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님 책 읽기] '소년이 온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

D-29
이번 장은 진짜 '읽기 힘들다' 라는 감정을 제게 처음 선사했습니다. 그정도로 몰입감 넘치고 섬세한 묘사들이 많았습니다. 노벨 문학상 두 번 받으세요 ㅠ
처음부터 상황실장은 우리 목표가 버티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날이 밝을 때까지만. 수십만의 시민이 분수대 앞으로 모일 때까지만. 지금은 어리석게 들리겠지만, 그 말을 절반은 믿었습니다. 죽을 수 있지만, 어쩌면 살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겠지만, 어쩌면 버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중략) 고백하건대 나에게 그런 초연한 확신은 없었습니다.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p. 113, 한강 지음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p. 135, 한강 지음
감히 그 당시의 사람들의 감정이 어떤 것이었을지 상상하기도 힘들지만, 이런 묘사들은 조금이나마 그 감정에 가닿게 해주었습니다.
선생은 압니까. 자신이 완전하게 깨끗하고 선한 존재가 되었다는 느낌이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양심이라는 눈부시게 깨끗한 보석이 내 이마에 들어와 박힌 것 같은 순간의 광휘를.(p.116)
날마다 이 손의 흉터를 들여다봅니다. 뼈가 드러났던 이 자리, 날마다 희끗한 진물을 뱉으며 썩어들어갔던 자리를 쓸어봅니다. 평범한 모나미 검정 볼펜을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숨을 죽이고 기다립니다. 내가 밤낮없이 짊어지고 있는 더러운 죽음의 기억이, 진짜 죽음을 만나 깨끗이 나를 놓아주기를 기다립니다.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p.135, 한강 지음
한강 작가가 소설을 쓰기위해 참고했다는 다큐멘터리를 유투브에서 보았습니다. 시민군으로 싸우다 계엄군에 잡혀 모진고문을 받고 나오신 분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제대로 잠들지 못하고 심한 고문의 고통속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고 슬펐습니다. 술과 약으로 견디다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하신 분들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국가 공권력에 의해 삶이 무참히 짚밟힌 고통속에 살아가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소설 속 나와 김진수, 김영재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깊은 슬픔과 알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라 마음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시점을 묘사하는 방식이나 지금 어떤 인물을 묘사하는건지 생각하게 하는 것, 갑자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점들이 계속 긴장감을 줍니다. 무엇보다 넘 슬퍼서 먹먹해져 더 읽고 싶어지지 않다가도, 궁금해서 계속 읽고 싶게 만다는 그런 책인거 같습니다.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상한 건, 그들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양심. 그래요, 양심.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Ebook p.208/398, 한강 지음
선생은 압니까, 자신이 완전하게 깨끗하고 선한 존재가 되었다는 느낌이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양심이라는 눈부시게 깨끗한 보석이 내 이마에 들어와 박힌 것 같은 순간의 광휘를.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Ebook p.212/398, 한강 지음
5장은 묘사가 적나라해서 읽는 도중 몇 번을 멈춘 채 아픈 마음이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그 시절을 살아가는 사람이었다면, 이들처럼 앞장서서 옳은 것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을지 솔직하게 자신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 눈에 신체적으로 약해 보이는 김진수, 아직 어린 학생인 김영재. 이 문장을 통해 그들이 맞설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양심, 그리고 먼저 떠난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과 뜻을 함께 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들과 달리 제가 어떠한 것이 옳은지 분별할 수 있는 눈을 가졌는가 하는 의문이 들어 부끄러운 마음은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p 134, 한강 지음
본인들의 포상금을 위해 비윤리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아도 되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 짐승만큼 이기적이었던 선택이었다 생각합니다. 또 인간이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 또 윤리적이고 민주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으나 많은 상처를 가지고 희생된 사람들도 많았다는 것이 앞으로도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야할 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기억만 남기고 다른 모든 것이 서서히 마모됩니다.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134, 한강 지음
진짜 4장은, 그러니까 '쇠와 피'는 모든 문장이 빨간 피로 물들어, 제게 있을지 모르는 부서지기 쉬운 양심과 영혼에 강한 기억을 남깁니다. 절대 잊지 말자고 다짐한 필요를 잊게 만듭니다. 작가의 담백한 서사가 더욱더 끔찍함을 도드라지게 해서, 그래서 더욱더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할 수 있었을까, 당신은 생각한다. 용기를 내 녹음 버튼을 누를 수 있었을까. 침묵과 헛기침과 망설임, 헐겁거나 빽빽한 단어들을 덧붙이고 꿰매 어떤 내용을 완성할 수 있었을까.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p. 152, 한강 지음
선주가 그 녹음을 남겨야할지 말아야 할지 얼마나 고민했을지, 얼마나 많은 감정들이 들었을지 잘 느껴지는 구절이었습니다 ㅠ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니,라고 묻던 성희 언니의 침착한 목소리를 당신은 기억한다. 무슨 권리로 내 이야길 사람들에게 하는 거야,라고 당신이 이를 악물며 물었을 때였다. 이어 대답하던 성희 언니의 차분한 얼굴을 당신은 지난 십년 동안 용서하지 않았다. 나라면 너처럼 숨지 않았을 거야, 그녀는 또박또박 말했다. 나 자신을 지키는 일로 남은 인생을 흘려보내진 않았을 거란 말이야.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p.161-162, 한강 지음
피해자는, 그리고 남겨진 사람의 소임은 무엇일지.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여러 생각들이 들게 한 구절이었습니다.
오래전 동호와 은숙이 조그만 소리로 나누던 대화를 당신은 기억한다. 왜 태극기로 시신을 감싸느냐고, 애국가는 왜 부르는 거냐고 동호는 물었다. 은숙이 어떻게 대답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까. 태극기로, 고작 그걸로 감싸보려던 거야. 우린 도육된 고깃덩어리들이 아니어야 하니까, 필사적으로 묵념을 하고 애국가를 부른 거야.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p.173,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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