 기다렸다가 빌려와야겠네요. ㅎㅎ

신나는아름쌤
컷트보니것이 궁금해져서 3권 먼저 찾아봐야겠어요^^;;
밥심
@링곰 님. 생각해보니 제가 밀리의 서재를 굳이 안 이용할 이유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앱을 다운로드 받아 1개월 무료 구독을 신청하고 바로 3권의 보니것 인터뷰를 보는 내내 새벽부터 미친 놈 처럼 낄낄거리고 말았네요. 아.. 정말 가장 재밌는 인터뷰였습니다. 나중에 이 모임의 진도가 3권까지 가면 문장수집과 소감 올리겠습니다.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ㅎㅎ 그나저나 밀리의 서재에는 보네거트로 되어 있더군요. @@
링곰
그 정도로 재미있으셨다니 저도 그 인터뷰만 얼른 읽을까봐요... @밥심 님 새벽에 낄낄 웃으셨다는 말에 저도 웃음이 나네요ㅎㅎ 그리고 밀리의 서재는 제가 휴대폰이 kt 인데 매달 장기할인쿠폰으로 공짜로 보고 있어요. 언제 읽을지는 모르겠지만,,밥심님 글 보고 밀리의 서재에서 보네거트 찾아서 책장에 담아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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