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에 빠져들기

D-29
오늘까지 읽은 부분에서 인상적인 내용을 알려 주세요.
오늘까지 4부 “내게 보이는 색깔로 세상을 그리는 일”의 네 번째 글까지 읽었어요. 이 부분에서 저자는 빈센트가 어떻게 천신만고 끝에 아를에 정착해 자신이 숭앙하고 모사하던 화가 밀레를 넘어서는 자신만의, “가장 빈세트적인” 농촌화를 그려내게 되었는지 말해줍니다. 아를에서 빈센트는 “도시에서 ‘화가로서의 자신’을 매번 증명해야 하는 고통”(p. 229)에서 벗어나, 도시에는 없고 농촌에는 있는 것, 바로 “자신이 뿌린 씨앗을 자신의 힘으로 가꾸고, 보살피고, 마침내 거두는 농부의 헌신적인 삶”(p. 229)을 발견해내고 이를 화폭에 옮깁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씨 뿌리는 사람>이죠. 이 작품에 대해 저자는 “<씨 뿌리는 사람>의 자세는 밀레에게서 빌려왔지만, 그것 외에 특히 ‘색채’는 가히 ‘빈센트적인 것’이라 할 만하다. (...)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을 향한 노스탤지어, 농촌의 소박한 삶을 바라보며 느낀 감동과 경이,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매일 투철하게 고민하며 마치 씨앗을 뿌리는 농부의 심정으로 매일 그림을 그리는 자신의 모습, 이 모든 감정과 열망, 이상이 이 그림에 녹아있다.”(p. 231)고 씁니다. 이 작품은 힘겨웠던 제 젊은 날에 제가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준 그림이었기에 저는 이 책에서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이 부분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저자가 “빈센트가 그린 <씨 뿌리는 사람>처럼 내 손으로 가꾸고, 내 손으로 거둘 수 있는 꿈에만 집중하고 싶어진다. 오늘을 견디고 내일을 준비할 수 있을 정도의 꿈만을 내 영혼의 밭에 뿌리고 싶어진다.”(p. 233)고 쓴 문장에 공감, 또 공감하면서요. 이 부분에서 제 영혼이 빈센트와 저자의 영혼에 공명(resonance)하는 느낌을 받았다면 과장된 표현일까요? 저자가 <씨 뿌리는 사람>을 보고 느낀 대로, 저도 이제 “내 손으로 가꾸고, 내 손으로 거둘 수 있는 꿈에만 집중”하고 싶습니다. 20대 때 제 자취방 한 벽면을 차지했던 <씨 뿌리는 사람> 아트포스터를 다시 꺼내 걸고 바라보면서 빈센트의 영혼을 불러내서 접신하는 주술을 해봐야겠습니다. ㅎㅎ
<Sower at Sunset>, 1888, oil on canvas, 64 x 80.5cm, Kröller-Müller Museum, Otter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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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까지 4부를 다 읽었어요. 4부의 다섯 번째 글 “행복한 풍경 어디에도 내가 있을 자리는 없다”는 제목처럼 이 지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어느 누구와도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한 빈센트의 외로운 운명을 서술하고 있어서 특히나 가슴 아픈 글이었습니다. 이 글에서 저자는 빈센트가 먼발치서 다정한 연인, 부부, 동행자들 등을 관찰하고 그려낸 그림들에 대해 “유독 애잔한 감수성을 풍기는 테마”(p. 261)라고 말합니다. 빈센트는 “자신이 평생 가질 수 없던 반려자를 곁에 두고 있는 사람들 (...) 그들만이 느끼는 안정감, 홀로 있기보다는 함께 있기에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는 행복의 감정”(p. 261)을 그 같은 테마의 그림들에 녹여냈지요. 저자는 이에 대해 “‘두 사람이 있는 풍경’을 그릴 때마다 빈센트는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을 자각하며 뼈아픈 결핍을 (...) 너무 부럽고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자신은 결코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p. 262)을 느꼈을 것이라고 씁니다. 이런 해석을 읽고 난 뒤에 빈센트가 그린 ‘두 사람이 있는 풍경’을 보게 되면, 화폭 너머에서 빈센트가 느꼈을 고독과 소외감이 떠올라 가슴이 너무 아플 것 같네요. 그 다음 글 “사랑했던 사람들조차 유리를 통해 바라보듯 희미하게”에서는 저자는 빈센트가 오베르쉬르우아즈에서 큰 감명을 받은 샤를 도비니의 저택과 빈센트가 그 저택을 그린 그림을 소개합니다. 