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해시기 유럽에서 내노라하는 (지금은 대중에게 개방되어 박물관이 된) 세력가들 집이나 왕궁에 가서 어김없이 발견하는 인테리어 소품 중 하나가 중국풍 청화백자입니다. 고급 중국 청화백자가 집주인의 재력, 권력, 문화적 자부심, 그리고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세련된 취향을 나타내는 바로미터 였을 거라 짐작합니다. 집주인이 중국에 가보지도 않고 중국 역사와 문화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도 ‘나 중국 청화 백자 몇 점 있어’하고 내보이는 것이 그 시대 어지간히도 큰 유행이었던 듯 합니다. 8장에 나온 60-70년대 마오주의에 물든 유럽과 미국이야기 읽는 내내, 그 중국 청화백자를 떠올렸는데요 (또다른 형태로 나타난 중국풍), 줄리아 로벨이 바로 이렇게 써주어서 격한 동의 + 완전 감탄!!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6. <마오주의>
D-29

소피아

오구오구
“ 문화대혁명이 많은 미국 학생들에게 영감을 준 것은 그들의 반체제 운동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데니스 오닐은 이렇게 회상했다. " 1968년 문화 대혁명이 일어났을 때 학생들은 전 세계 곳곳에서 이를 입증할 만한 사건을 찾아다녔다. 이전까지 우리는 문화대혁명에 대해 거의 주목하지 않았다. ”
『마오주의 - 전 세계를 휩쓴 역사』 8장, 404, 줄리아 로벨 지음, 심규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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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 흑표당 운동에서 마오주의는 때로 교묘하게 성적 해방과 얽혀 있었다. 어느날 흑표당 본부에서 바비 실은 젊은 흑인 남성들이 『마오주석 어록」을 얻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후 사정을 알고 보니, 흑표당 여성 당원들이 구혼자에게 "나랑 사귀려고 하면서 어떻게 마오주석 어록』도 읽지 않느냐?"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
『마오주의 - 전 세계를 휩쓴 역사』 8장, 409, 줄리아 로벨 지음, 심규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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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 마오쩌둥의 혁명 이론은 농촌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도시화된 서구에는 거의 부합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구사회에서 그 누구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유명한 철학자들 중에서 마오주의의 유행에 몸담은 이들이 적지 않았으나 사실 이는 심사숙고를 통한 결정이 아니었다. 프랑스의 마오주의는 사르트르의 가슴에 뜨거운 피가 솟구치게 만들었다. ”
『마오주의 - 전 세계를 휩쓴 역사』 8장, 412, 줄리아 로벨 지음, 심규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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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사르트르 너마저.... ㅋ

장맥주
사르트르가 마오쩌둥이랑 스탈린 찬양한 걸로 아주 유명합니다. 저는 이 양반 인생에서 존경할 만한 대목을 참 못 찾겠더라고요. 얼마 전 플로리안 일리스의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감정의 연대기 1929~1939』를 함께 읽으면서도 재확인했지요.

오구오구
사회주의자 였다는 것은 알았지만 마오와 스탈린을 찬양한 것까지는 잘 몰랐어요. 증오의 시대 저도 같이 읽었는데 ㅋㅋ 사르트르의 찌질한 사생활, 저도 충격받았던 기억이....

YG
같은 시대를 살았던 조지 오웰의 명민함과 너무나 비교되는 대목이죠. 그런데, 사르트르 못지 않은 인물이 한 명 더 있어요. 하이데거. 이분도 만만치 않습니다. 심지어 당시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였다는 것까지 염두에 두면 더욱더.

YG
제가 @장맥주 작가님 등에게는 두 번인가 권했던 책 『철학, 마법사의 시대』(파우제 펴냄)의 재미있는 하이데거 관련 일화를 생각난 김에 옮겨봅니다. 2019년 8월에 읽고서 짧게 메모한 내용이에요. 부록으로 비트겐슈타인과 벤야민도 등장합니다.
[철학, 마법사의 시대]
독일 작가 볼프람 아일렌베르거의 『철학, 마법사의 시대』(파우제 펴냄)는 매력적이다. 이 책은 1919년부터 1929년까지 10년간 철학사를 중심으로 지성사의 한 시대를 스케치한다. 주인공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1889~1951년), 마르틴 하이데거(1889~1976년), 발터 벤야민(1892~1940년), 에른스트 카시러(1874~1945년).
20세기 철학사에 중요한 영향을 준 이 네 철학자는 전쟁이 끝나고 나서 이 10년의 기간 동안 자기 철학의 토대가 되는 사유와 경험을 축적한다. 예를 들어, 비트겐슈타인이 물려받은 모든 재산을 포기하고, 가난한 시골 초등학교 교사로 살아가던 때가 이 시기다. 대조적으로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1927년)을 써내면서 독일 철학계의 제왕으로 도약한다.
다른 셋보다 나이가 많은 카시러도 이 시기에 함부르크 대학교에서 『상징 형식의 철학』을 세상에 내놓았다. 반면에 벤야민은 불행했다. 야심만만한 청년이었던 그는 하이데거처럼 원하던 대학에 자리를 얻지 못했다. 반쯤은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이곳저곳(베를린-나폴리-모스크바-파리 등)을 부유하던 그의 삶에서 나온 사유의 파편이 지금까지 여럿에게 영향을 주고 있으니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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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렌베르거는 군데군데 철학자가 지인과 주고받은 편지를 인용하고 있다. 책을 덮고 나니 각각의 욕망과 성격을 또렷하게 보여주는 세 편의 편지가 기억난다. (수신자는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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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
“『유럽의 재건(Reconstruction in Europe)』을 보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안부 같은 개인적인 소식을 한 줄이라도 받았더라면 더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 너무 바빠서 편지 쓸 시간조차 없는 건가요? 그 정도는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만. W. E. 존슨과도 연락하고 지내시나요? 나는 존슨의 소식도 간절히 듣고 싶습니다. 그러니 마음이 동할 때 답장 보내주세요.” (1923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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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
“우리의 관계는 모든 것이 단순하고, 명료하고, 순수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의 만남이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당신이 나의 학생이고 내가 당신의 교수인 것은 그저 우리에게 일어난 사건의 원인일 뿐입니다. 나는 당신을 결코 가져서는 안 될 것이지만, 당신은 계속해서 내 삶의 일부일 것이고, 내 삶은 당신으로 인해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1925년 1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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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민
(하이데거의 교수 자격 취득 논문을 읽고서) “하이데거의 논문을 읽었어. 라틴어 실력과 엄청난 성실성 외에는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고, 그 모든 철학 표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는 잘된 번역에 불과한 그런 논문으로 교수 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군. 리케르트와 후설에 대한 아첨 부분은 어찌나 비열하던지, 읽기조차 불편하더군.” (1920년 12월)

