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님 책 읽기] '소년이 온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

D-29
동호가 느꼈을 공포가 어떤 것인지를 너무 적나라하고도 생생하게 전달한 표현이라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 누나들을 만났을 때 네가 한 말 중 사실이 아닌 게 있었다. (중략) 마지막으로 정대를 본 건 동네 사람이 아니라 바로 너였다. 모습만 본 게 아니라, 옆구리에 총을 맞는 것까지 봤다. 아니, 정대와 너는 처음부터 손을 맞잡고 선두로, 선두의 열기 쪽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이 서술이 나오기 전까지는 동호가 정대를 찾기 위해 상무관에서 일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정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혹은 죄책감에 상무관에서 씩씩하게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슬펐습니다 ㅠㅠ
저도 이 부분이 깊게 인상이 남았어요. 일상의 일요일이 짓밟히고 파괴되는 장면. 그래서 가장 공포스러웠습니다.
눈이 더 나빠져 가까운 것도 흐릿하게 보이면 좋겠다고 너는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흐릿하게 보이지 않는다. 무명천을 걷기 전에 너는 눈을 감지 않는다. 피가 비칠 때까지 입술 안쪽을 악물며 천을 걷는다. 걷은 다음에도, 천천히 다시 덮으면서도 눈을 감지 않는다. 달아났을 거다,라고 이를 악물며 너는 생각한다. 그때 쓰러진 게 정대가 아니라 이 여자였다 해도 너는 달아났을 거다. 형들이었다 해도, 아버지였다 해도, 엄마였다 해도 달아났을 거다.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p.45, 한강 지음
정대를 두고 온 죄책감이 가득하지만 본인이 했던 행동에 대해 어쩔 수 없었다고 억지로 되뇌는 동호의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눈이 안좋은 동호였지만 무명천을 걷고 다시 덮으면서도 그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흐리게 보이지 않는다는 대조적인 표현이 그만큼 동호가 힘들었다는 것이 배로 느껴지게 만드는 문장이었어요.
동호가 느꼈을 감정이 너무 섬세하게 잘 묘사되어 있는 것 같아요.
11월 7일 목요일까지 1장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 남겨주세요~ 다들 화이팅입니다!
지난 일주일이 실감되지 않는 것만큼이나, 그 다른 세상의 시간이 더이상 실감되지 않는다.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24페이지, 한강 지음
용서하지 않을 거다. 이승에서 가장 끔찍한 것을 본 사람처럼 꿈적거리는 노인의 두 눈을 너는 마주 본다. 아무것도 용서하지 않을 거다. 나 자신까지도.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1장 마지막 문단, 한강 지음
처음에 읽을 때는 동호나 노인의 독백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연약한 소년에게 죄책감을 갖게하는 이 상황이 실제로는 소년의 의지와 상관이 없었음을, 그저 휩쓸렸던 것임을 생각하니 먹먹하고 가엾다.
산소마스크를 쓴 채 눈을 감고 있던 외할머니의 얼굴에서 새 같은 무언가가 문득 빠져나갔다. 순식간에 주검이 된 주름진 얼굴을 보며, 그 어린 새 같은 것이 어디로 가버렸는지 몰라 너는 멍하게 서 있었다.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1 장 <어린새> 중 p.23, 한강 지음
1980년 한반도, 어느 한 도시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라고 상상하니 너무너무 끔찍했습니다. 많은 영상을 접하고, 시신들의 사진으로 군부세력의 무자비한 탄압을 접했음에도 한강 작가의 묘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담백하여 더욱 끔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진보다 영상보다 더 강렬하게 살아남은 자의 고통이 느껴졌습니다. 할머니 죽음에서 왜 어린 새를 묘사했는지 내내 궁금해하며 읽었습니다. 동호가 겪은 정대를 잃은 상실은, 동호가 눈으로 보고도 믿고 싶지 않은 일처럼 묘사되어 '멍하게' 내내 충격으로 남은 것 같습니다. 동호가 전남도청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했겠지요. 친구를 지키지 못한 아픔으로 자신마저 용서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무척이나 아프게 다가옵니다. 80년 5월 광주 시민의 마음이겠지요.
혼은 자기 몸 곁에 얼마나 오래 머물러 있을까. 그게 무슨 날개같이 파닥이기도 할까. 촛불의 가장자릴 흔들리게 할까.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45쪽, 한강 지음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중략)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킨 거잖아, 권력을 잡으려고. 너도 봤을 거 아냐. 한낮에 사람들을 때리고 찌르고, 그래도 안되니까 총을 쐈잖아. 그렇게 하라고 그들이 명령한 거야. 그 사람들을 어떻게 나라라고 부를 수 있어.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Ebook p.29/398, 한강 지음
군인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지만,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이 아이러니하다고 느껴져서 동호처럼 처음에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나라'라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그것이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분리되어 생각될 수 있는 개념인지, 국민은 어떠한 이유로 자신을 억압한 나라에 애국심을 지니는지 등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소마스크를 쓴 채 눈을 감고 있던 외할머니의 얼굴에서 새 같은 무언가가 문득 빠져나갔다. 순식간에 주검이 된 주름진 얼굴을 보며, 그 어린 새 같은 것이 어디로 가버렸는지 몰라 너는 멍하게 서 있었다. 지금 상무관에 있는 사람들의 혼도 갑자기 새처럼 몸을 빠져나갔을까. 놀란 그 새들은 어디 있을까.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1장 어린 새, 한강 지음
정대를 놓쳐버리고 그 참옥한 현장에서 홀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던 동호는 자신조차 용서할 수 없게 되었네요. 친구의 죽음 앞에 자신의 목숨을 아낄 수 밖에 없었던 동호는 정대가 아니라 엄마라도 그랬을 거란 걸 알지만, 군중들 속에 쓰러져있는 정대를 숨죽이고 바라보고 있던 그 순간에 묶여버리네요. 아니... 그 순간에 스스로를 묶어버렸네요.