도비니가 아내와 자신의 절친한 벗 오노레 도미에와 함께 살면서 많은 화가들을 초대하곤 했던 저택이 빈센트의 새로운 이상향이 되었고 빈센트는 테오 가족과도 바로 그런 공동체를 꾸려나가기를 꿈꾸었지만 그 꿈은 좌절되고 말았습니다. 이 무렵 빈센트는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저는 앞으로도 계속 외롭게 살아가겠지요. 제가 사랑했던 사람들조차 늘 유리를 통해 바라보듯 희미하게만 느껴졌을 뿐이에요.”(p. 275)라고 썼습니다. 저자는 빈센트가 이런 상황에서 “오직 그림 속에서 최후의 구원을 꿈꾸고 있었다”(p. 275)고 말합니다. 그리고 빈센트가 그려낸 소용돌이 이미지는 “한없이 회오리치는 슬픔의 얼굴 같기도 하고, 벗어나려고 기를 쓰지만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처럼 보이기도 하며,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일지라도 기필코 벗어나려는 인간의 안간힘처럼 보이기도 한다”(p. 277)고 씁니다. 빈센트의 소용돌이 그림을 이보다 더 탁월하게 풀이할 수 있을까요? 빈센트의 그림이 우리를 그토록 사로잡고 그토록 감동을 주는 것은, 우리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에 처한 유한한 존재이지만 빈센트의 그림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운명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려는 발버둥을 그와 함께 하기 때문인가 봅니다. 예술이란 그런 ‘발버둥’의 표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The Starry Night>, 1889, oil on canvas, 73.7 x 92.1 cm,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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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까지 5부의 세 번째 글 "아무 조건 없이 온전히 사랑받는다는 것"까지 읽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오베르쉬르우아즈에 정착한 빈센트가 자신의 병을 치유해줄 거라 믿었던 의사 가셰와도 사이가 틀어지고, 새로 가정을 꾸리게 된 동생 테오와도 갈등을 겪으면서 더욱더 외로움과 불안에 빠지게 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1890년 7월 6일 파리에서 테오의 가족과 한바탕 말다툼을 벌인 뒤 오베르쉬르우아즈로 돌아온 빈센트는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렇게 썼습니다. "나는 네게 짐이 되는 것이, 네가 나를 두려워해야 할 존재로 느끼는 것이 정말 무서웠어"(p. 292). 가슴 아프게도 이 다툼의 시간이 이들의 마지막 만남이 되었다고 하죠. 그래서일까요? 이 시절 빈센트가 그린 그림에서는 "점점 더 멀리 사라져가는 듯한 사람들의 아스라한 뒷모습이"(p. 293) 두드러진다고 저자는 쓰고 있습니다. 극에 달한 고립감 속에서 "빈센트는 틈날 때마다 이상적인 모자상을 그리기 위해 분투"(p. 310)했다고 합니다. 특히, 빈센트가 룰랭 부인과 아기 마르셀을 그린 그림에 대해 저자는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따스한 위로의 이미지를 그림에 새겨 넣고"(p. 307) 싶었던 것이라며, 그 "이면에는 한 번도 그런 사랑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는 깊은 좌절감 또한 애잔한 슬픔과 함께 짙게 깔려있는 것처럼 보인다"(p. 311)고 해석합니다. 이처럼 그림은 빈센트에게 "사랑받지 못한 자신의 결핍을 보상받을 수"(p. 307) 있는 유일한 공간이 되어주기도 했지요. '예술이 우리의 심리적 결핍을 채워주고 우리를 치유해주는 기능을 한다'는 알랭 드 보통의 말이 빈센트에게도 딱 들어맞네요.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고 고립되었던 빈센트가 그림을 통해서라도, 그림을 그리는 그 순간에만큼은 위로 받았길 바라면서... 그 고통을 이겨내고 지금 우리를 위로해주는 수많은 작품을 남긴 빈센트에게 새삼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Merci beaucoup, Vincent! ♥♥♥
<Portrait of Madame Augustine Roulin and Baby Marcelle>, 1888, oil on canvas, 92.4 x 73.5 cm, The Philadelphia Museum of Art, Philadelphia
여전히 내가 가장 그리고 싶은 것은 거대한 성당이 아니라 민중의 눈이야. 사람의 눈 속엔 대성당엔 없는 것이 있거든. 아무리 대성당이 장엄하고 화려하다 하더라도, 내게는 불쌍한 거지든, 그저 지나가는 행인이든, 인간의 영혼이 더욱 흥미롭단다.
