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문학의 질 자기계발서는 결론은 빠르게 내주지만 시나 소설 같은 문학 작품은 그렇게 쉽게 결론은 내지 않는다. 결론을 안 내고 열린 결말을 낼 수도 있다. 그러나 후자를 더 좋은 작품으로 평하고 언어를 사용한 작품으로서 더 높게 평가한다. 뭔가 여러 가지 요소에서 차원이 더 높기 때문이리라. 표현적인 면에서, 주제적인 면에서, 사고의 깊이에 대한 것에서, 그 구성적인 완성도 면에서.

문학은 꿈의 인간상을 다룬다 오직 한 가지 순수함만을 가지고 평생을 그 느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이런 걸 문학은 다룬다. 그에 대한 내 생각은 믿음과 순수 그것이었는데 정작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나머지 나는 그만 큰 상처를 입고 그 상처에서 놓여나지 못한 채 평생을 그 공허한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다. 체념 속에 어떤 표정도 없이. 인간이 내는 모든 표정을 잃었다. 이걸 문학은 다룬다. 상대는 나중에 깨닫는다. 그도 그 사랑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때는 그것을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자신에게 진정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그는 삶의 알맹이를 상실하고 겉껍데기만 지낸 채 살아온 것이다. 실은 마음 깊은 곳에서는 둘은 진정으로 사랑하는데 운명이 그 둘 사이를 질투해서 그 시간을 틀리게 해 서로에게 깊은 상처만 남기고 그 멍을 지닌 채 의미를 상실한 채 살아가게 만든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엇갈릴 수밖에 없는 불행한 연인들. 나중에야 상대는 나 외에 그 어떤 사람과도 그런 사랑을 하지 않고 평생을 살아온 걸 깨닫지만 내가 그것을 알았을 때 상대는 이미 그렇게는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다 알차 챈 난 그 괴로움으로 몸부림치는 것이다. 이들이 시간의 뒤엉킴 없이 만났더라면 서로의 결락을 충족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과연 그런 사랑이 존재할까. 아마도 문학이나 그 작가가 꿈꾸는 그런 인간상을 그에게 투사한 것이리라. 현실에서도 그런 사람을 갈망하거나 그래야만 진짜로 사는 것처럼 살 수 있다고. 아주 충일하게. 그런데 결국 인간은 뭔가 결핍이 있고 불완전한 상태에서 상처를 주고받으며 사는 존재로 보인다. 인간의 한계이리라. 다만 도중에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가, 하고 그걸 향해 갔던 것이리라.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결핍은 생명이 존재하는 한 같이 존재하므로. “완벽함이란 인간이 지상에서는 결코 누릴 수 없는 ‘어떤 것’이다.” 그렇게 살 수밖에 없으면서도 다시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그리로 다시 향하려고 하는 게 인생 아닐까. 인간은 그게 다르겠지만 자신의 빈 곳을 채우려는 곳으로 각자 가려는 것 같다. 결핍이 있는 게 삶이라면서도 그것이 자꾸 용납이 안 되어 완벽함으로 가려 한다. 그게 불안해 만족하지 못하는 나를 유혹한다. 이렇더라도 결국 완벽은 사막의 신기루에 불과하고, 힘을 빼지 말아야 할 게 삶은 이것 아니면 저것이 아니라 그 중간 지대에 존재하므로 여기선 안 되니 자기만의 가상이라도 만들어 완벽을 거기서나마 충족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국민 전체와 상대하는 사랑 이 인간들은 자기 부부를 갈라놓을 수 없을 거라며 국민 전체와 싸움을 하는 건지도 모른다. 원래 못하게 막으면 더 달라붙는 게 사랑이다. 국민은 그건 사랑도 아니고 뭣도 아니라고 하지만 그들은 국민 전체와 상대한 고귀한 사랑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이래도 그를 가만히 놔둘 것인가. 국민 전체가 다 덤벼도 우리 부부 사랑은 못 막는다, 고 선전포고를 하는 것이다. 국민 전체를 놓고도 그러는데 나 한 사람은 개돼지만도 못한 존재로 여길 것이다. 이래도 그냥 두는 국민이 있으면 그건 자기 목숨을 헌신짝 취급하는 것과 같다.

수고꼴통 지역인 경상도가 문제다. 홍상수의 생활의 발견에처럼 점집이 그렇게 많고 무속을 지금도 그렇게 믿는다. 하는 거라고는 그냥 지금을 요령있게 살아가는 법 그런 게 전부다. 무슨 개소리냐? 철학관은 무슨?

미 대선 여론조사가 틀린 것은 인간은 현실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는 말해준다. 그리고 정치는 현실이다. 이상은 좋은 것임을 알면서도 그것은 내 옆에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이런 걸 보면 인간은 역시 둥물에 더 가깝다는 걸 다시 안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