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전북클럽]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읽습니다! (11/8~11/26)

D-29
스티븐은 이사하고 전학을 가버렸네. 같은 예수회 학교인데 분위기가 꽤 다른 것 같아. 나는 별 뜻 없는 문장같은데 괜히 꽂혀서 30쪽을 읽는 내내 포도 생각을 해버렸네. 부인, 저는 머스캣 포도는 먹지 않습니다. 그럼 캠벨 포도였다면 먹었을까...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여기서 한번 포도 종류 정리 ; 켐벨포도 : 우리가 익히 아는 검붉은 그것, 영어로 Grape 머스켓포도 : 청포도, 요즘 유행하는 샤인머스켓 등 최근에 일본에서 개발한 포도품종인 루비로망을 한국이 무단으로 제배해서 판매했다고 기사화 되었는데, 샤인머스켓 또한 그런식으로 무단/불법으로 기술이 유출된 케이스라고 하네. (루비로망은 한송이에 1500만원까지도 한다고... 1500원 아님)
갑자기 포도주가 마시고싶네.
왜 스티븐은 교우들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되었을까? 심지어 분노까지도.(133p) 지리멸렬하던 연극은 성공적으로 끝나지만 그는 또다시 혼란에 빠져들잖아. 자존심과 희망과 욕망이 짓이겨져 향연으로 피어오르는 것 같다고! 하지만 같은 종류의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이 혼란도 가라앉는데 그 동인이 말 오줌과 썩은 짚 냄새라니. (139p) 스티븐은 속세의 일들에서 이제 더는 경이로움을 느끼지 못하게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 140페이지에 실제로 그렇게 이야기 하지. 이성에 대한 알수없고 모호함 끌림을 제외하고는,
완벽한 사랑에 대한 갈망(뒤마의 메르세데스를 떠올리며)과, 낭만주의 시(바이런)를 품고 있는 사춘기 소년에게 가난하고 천박하고, 욕망과 허례가 가득한 주변은, 그것이 학교이고 가족일지라도 경멸을 떠나서 포기… 하는 마음 아닐까. 그것에 대한 자신의 감정들은 종국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효율적이고 똑똑하네). 자기애가 있는 만큼 상처만 받잖아. 차라리 생생하고 진실한 자연에 동질감을 느끼면서, 안정과 희망을 얻을 것 같아. 그 자연은 숨지기 않잖아. 자신들의 모습과 그 힘을.
이렇게 적고 나서, 국내 평론가의 아주 오래된 글을 읽었는데, 여기에 이런 말이 있었어. <절대자의 진정한 임재란, 말 그대로 유토피아가 실현되는 순간에만, 학의 진리와 삶의 진실이 일치하고, 신적인 원리와 공동체의 인륜 및 개인의 모랄이 하나로 합치되는 순간에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유토피아의 형상은 단지 상상 속에서만, 미적 가상 속에서만, 혹은 맑시즘에서와 같이 지의 엄밀함이 윤리적 올바름의 힘을 빌려 장차 도래할 시간속으로 비약함으로써만 가능할 뿐이다. 근대 예술은 본질적으로 이러한 열망과 동경의 기록물이다. 그러나 그 동경과 열망은 분열과 혼돈으로 가득 찬 근대 세계의 저 남루한 육신 위에 아로새겨져 있다.> 이 문단의 처음에 등장하는 <절대자>의 맥락적 의미는, 근대로 들어서면서 절대적인 신이 사라진 뒤, 예술이 진정한 예술로서 독립하여 존재하기 위해 그 중심 자리에 채워져야 하는 무언가를 말하는 것이야. 열망과 동경, 분열과 혼돈, 남루한 육신. 이게 다 이 소설을 말하는 것 같아서 공유해 보았어. 말들이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데, 이 평론가의 설명에 빗대어 생각해 보자면,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아직은 <젊은> 근대 소설이 진정한 예술로서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작품인 것 같아. 제목도 딱이잖아. 나는 그런 관점으로 이 책을 앞으로 읽어나가야겠다!
