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3. 도둑맞은 뇌

D-29
“연주가 끝나고 나면 피아니스트는 5분 동안 선보인 수천 가지 동작 중 어느 하나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가 이 곡을 연주했다는 사실 외의 다른 어떤 것을 기억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가장 어렵게 느껴졌던 익숙해진 지 얼마 안 된 악절일 것이다. 그 밖에 모든 것은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동안 들이쉬었던 숨처럼 완전히 잊힐 것이다.”
도둑맞은 뇌 - 뇌과학이 발견한 기억의 7가지 오류 98쪽, 대니얼 샥터 지음, 홍보람 옮김
‘자동 수행’ 이라는 개념이 소개되는 초반부에서 저도 악기연주를 떠올렸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바로 다음 페이지에 이런 내용이 나오네요. ㅎㅎ 새뮤얼 버틀러 인용인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사람 본인이 피아니스트가 아니었을 텐데 어떻게 저렇게 정확하게 알 수 있었을까 신기하기도 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 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ㅋㅋㅋㅋ 왜 그런지 설명하려면 너무 길어질 듯도 하고 잘 설명할 자신도 없어서 일단은 패스하겠습니다. 지난 모임때 언급했던 <피아니스트의 뇌> 언제 한번 꼭 같이 읽어요!
안그래도 이 부분을 읽으면서 모임지기님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궁금했답니다.
저도 다 기억할 수 없지만 분명 두 눈이 휘둥그레졌을 것 같습니다 ㅋㅋㅋ
저도 이 부분 읽으면서 @신아 님 생각했어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이야기가 너무너무 궁금합니다!! <피아니스트의 뇌>에 답이 있으려나요?? ㅎㅎ
글쎄요 저도 <피아니스트의 뇌>를 아직 읽어보기 전이라서, 그 책에서 이런 부분을 다룰지는 잘 모르겠지만... 연주 후 상태를 간단하게 설명해 보자면, 저의 뇌는 연주가 끝난 후에도 계속 연주를 하더라고요. 방금 했던 연주가, 연주 중 내 모습과, 그 무대와, 그 상황이, 심지어 무대매너(인사, 표정, 손짓 등)까지도.. 전부 그날 밤 잠들때까지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돌아갑니다. 때로는 괴로울 때도 있어요. 연주에 만족했을 때는 괴로움이 덜 하지만, 당장 잊어버리고 싶은 끔찍한 연주도 있거든요. ㅋㅋㅋ 한편으로 버틀러의 말처럼 "수천 가지 동작"이 전부 기억나지는 않겠지만, 결국 이런 식으로 재생됨으로서 "완전히 잊"히는 것과는 또 거리가 있지 않나 싶네요. 물론 이런 현상은 사람마다 성격(?)마다 다르게 나타나며, 아마 '기억'이 아닌 다른 뇌과학분야에서 다뤄야 하는 부분일 거에요. 연주 후 엄청 쿨한 친구들도 많이 봤거든요! ㅎㅎㅎ 저 나름의 결론을 지어보자면... '자동 수행'으로서의 동작은 절대 기억해서 똑같이 따라할 수 없겠지만, 방금 한 연주의 디테일 하나하나를 그 누구보다 가장 자세하고 정확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바로 연주자 본인일 거에요!
연주 후에는 아무 생각 없이 푹 쉬어도 모자를 것 같은데, 끊임없이 연주 장면이 되풀이된다니, 정말 힘드시겠어요ㅠ 당장 잊어버리고 싶은 연주라고 하셨지만 분명 관객들은 멋진 연주를 듣고 가셨을 겁니다^^
기억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기억은 과거에 대한 것인 만큼 미래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 하지만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연구자들은 대체로 과거를 기억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이는 사람들이 기억의 회상적인 측면보다도 미래에 수행해야 할 활동을 기억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표현해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것은 이름이나 사실을 잊어버리거나 두 사건이 일어난 때와 장소를 혼동하는 등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면 ‘기억’이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심 약속을 잊거나 약속한 대로 소포를 두고 가지 않는 등 미래에 해야 할 일을 기억하지 못하면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한 ‘사람’이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 정신없음으로 인해 미래기억에 오류가 생기면 우리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실질적인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기억의 오류가 한 사람의 신뢰성뿐만 아니라 성격까지도 반영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과거의 사실을 잘 기억하지 못할 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말이다.
도둑맞은 뇌 - 뇌과학이 발견한 기억의 7가지 오류 104-105쪽, 대니얼 샥터 지음, 홍보람 옮김
미래기억에 대한 부분도 정말 재미있었는데요, 아마 영어에서 remember - remind 이 두 동사가 나뉘어져 있어서, 두 개념에 대한 오해가 종종 생기지 않나 하고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사실은 둘로 나뉜 게 아닌 하나의 개념인게지요. ‘사건기반/시간기반’ 기억 역시 미래기억 뿐 아니라 과거기억과 연관지어서도 비슷한 원리로 작동하는 것 같아요.
