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일을 목수의 일에 빗댄 것 같은데, 새삼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걸 절감하게 되네요. 소설 쓰는 작가들 보면 고3 수험생 보다 더 열심히 쓰는 것 같더군요. 이런 말하면 돌맞을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수험생들 공부 빡세다고 하지만 살다보면 누구 말마따나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하는 날도 있는 거 같습니다.
목수 일을 배워서 의자나 탁자를 직접 만드는 사람 보면 멋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작가들도 꼭 목수의 일이 아니더라도 글 쓰는 일 외에 뭔가의 일을 취미삼아 하는 게 건강에도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고인이 되신 박경리 선생이나 괴테 번역가이신 전영애 씨도 땅을 일구면서 글을 쓰시 잖아요.
[그믐북클럽Xsam] 24. <작가란 무엇인가> 읽고 답해요
D-29

stella15

stella15
“ 마르케스- ......저는 '문학'만을 읽는다는 성스러운 개념을 버렸습니다. 저는 무엇이든지 읽을 것입니다. 또 최신 정보를 갖고 있으려고 애씁니다. 매주 전 세계의 진짜 중요한 잡지를 거의 다 읽습니다. 텔레타이프 기계로 뉴스를 읽는 습관이 생긴 뒤에는 언제나 뉴스를 보고 들으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전세계의 중대하고 중요한 신문 기사를 다 읽자마자 아내가 와서는 들어보지 못한 뉴스를 들려줍니다. 어디서 그런 얘기를 읽었냐고 물으면 미용실에 있는 잡지에서 읽었다고 그러더군요. 그 책들을 읽음으로써만 배울 수 있는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매우 바쁩니다. ”
『작가란 무엇인가 1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384, 파리 리뷰 지음, 권승혁.김진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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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15
이 양반은 하루키와는 좀 다른 것 같기도 하다. 전에 하루키는 잡지를 읽지도 않을뿐만 아니라 기고도 하지 않는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전세계 중요한 신문을 다 읽고 그것도 부족해 아내가 미용실에 읽었다는 잡지를 섭렵하려 하고 있으니. 요즘 우리나라 미용실에 잡지를 비치해 놓는지 모르겠다. 내가 잘 가는 단골 미용실은 큰 TV 수상기가 있고 사람들은 그것을 보며 자기 순서가 오길 기다리고 있던데.
암튼 작가는 가끔은 권위있는 책이나 정통한 소식통에서 영감을 얻기보다 그런 싸구려 잡지나 우연찮게 남이 들려 주는 가십에서도 글이 쓰고 싶어지는 경우가 가끔 종종 있는가 보다.

백승연
경박한 형식과 진지한 주제는 우리 삶의 드라마가 갖는 진실을 즉각적으로 드러내 주고, 그 드라마들의 끔찍한 하찮음과 무의미함을 드러내 보여주거든요.
『작가란 무엇인가 1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밀란 쿤데라, 파리 리뷰 지음, 권승혁.김진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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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연
카버나 밀란 쿤데라나 소설은 오락이라고 말하는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거장이 써준 오락 덕에 행복한 독자 1인... '경박한 형식과 진지한 주제'라는 표현이 흥미로워서 자꾸 곱씹게 됩니다. 너무 심각하지 않게 그러나 우스워 보이지도 않게... 어떻게 하면 그렇게 쓸 수 있는 건지...!

CTL
1권의 12명의 작가들을 만난 후 벅찬 마음을 좀 정리 중입니다.
읽어본 적이 없는 작가들의 인터뷰는 건너 뛸까도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한 권도 읽지 않은 작가의 인터뷰가 좋아하는 작가의 인터뷰 보다 더 인상적으로 남기도 하네요.
2권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문학평론가 이현우 님이 쓴 추천사를 읽었는데요, 참 좋은 문구가 있네요. <파리 리뷰>에 실린 작가들의 인터뷰들을 '신들의 사생활'이 펼쳐지는 자리라고 부릅니다. 참으로 멋진 이름 아닌가요? 그러면서 12명의 작가들의 인터뷰를 참으로 잘 정리하며 소개해 줍니다. 대개는 책의 본문을 얼른 읽고 싶은 마음에 추천사나 서문은 성급한 마음으로 건너뛰기 쉬운데, 이 추천사는 찬찬히 읽으면서 앞으로 다뤄질 '신들의 사생활'을 들여다보게 될 준비를 하게 해 주네요.
내일 본격적으로 2권을 시작하기 전에, 오늘 시간이 되신다면 2권의 추천사를 천천히 읽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밥심
추천사에 대한 의견에 동감합니다. 2권 추천사에 이어 3권 추천사도 재밌는 것이 왜 본문을 어서 안 읽고 추천사를 읽고 있느냐고 호통치면서도 인터뷰한 작가들의 특징을 조곤조곤 이야기한답니다. ㅎㅎ
realgrey
덕분에 추천사를 더 꼼꼼히 읽었습니다. 이북으로 읽고 있어서, 자칫 건너뛸 뻔 했는데, 감사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믐클럽지기
■■■■ C. <작가란 무엇인가 2> 6명 ■■■■
01 추상을 넘어선 심오한 인간 / 올더스 헉슬리
02 언어로 만든 미로의 도서관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03 망명하는 영혼의 새로운 실험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04 무의식적인 몰입의 창조력 / 조이스 캐럴 오츠
05 주제가 결정하는 형식 / 도리스 레싱
06 현실이라는 도약대 위의 거짓말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 함께 읽기 기간 : 12월 4일(수) ~ 10일(화)
<작가란 무엇인가 1> 에서 소개된 소설가들의 이야기에 감탄하셨나요? 모두 저명한 작가들인데요, 지난 주에는 유독 레이먼드 카버와 만나신 분이 많네요.
아직 놀라움을 끝내기에는 이릅니다. 2권에서도 다양하고 깊이 있는 작가들의 이야기가 계속 펼쳐집니다. 1권 출간 시 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한 부분을 고려하여 2권은 좀 더 읽기 쉽게 접 근성을 높였다는 출판사의 설명이 있네요. 텍스트를 이해하기 위한 배경지식 전달에도 심혈을 기울였다고 하니 기대감을 품고 다 함께 2권으로 넘어가시지요.
앞으로 7일 동안 위에 열거된 작가 6명 중 최소 3명의 인터뷰를 읽어 주세요.