정대를 놓쳐버리고 그 참옥한 현장에서 홀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던 동호는 자신조차 용서할 수 없게 되었네요. 친구의 죽음 앞에 자신의 목숨을 아낄 수 밖에 없었던 동호는 정대가 아니라 엄마라도 그랬을 거란 걸 알지만, 군중들 속에 쓰러져있는 정대를 숨죽이고 바라보고 있던 그 순간에 묶여버리네요. 아니... 그 순간에 스스로를 묶어버렸네요.
아.. 글 삭제는 안되나봐요 ㅡㅡ;;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다산북스/책 증정] 『악은 성실하다』를 저자 &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책 나눔][박소해의 장르살롱] 25. 가을비 다음엔 <여름비 이야기> 스토리 수련회 : 첫번째 수련회 <호러의 모든 것> (with 김봉석)도서관에서 책을 골랐을 뿐인데 빙의해 버렸다⭐『겹쳐진 도서관』함께 읽기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극단 '피악'의 인문학적 성찰이 담긴 작품들
[그믐연뮤클럽] 8. 우리 지난한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여정, 단테의 "신곡"[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
같이 읽고 싶은 이야기_텍스티의 네버엔딩 스토리
김준녕, 오컬트도 잘합니다. [다문화 혐오]를 다루는 오컬트 호러『제』같이 읽어요🌽[텍스티] 텍스티의 히든카드🔥 『당신의 잘린, 손』같이 읽어요🫴[텍스티] 소름 돋게 생생한 오피스 스릴러 『난기류』 같이 읽어요✈️[책증정] 텍스티의 첫 코믹 추적 활극 『추리의 민족』 함께 읽어요🏍️
나는 너의 연애가 궁금해
[📚수북플러스] 6. 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장르적 장르읽기] 5. <로맨스 도파민>으로 연애 세포 깨워보기[북다] 《나의 사내연애 이야기(달달북다02)》 함께 읽어요! [북다/책 나눔] 《하트 세이버(달달북다10)》 함께 읽어요!
각양각색! 앤솔로지의 매력!
[그믐앤솔러지클럽] 1. [책증정] 무모하고 맹렬한 처음 이야기, 『처음이라는 도파민』[그믐미술클럽 혹은 앤솔러지클럽_베타 버전] [책증정] 마티스와 스릴러의 결합이라니?![책나눔]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시간을 걷는 도시 《소설 목포》 함께 읽어요. [장르적 장르읽기] 5. <로맨스 도파민>으로 연애 세포 깨워보기[박소해의 장르살롱] 20. <고딕X호러X제주>로 혼저 옵서예[그믐앤솔러지클럽] 2. [책증정] 6인 6색 신개념 고전 호러 『귀신새 우는 소리』
과학의 언어로 인간의 마음을 탐구하는 작가, 김초엽
[라비북클럽] 김초엽작가의 최신 소설집 양면의 조개껍데기 같이 한번 읽어보아요[다정한 책방] '한국작가들' 함께 읽기5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_김초엽[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8월의 책 <지구끝의 온실>, 김초엽, 자이언트북스방금 떠나온 세계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레슨!
[도서 증정] 『안정감 수업』 함께 읽으며 마음을 나눠요!🥰지금보다 나은 존재가 될 가능성을 믿은 인류의 역사, 《자기계발 수업》 온라인 독서모임
한국의 마키아벨리, 그의 서평 모음!
AI의 역사한국의 미래릴케의 로댕최소한의 지리도둑 신부 1
🎬 우리가 사랑한 영화 감독들
[책나눔] <고양이를 부탁해><말하는 건축가> 정재은 감독 에세이『같이 그리는 초상화처럼』메가박스 왕가위 감독 기획전 기념... 왕가위 감독 수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 함께 이야기 나눠요
저항의 문장가, 윌리엄 해즐릿!
[아티초크/책증정] 윌리엄 해즐릿 신간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와 함께해요![아티초크/책증정] 윌리엄 해즐릿 신간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서평단&북클럽 모집[아티초크/책증정] 장강명 작가 추천! 해즐릿의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와 함께해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축하합니다!
[밀리의 서재로 📙 읽기] 31. 사탄탱고[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신간읽기클럽 )1. 세계는 계속된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공룡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기로!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7. <경이로운 생존자들>[밀리의 서재로 📙 읽기] 10. 공룡의 이동경로💀《화석맨》 가제본 함께 읽기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