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믐에서 처음으로 모임에 참여하게된 아카라고 합니다.
SF를 무척 좋아하는 저에게 이러한 모임은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즐거운 SF읽기 및 공유의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최근 읽은 책들 중에서는 역시 가장 좋았던 작품은 배명훈 작가의 <미래과거시제> 였습니다. 배명훈 작가는 국내 SF계의 대표 작가이죠. '화성의 아이'에서도 설명되고 있지만, 배명훈 작가는 2020년 부터 외교부 연구 의뢰로 <화성의 행성정치 : 인류 정착 시기 화성 거버스 시스템의 형성에 관한 장기 우주 전략 연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해외에서는 SF작가가 정부 사업에 관여를 한 사례가 여럿 있었지만, 국내에서도 SF작가가 정부 우주 사업에 참여한 사례는 배명훈 작가가 유일하지 않을까 합니다.
<미래과거시제>는 단편 소설집입니다. 여러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표제작 '미래과거시제'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작품에서 사용하고 있는 설정은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로 단일한 직선 형태로 흐르지 않는다'입니다. 이러한 설정은 SF소설의 여러 작품에서 보이고 있는 SF의 메가텍스트적 요소입니다. (테트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도 이러한 설정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배명훈 작가의 놀라운 점은 이러한 내용을 국어학적으로 풀어 냈다는 데에 있습니다. 언어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이를 SF 요소와 함께 풀어내는 배명훈 작가의 통찰은 SF가 단지 재미 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충분히 지적인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혹시나 오해하실 수도 있기 때문에...단지 재미라고 한 것은 SF가 펄프픽션에서 발전했다는 데에서 오는 저의 편협한 시각때문입니다. 저는 SF를 매우 사랑합니다!)
<미래과거시제>의 수록작인 '수요곡선의 수호자'도 경제 이론과 SF를 결합한 창의적인 작품으로 아주 흥미로운 접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로봇이 등장하고, 수중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리고 있는데도..어쩌면 매우 뻔할 수 있는 스토리지만, 그 배경에 존재하고 있는 철학적 즐거움이 뻔함을 지적으로 변화시켜주고 있습니다.
<미래과거시제>의 가장 충격적인 수록작 '임시 조정사'는 SF를 판소리로 만든 작품입니다. 판소리의 운율과 한국적 가사를 접목시킨 작품입니다. 사실 이 작품은 그 내용보다 형식적 측면을 강조해서 보는 작품으로 한국의 SF가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SF를 굳이 판소리로 만들어야 하느냐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있을 수 있으나, 작가가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을 만들어 내는 SF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만들어낸 작품으로 아주 의미있는 작품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저는 배명훈 작가의 작품을 '지적인 SF'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뻔하지 않은,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과학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문의 지식을 결합한 SF로 한국 SF 소설에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읽어보시지 않은 분들께도 적극 추천하고 싶은 작가/작품입니다.

미래과거시제2005년 데뷔 이후 현재까지 수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 배명훈 작가의 소설집. <예술과 중력가속도> 이후 7년 만에 펴내는 세 번째 단독 소설집으로, 최근 3년간 팬데믹 시기를 통과하며 집중적으로 집필한 아홉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배명훈 SF’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정소연 소설가), “자신이 무엇을 쓰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SF평론가 심완선), 2020년대 한국 SF의 황금기를 이끈 주역 중 한 명인 작가 배명훈이 국내 최초로 화성 이주를 주제로 삼은 연작소설집 《화성과 나》(래빗홀, 2023)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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