이 이미지와 각자의 감정들이 꽉 찬 부분들을 읽으면서 느꼈는데, 거의 1인칭 시점이나 마찬가지인 것을, 왜 3인칭으로 적어나갈까? 갑자기 <나는>이 아니라 <그는><스티븐은>이라고 나올 때 깜짝 놀라고, <아버지는>이 아니라 <사이먼은>이라고 나올 때도 잠깐 멈칫하고. 나는 이 책을 조이스의, 그리고 스티븐의 일기장처럼 생각하고 있나 봐.
오늘 분을 읽고나니 새로운 가설이 하나 생겼는데, 스티븐은 주변에서 강권하는 (종교적, 정치적, 윤리적으로) 가치있는 삶에서 벋어나서 (예술적인 쾌락으로) 행복한 삶을 살기로 결심하는 과정이 아닐까? 청소년기에 많은 사람들이 겪게되는 성적인 충동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내일 분도 궁금하다.
스티븐이 예술에서 쾌감을 얻는 내용은… 아직은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것 같아. 내가 아직 못 찾은 것일수도. 조이스의 글은 숨은 단서들이 많은 것 같아. 너무 아무렇지 않게 휙 넘아간다던지. 찾아보고싶게 만드는군.
아버지(또는 어머니)는 모든 작가들이 가지는 화두가 아닐까. 아버지를 부정하고 결별한다는 것은, 결국엔 안정적이고 순응적이었던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를 만들어간다는 뜻이니까. 가족과 자신의 사이에 밀어닥치는 <탁류>(무서워…)를 막기 위한 방파제가 너무도 부실했다는 걸 그가 문학특기로 받은 상금을 가족에게 다 써버리고나서, 여실히 알게 되는구나. 어쩔 수 없는 그 간극! 그리고 완벽한 사랑과 아름다움(메르세데스르)을 희망했던 스티븐은 현실에 드디어 발을 들여놓게 된다. 이 사건들이 다 연결되는 것 같아. 아빠와의 여행, 상금 탕진, 여성과의 첫 성관계. 이상과 현실의 부조화. 거기서 오는 죄책감들… 이번에 읽은 부분은 스티븐에게 중요한 사건들이겠지. 그리고 여러모로 나는 스티븐에게 점점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어.ㅠㅠ 오로지 나의 영혼을 돌아보는 피정이라는 기독교의 의식은, 관심이 가. 해본 적 있는 사람?!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불멸의 영혼을 상실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중략) 삶의 평화로운 들판에서는 개미 같은 인간들이 형제처럼 사이좋게 땀흘려 일하고 있었고, 죽은 이들은 조용한 무덤 아래 잠들어 있었다. (중략) 아, 그렇다, 지금이라도 용서받을 수 있으리라.' -206p 스티븐이 회계하고 용서받아서 개미 같은 인간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데 한표 던진다!
2장은 스티븐이 내 외적으로 스케일을 넓히는 것으로 시작하는것 같아. 일단 무대가 학교 일변도에서 훌쩍 벗어나고 내면적으로도 장미나 우주를 떠올리던 아이에서 '교활한' 리더격의 청소년이 되고. 하지만 여전히 종교에 묶인 머리글자를 쓰고 있는걸 보면 후반부의 자학적 고뇌가 이해가 된다. 연극 씬이 너무 꽂혀서 몇 번을 봤어. 지금껏 읽은 내용까지는 가장 극적으로 모든것이 변화하고 폭발하고 암시되는 장면일거야. 공허한 소음도 듣고 종교와 아버지도 더렵혀진 느낌이고 연기하는것도 부끄러웠는데 그 부정적인 모든것들이 그를 보는 여자 아이의 눈을 떠올리는 것으로 refresh되는게 메르세데스를 만나서 변신하는것 처럼 느껴졌어. 연극이 생명체가 되는것에(예술의 아주 작은 한 조각일까?) 만족하지 못하고 그이상을 찾아서 비웃는 사람과, 종교와, 가족을 지나쳐 로마인을 배반하고 죽음을 택한 성인의 이름을 딴 조지스트리트로 향하는 장면은 이후 내용뿐 아니라 조이스 자신에 대한 많은 암시가 있을거라고 생각해. 이 장면들은 원문으로도 여러번 읽어봤는데 자존심 희망 욕망이 상처입은 자존심 무너진 희망 좌절된 욕망과 함께 연기가되어 머리위로 사라지는 장면은 주인공의 내면에서 종교적 형이상학적 가치가 증발하는걸로 보여. 이후 내용보다는 딱 이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라서 앞으로도 계속 떠오를것 같아. 너무 꽂혀서 다 이쪽으로 읽혀서 머리 좀 비우고 다시 읽어보려고.