Alice2023
도리스 레싱을 읽다가 새로운 필명으로 글을 쓰고 출판사의 반응을 봤다는 일화가 있어 좀 놀랍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네요. 그녀를 알아본 출판사, 비슷하다고 생각만 한 사람들에서 비평 까지 정말 다양한 반응을 보고 이러한 시도는 작가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업계 사람들에게도 뭔가 타성에 젖은 태도나 편견을 경계하려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었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믐클럽지기
C-1.여러분이 만난 3명의 작가는 누구입니까? 그들의 인터뷰를 읽으며 흥미롭게 느꼈던 부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한번에 답변을 적지 않고 그때그때 느낌들을 올려 주셔도 좋습니다.

장맥주
헉슬리는 인터뷰어를 존중하고 솔직하게 잘 말해서 호감이 갔습니다.



장맥주
반면 나보코프는 인터뷰하다 심사가 좀 뒤틀렸나 봅니다. 솔직히 인터뷰어의 질문들이 좀 별로였습니다. 나보코프도 지나치게 방어적이었지만요.




CTL
나보코프의 인터뷰는 아무래도 서면 인터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해서 분위기가 많이 경직된 것 같아요. 여러 평론가들이 나보코프를 평한 것을 묻는 부분을 앞에 배치하기 보다는 글쓰는 작업에 관한 뒷부분의 질문을 앞으로 가져왔다면 좀더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기사가 되었을텐데 아쉽네요.
그래도 나보코프의 답변 자체는 재밌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인간적으로는 좀 뒤틀린 사람같지만 시간과 장소를 잘못 타고난 나무가 어떻게든 뿌리내리고 살아가려는 모습을 토로하는 듯한 고뇌와 자조가 느껴져서 자꾸 러시아 혁명이 없었던 러시아에서 글을 썼다면 우리는 어떤 작품을 읽고 있었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드네요.
나보코프가 코넬에서 강의하던 이야기, 너무 재밌어요.
강의 노트 읽어주면서 학생 반응 관찰하던 이야기...
오만한 천재들은 늘 주변 사람들 놀려먹기를 해야 못 써먹는 재능에 대한 아쉬움에 위로가 되는지, 어째 저럴까요....

장맥주
조이스 캐럴 오츠가 님성 작가와 여성 작가에 대해 말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장맥주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작품은 한 편도 못 읽었는데, 문학에 자신을 바쳤다는 부분이 감동적이었어요. 담담하게 말해서 더 울림이 있네요.




조반니
늘 읽고 싶었던 픽션들과 알레프..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단편소설에 손이 안 가서 읽어 보질 못해 마음 한켠이 무거웠는데..
그래서 2권 보자마자 바로 읽게 됬어요!!
다른 작가분들의 인터뷰보다 압도적인 분량(12%)에도 불구하고 ‘오스카와일드식 유머‘를 좋아하는 분위기때문인지 정신없이 읽었어요~ 인터뷰 당시도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있는 점도 인상 깊었구요, 서사를 좋아해서 서부극을 좋아하고, 큰 사고 후 절대 쓸일 없던 단편 소설을 쓰고서 ‘위장된 축복‘이라고 표현하는 등~ 어렵지 않고 위트있는 인터뷰 내용으로 보르헤스라는 작가의 작품이 더더욱 궁금해지네요~

장맥주
그런데 파리리뷰의 인터뷰어들은 작가들에게 사전 질문지를 보내지 않았나 봐요. 그런 규칙이 있었을까요? 가끔 작가들이 ‘엥?’ 하는 반응을 보이는 때가 많아서 재미있습니다. 특히 ‘무슨무슨 평론가가 뭐라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같은 질문에는 다들 별로 준비 안 된 채로 대충 대답하는 것 같네요.

CTL
이게 시대가 엄청 다양하더라고요. 2권만해도 1960년부터 2007년까지... 그리고 어떤 인터뷰는 한 사람이 서문도 쓰고 인터뷰도 진행했는데, 어떤 건 서문 따로, 인터뷰 정리한 사람은 따로 있기도 하고... 몇 개월 차이를 두고 여러 번 만난 걸 하나로 정리한 것도 있고 하니 각 인터뷰마나 여건이 상당히 달랐던 듯 해요. 저도 새 인터뷰 읽을 때마다 반드시 년도를 확인을 하고 작가 작품활동 시기를 염두에 두고 읽으려고 신경쓰고 있어요.
그런데, 정말 인터뷰 하는 사람에 따라서 작가들의 반응도 너무 다르고, 인터뷰 내용 정리한 것도 다르더군요. 어쩌면 똑같은 작가도 대화 상대에 따라서 하는 말이 달라질 수 있겠구나 싶어서, 특별히 대화의 호흡이 잘 맞는 작가의 인터뷰는 염두에 두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은 작가 인터뷰는 그 내용만으로 그 작가를 평가하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읽고 있습니다.

장맥주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재미있는 인터뷰들이고 귀한 대화들이지만 너무 의미를 두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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