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지기 인생책>골목책방서성이다와 [축복받은 집] 함께 읽기

D-29
⟨섹시⟩는 중반부 넘어갈 때까지도 사실 흥미롭지는 않았습니다. 전개가 조금 뻔하기도 했고 인물이 느끼는 감정이나 결말까지도 조금 예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아이가 나오는 대목부터 급격히 좋아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이가 순수하게 어른들의 말을 옮기는 존재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장면장면이 참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전혀 다른 소설이긴 하지만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이 떠오르기도 했네요.
@russist 저도 '섹시' 단편 읽으면서 아니 에느노의 '단순한 열정' 을 떠올려보았어요. '섹시' 글 초반엔 도덕적 판단 없이 상대에 빠져드는 감정들이 '단순한 열정' 과 비슷하게 느껴지더라구요. 후반에 자신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깨달음으로 홀로서기 하는 부분에선 차이를 느꼈구요.
<축복받은 집> 단편 어떻게 읽으셨나요? 책의 제목으로 선정된 단편이라 기대가 크리라 생각해요. 제목처럼 부부에게 이 집은 축복받은 집인지 궁금하네요. 각자의 생각이나 느낌을 나누어보시게요.
한역본과 달리 원서는 '질병 통역사'를 표제작으로 삼은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읽으면서 왜 이것을 표제작으로 정했을까 생각하면서 읽었습니다만, 특별한 이유는 찾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 소설이 귀엽게 느껴졌어요. 타국에서 성공한 이민자이자 공대생인 산지브와 문학도인 트윙클이 만나서 서로 부부가 되어가는 과정처럼 보였거든요. 산지브는 일찌감치 성공한 사람들의 특성을 보여줍니다. 뭐든 규정하기를 좋아하고, 딱딱 정해진 대로 해야 하고, 그것을 지킴으로써 제 삶의 통제력을 끌어올리고 방법론을 정립해서 성공에까지 이른 유형의 인물이요. 굉장히 미국적인 성공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런 산지브는 트윙클의 무구하거나 불안정한 면모를 이해하지 못하죠. 산지브가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무엇이 사랑이 아닌지를 통해서 사랑을 정의하는 대목이 인상적이었어요.그런데 소설 말미에 이르러서, 집들이를 하면서 산지브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랑으로 다가오는 경험을 겪게 됩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요. "산지브는 깃털 모자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그 커다란 은제 얼굴을 자신의 갈비뼈에 꼭 붙이고 뒤를 따랐다." 이런 부분은 성경에서 아담과 이브의 창조를 설명하는 내용이 연상되었어요. 아이러니하게 뒤집어져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작가적 유머(?)라고 할까요? 물론 과도한 해석일 수도 있습니다만···
트윙클과 산지브의 집에 비밀처럼 숨겨진 기독교 용품들은 두 사람에게 갈등을 일으킵니다. 트윙클에겐 그 물건들은 행운을 가져다주는 축복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산지브에겐 이교도의 상징물로 힌두교인들에게 비난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여깁니다. 두 사람 모두 서로의 생각이나 마음보다 자신의 취향과 신념, 입장이 먼저입니다. 산지브는 아내의 모습에서 다시 예전의 설레는 마음을 느끼게 되지만 두 사람의 갈등이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며 상정적 이미지에 고착화된 생각을 돌아보기도 했어요. 종교, 문화, 가치관에 의해 생겨난 수많은 상징적 의미들에 갇혀 갈등과 싸움이 반복되는 역사가 떠오르기도 했구요. 실상의 세계, 이미지를 벗어난 세계에서, 타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아름다운 일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센 아주머니의 집'는 사실주의 문학의 어떤 좋은 전범처럼 느껴졌습니다. 소설 내적으로 얘기하기보다 소설 외적인 면면들에 대해서 얘기해보고 싶네요. 소설가들은 아이 화자의 시선이나 대사를 통해서 세상의 어떤 이면, 혹은 진실을 밝히려는 욕망이 있는 듯합니다. 어느 소설가든 천진난만하고 순진무구한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그려낸 작품이 꼭 하나씩은 있더라고요.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셀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 기억나네요. 홀든이 여동생 피비의 돼지 저금통에 있는 돈을 좀 쓰겠다고 하자, 피비가 흔쾌히 그러라고 하던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정말 좋아합니다. 또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도 떠오르고, 바스콘셀로스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도 떠오르네요. 제 생각에는 소설가들은 유년에 대한 강한 이끌림이 있는 것 같아요. 소설 자체가 어떤 의미로든 젊은 장르는 아니다 보니, 더욱 그런 경향이 있지 않나 싶어요. 아이를 등장시키면 어떤 낙원에서 추방된 어른들의 삶과 대비하기도 좋고 교훈이나 통찰을 내비치기도 쉬운 것 같고요. 물론 단점도 명백한 것 같습니다. 어른의 세계를 비판적으로 그려내다보니,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재현하기보다는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그려내는 듯합니다. 순진무구하게 어른 말을 따라하다가 말간 얼굴로 의미심장한 대사를 날리거나, 지나치게 영악해서 왠만한 어른들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통통 튀는 역할을 하죠. 결국 성장 서사의 익숙한 틀에 갖히게 되기도 쉬운 듯합니다. 그래도 그래도 아이가 등장하는 소설은 늘 기대되고 재밌습니다. 어떤 대사가 나올까 기다리면서 읽었습니다. 이 소설도 그랬습니다:)
어쩌다보니 둘이서만 이야기나누고 있네요^^~ 이 공간에서 14일까지 이야기 진행합니다. 9편의 단편을 거의 다 읽어나가셨을 것 같아요. 가장 마음에 남는 단편 제목 서로 나누어볼까요? 부담갖지 마시고 제목만 말씀주셔도 좋겠어요
좋은 생각 같아요. 한번 다 읽고 나서 꼽아보겠습니다:)
늦었습니다! 어제서야 다 읽었는데 이제야 얘기하게 되네요. 마지막 작품이 가장 좋더군요. 좋은 소설은 덧붙일 말이 특별히 없는 듯해요. 덕분에 책장에 꽂혀 있던 책을 꺼내서 읽어보게 되었네요. 수고하셨다고 말씀드립니다. 한번 책방도 놀러갈게요:)
@russist 저도 그렇습니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륙> 단편이 가장 맘에 남아요. 29일동안 말동무가 되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독백이 될 뻔한 방이 말소리 들리는 모임방이 되게 해주셨어요^♡ 순천 여행오실 일 있으시면 연락주세요. 골목책방 서성이다입니다.
처음 마음은 옹기종기 오손도손 책 이야기 나눌 수 있을거라는 설레는 마음이었는데요. 9개의 단편이 가벼운 이야기들은 아니어서 천천히 생각해보기도 하고 선뜻 말문이 트이기가 어색하시기도 하여 시간이 훅 지나가버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는 마지막 이야기가 제일 마음에 남아요. '그 모든 게 평범해 보이긴 하지만, 나의 상상 이상의 것으로 여겨질 때가 있다' 마지막 문장이 우리 인생을 절묘하게 잘 표현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평범한 하루가 지났지만, 제 인생에서 유일무이한 하루이기도 하네요. 29일의 날들 또한 책읽고 이야기 나누는 평범하고 특별한 시간이었어요.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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