당신이 이 책을 읽다가 한 번쯤 혹은 여러 번 집중할 수 없는 때가 있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마음이 멀어져 ‘멍해진 채’ 내면의 공상이나 망상에 빠져드는 때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런 행동이 기분 나쁘지는 않다. 여러 실험연구를 보면, 참가자들이 다양한 종류의 글을 몇 분 이상 읽었을 때 멍해지는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레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처럼 명작을 읽어도 마찬가지였다. 요즘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마음 방랑 mind wandering’ 이라고 부른다.
도둑맞은 뇌 - 뇌과학이 발견한 기억의 7가지 오류 123쪽, 대니얼 샥터 지음, 홍보람 옮김
이 문장을 읽고 뜨끔 하면서도 너무너무 위안이 되었습니다. ㅎㅎㅎ 저는 주의력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닌 것 같아요. 한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도 몇번이나 글씨만 읽고 있음을 발견하고 앞으로 돌아가 다시 읽는지 모릅니다. ㅠㅠ '마음 방랑'을 어떻게 하면 의식적으로 대비하고 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한 내용이 좀 아쉽네요. 물론 강의 중 퀴즈를 내라는 아주 약소한 솔루션을 제시해 주긴 했지만... 예시는 독서 중 마음방랑으로 시작했다가 결론은 강의 중 마음방랑으로 끝내다니... ㅎㅎㅎ
저도 마음 방랑이 심해서 찔렸어요ㅎㅎ 책 읽다가 혼자 퀴즈를 낼 수도 없고ㅎ 다른 방법이 궁금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PART 3] 12월1-3일 : 3장 "기억은 막힌다" 를 읽고,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나 인상깊었던 구절을 자유롭게 나눠 주세요.
130쪽 특히 막힘이 짜증스러운 것은 이 정보를 기억해낼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한데도, 그것을 끄집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실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133쪽 고유명사가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의 특징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은 왜 사람의 이름을 외우고 기억하는 것이 어려운지 설명해준다. 144쪽 그중 45명이 단어가 곧 기억날 것만 같은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혀’라는 단어가 담긴 표현을 사용했다. 여러 언어 중 가장 자주 사용되는 표현은 ‘혀끝에 on the tip of the tongue(설단)’와 의미적으로 거의 동일한 단어가 사용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적인 표현은 한국어 ‘혀끝에 맴돌다’가 있었다. 150쪽 이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단어에서 설단 현상이 일어난다는 실험 결과와 딱 맞아떨어진다. 164쪽 하지만 진짜 기억상실증과 가짜 기억상실증을 구분해주는 신뢰할 만한 검사가 현재는 없다. 166쪽 이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지만, 제임스와 그의 동료들은 18-80세까지의 성인들도 스트레스로 인해 설단 현상의 빈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도둑맞은 뇌 - 뇌과학이 발견한 기억의 7가지 오류 제3장 기억은 막힌다, 대니얼 샥터 지음, 홍보람 옮김
위에서 수집한 문장 중 막힘 현상을 지칭하는 각 나라 언어들의 표현들 가운데 가장 시적인 것은 한국어 ‘혀끝에 맴돌다’라고 쓴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문장은 영어로 어떻게 썼길래 저자가 시적이라고 했을까요. 3장에서 다룬 막힘 현상도 결국은 자주 안 쓰는 단어가 주 대상이며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이름과 같은 고유명사가 더 자주 안 떠오르고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취약해진다는 것입니다. 이쯤 되니까 나중에 책의 말미에 가서 우리 뇌가 원래 그렇게 생겼으니까 기억에 일곱 가지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결론짓고 끝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지켜보죠. ㅎㅎ
저도 영어 번역이 궁금해지네요! 생각해보면 다른 어떤 언어에서도 '혀끝에 맴돌다'라고 그대로 표현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어 표현들은 시적인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요즘 단어가 생각이 잘 안 나서 "그, 저" 같은 말을 많이 해서;; 기억은 막힌다 챕터에 공감이 많이 갔어요. 시각적 표상, 개념적 표상, 음운적 표상 등의 설명이 좋았는데요,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이 얼굴은 친숙한데 이름은 물론 어디서 만났는지도 생각나지 않았던 반면, 이름도 기억나고 언제 만난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이 떠오르는 이유가 있었네요. 그리고 억압된 기억 파트에서 프로이트의 억압 개념과 심리적 방어 기제가 아주 짧게 언급되고 말아서 좀 아쉬웠어요. 다음 챕터 '기억은 오귀인을 일으킨다'도 기대됩니다^^
실생활에서 사투리 ‘거시기’가 많이 쓰이는 이유가 기억의 오류인 ‘막힘’ 때문이 아닐까요. ㅎㅎ
ㅋㅋㅋ 진짜 한국어에서 거시기를 대체할 단어는 없습니다요... 표준어나 다른 사투리 모두 찾아봐도 없을것 같아요. ㅋㅋㅋ
단어가 생각 안 날 때 '저기, 그'를 많이 쓰긴 하지만 우리나라 대표 단어 '거시기'도 있었네요ㅎㅎㅎ 이 단어 하나면 문장도 만들어내던데 ㅋㅋ 밥심님 덕분에 웃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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