안녕, 나는 이제 겨울 18쪽을 지나가. 세면대에서 물이 빠지는 소리와 그 세면대의 하얀 빛깔, 그리고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 부분을 지나가는데 하나의 관에서 내가 원하는 꼭지를 돌리면 차가움이나 뜨거움이 나뉘어 나온다는 사실이 갑자기 기묘하게 느껴져. 우유빛깔을 덧입힌 데이비드 린치 영화 같아.
어제 깜빡하고 하루를 건너뛰어서 오늘 60쪽을 읽었어. 오늘 읽은 부분중에는 169쪽이 좋았어. 어쨌든 신앙심은 사라져버렸다. 그의 영혼이 스스로의 파멸을 갈망하는 마당에 기도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가 잠자는 사이에 그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고, 용서를 빌기도 전에 그의 영혼을 지옥으로 던져버릴 수도 있는 것이 하느님의 권세인 줄 잘 알면서도 빳빳이 고개를 쳐든 교만과 두려움 때문에 그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단 한 번도 하느님께 기도를 드릴 수 없었다.
4장의 가장 중요하고도 유명한 미지의 소녀와의 조우 부분은 다시 읽어도 좋네. 그 조우의 끝에 '살아가면서, 실수하기도 하면서, 추락하기도 하면서, 승리하기도 하면서, 삶에서 삶을 재창조하리라!'라는 스티븐의 외침! (민음사 판의 번역이 나는 더 좋은 거 같아. '살며, 과오를 범하며, 타락해 보고, 승리하고, 삶에서 삶을 재창조하는 거다!') 젊은 스티븐은 성욕에 빠져 허우적대기도 했지만, 이러한 욕구를 부정하지 않고 예술에 귀의하겠다고, 삶을 살겠다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외치는 장면이 너무나 극적으로 느껴진다. 일찍이 라스콜리니코프도 그 방황의 끝에 '변증법 대신 삶이 도래했다'고 말했지.
이제 2/3 정도 왔는데 다들 그믐에 대해서 평가해줬으면 좋겠어. 내 평가는, 1. 알림이 없으니 실시간성이 떨어진다. 2. 각자 자기 이야기 위주다. 좀 더 토론이 활발해지는 운영방식 필요한 듯 3. 참여 하지 않는 모임원을 독려할 방법이 없다. 그리하여, 차라리 카톡이 나을거 같다는 결론.
미리 한마디를 한다면, 온라인 클럽은 클럽장의 역할이 중요하네! 규칙을 만든다던지 화두를 던져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
예술에 대한 동적감정과 정점감정에 대한 스티븐의 논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273p를 얘기하는 것 같은데 너무 장황하고 방대해져서 몇번을 쓰다지웠어. 아마도 이 책을 다 읽고나서 우리 모두 쫑파티 때 한 두 시간은 충분히 논의할 만한 주제가 될것같아. 아주 짧은 지식과 책끈인 나조차도 이부분을 읽으면서 떠올린 미학? 개념이 동서양 2천년이더라고 ㅎㅎㅎ 많은 의견이 듣고 싶다.
나는 4장을 마치고 오늘 밤부터 5장으로 들어가. 그 유명한 바닷가의 소녀 장면이 멋지네. 그 앞의 길고 깊고 절박했던 그의 고뇌가 있었기에 가능한 장면이었겠지. 예술에 대한 감정에 대해서는 5장을 읽으면 말할 수 있겠네! 그리고 이 북클럽 형식에 대한 평가, 라고 한다면…. 끝나고 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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