YG
누구한테 쓴 편지인지 정말로 한번 맞춰보세요! :)

오구 오구
설마.... 한나 아렌트? 아니면 시몬드보봐르? 한나아렌트 같은데요? ㅋㅋㅋ

YG
하이데거는 한나 아렌트 맞습니다!

오구오구
사심의 질문입니다. 이처럼 많은 책을 읽고 기억도 잘 하시는걸 보면 YG님만의 필사기 독서법 혹은 독서기록법? 뭐 이런게 있을거 같아요~ 그런것좀 공유해주세요~ 노트도 하시나요? 궁금합니다~

YG
독서 정보(서지 정보, 읽기 시작한 날, 완독한 날, 이 책 읽을 때의 중요한 사적, 공적 이벤트, 소설은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 정도는 원노트에 메모해요. :) 인상적인 논픽션은 짧든 길든 서평 쓰는 게 기억에는 도움이 되는 듯해요~ (전혀 도움 안 되죠?)

오도니안
오. 도움 됩니다. 읽을 당시의 이벤트를 메모해두는 거랑, 첫문장 마지막 문장. 비트겐슈타인의 수신인은 러셀인가요?

YG
이때는 러셀과 비트겐슈타인 사이가 안 좋았다더라고요. 우리가 잘 아는 케인스입니다!

borumis
아하~ 그렇다면 케인스 맞네요 ㅋㅋㅋ 이 책도 TBR중 하나인데.. 재미있어 보여요!

오구오구
책 읽을때 중요한 사적, 공적 이벤트, 소설은 첫문장 마지막 문장.. 메모. 너무 좋은 정보인데요??? 소설 읽으면 5줄 서평 쓰는게 목표인데, 문제는 너무 게을러서요..
추가 질문은... 저는 비문학은 근근히 벽돌책만 꾸역꾸역 따라가고 있는데요~ 비문학책도 따로 정리하시는 방법이 있으세요???

YG
@오구오구 늦게 답을 드리자면, 저는 (에세이스트 혼비님도 비슷한 것 같던데) 비문학 책을 읽을 때는 포스트-잇 플래그를 적절히 활용하는 편이에요.
보통 책 한 권을 읽을 때 플래그 넷을 활용해요. (1) 작가의 중요한 메시지 (2) 이 책이 전하려고 하는 중요한 정보 혹은 내가 몰랐던 정보 (3) 나는 동의 못하겠네(보통 빨간색!) (4) 이거 좋은 인용구나 사례인데, 나도 어디선가 써먹어야지! 이렇게 정리를 해놓으면 다른 사람은 책 한 권에 플래그가 왜 이렇게 많이 붙어 있어요! 하지만, 저로서는 맥락이 있으니 재독하거나 혹은 급하게 그 책을 훑어볼 때 아주 유용합니다. 저는 책 읽고 서평 쓸 때 아주 유용하게 써먹고 있어요.
문제는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은 이걸 못하잖아요? 그럴 때 저는 (안드로이드폰입니다) vFlat Scan이라는 앱으로 해당 부분을 사진 찍어서 보관해둡니다. (인앱유료 앱인데 저는 그냥 몇 년째 무료로 사용하고 있어요.) 그리고 시간 날 떄 사진 찍어둔 부분을 PDF나 JPEG로 추출해 서 원노트의 해당 책 항목 밑에 붙여두기 해둡니다.
(뭔가 복잡해 보이지만, 루틴이 되면 그냥 자동으로 할 만해요. 서울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벽돌 책 읽으면서 3M 683-9KP 포스트잇 플래그를 여기저기 붙이는 아저씨가 있다면, 그건 거의 100% 확률로 저일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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