빈센트 나의 빈센트 - 정여울의 반 고흐 에세이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노동하는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예찬,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세상에 대한 유토피아적 갈구. 그것은 빈센트 예술의 원동력이 되었다. 빈센트는 진심으로 염원했다. 가장 힘들게 사회 밑바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가치를 인정받고 행복한 삶의 주인공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빈센트 나의 빈센트 - 정여울의 반 고흐 에세이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왜 수많은 사람이 단지 살아남기 위해 이토록 고통 받아야 하는가. 왜 인간의 힘겨운 노동이 어디서도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인가.
빈센트 나의 빈센트 - 정여울의 반 고흐 에세이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모두가 기피하는 장소에서조차 위대한 예술가적 영감을 찾아내는 것, 나아가 모두가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길어올리는 창조적 시선이야말로 빈센트를 견인하는 내적 원동력이었다.
빈센트 나의 빈센트 - 정여울의 반 고흐 에세이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빈센트는 척박한 노동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커다란 감명을 받았고, 완벽한 비례와 화려한 색채가 아닌 평범한 노동자의 상처투성이 몸 자체에서 숭고한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빈센트 나의 빈센트 - 정여울의 반 고흐 에세이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완독한 자신에게 주는 축하의 메시지를 적어주세요.
먼저 그믐에서 첫 싱글챌린지를 무사히(?) 마친 내 자신을 칭찬해.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에서 싱클레어의 입을 빌려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했지. "나는 내 속에서 스스로 솟아나는 것, 바로 그것을 살아보려 했다.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라고. 그런데 '자신 안에서 스스로 솟아나는 것'을 살아보려 애썼던 사나이, 그 솟아나는 것을 화폭에 옮겨 후대에 큰 감동을 주는 명화를 남긴 외로웠던 사나이 빈센트. 칼 융도, 헤르만 헤세도 '자기자신으로 살아가기'의 어려움을 토로했지만 빈센트는 그걸 해냈지. 온 몸과 마음이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의 순간도 많았을 거야. 하지만 빈센트는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에게 보이는 세상을 "자신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길어올리는 창조적 시선"으로 재현해냈어. 혼란과 불안과 방황과 고독으로 점철된 나의 20대. 반지하 자취방을 가득 메운 빈센트의 <별이 빛나는 밤>과 <씨 뿌리는 사람> 아트 포스터는 내게 그 시간을 견뎌내고 통과해낼 위로와 힘을 주었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러 그믐의 싱글챌린지를 통해 다시 빈센트에 빠져들게 된 2024년 가을. 나는 빈센트의 순수한 영혼을 다시 만나고 그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그 여정을 함께 했지. 빈센트, 이제 나는 알겠어요, 당신이 내게 말하려던 것들을(Now I understand what you tried to say to me.)
<Self-Portrait with Grey Felt Hat>, 1887, oil on canvas, 44.5 × 37.2 cm, Van Gogh Museum Amster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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