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01.별을 위한 시간

D-29
2부부터 내용들이 본격적으로 흥미로워지지만 개인적으로는 2부의 첫 시작 문장이 재밌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테이프가 전 당연히 카세트 테이프라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카세트 테이프는 1963~64년에 처음 등장했다고 하네요. 이 당시의 테이프는 자기테이프(magnetic tape)를 말하는 것 같은데 크기가 상당했습니다. 광속에 근접할 수 있는 우주항해기술을 갖춘 배경 속에서 저장매체에 대한 작가의 예측과 현실이 전혀 다른 모습인 게 흥미로웠어요. 하인라인 작가가 본인이 살던 당시의 기준으로는 테이프를 이용한 정보저장과 전달이 당연했을테니 USB나 핸드폰의 개념을 떠올리는 것보다 테이프의 소형화를 예상하는 게 더 당연했을 듯 합니다.
와 저도 카세트테이프 생각했는데 아니었네요. 옛날 sf를 읽다보면 그 당시 기술에서 미래를 예측한 방식이 꽤 재미있어요.
우리는 열두 명이었다. 루이스클라크호에 배정된 사람들 말이다. 전체 선단의 우주선 열두 척에는 텔레파시 능력자가 150명 승선했다. 이들은 재단이 계약을 채결할 수 있었던 텔레파시 쌍 전부였다.
별을 위한 시간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최세진 옮김
생각보다 촘촘하게 텔레파시 능력자를 배치해서 규모에 살짝 놀랐습니다. 우주선과 지구와의 통신만 생각했는데 우주선 간의 통신도 필요한거였네요. 진짜 이런 프로젝트가 있다면 이렇게했을것같은 치밀함. 이 장면에서부터 더 몰입하게 되었어요.
아 저도 우주탐사에 대한 인원규모가 상당해서 인상깊었어요. 한 우주선에만 몇백 명 단위가 투입되는 건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작품 내에서 그 근거로 인간의 사회성을 이유로 드는 것도 흥미롭고요. 어떻게 보면 과학이나 기술, 예산과는 가장 관련없는 이유이면서도 가장 인간적이고 사회적인 이유를 들어 독자를 납득하게 만드는 게 재밌었어요. 보통 초능력자 소재를 생각하면 능력으로 온갖 위험을 돌파하는 영웅물이 떠오르는데 비해 여기서의 능력자들은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임무를 위한 구성원의 일부로 서술하는 상황이 현실감을 더해주는 것 같아요. 결국 능력자건 일반인이건 임무 앞에서는 동등한 대원일 뿐인거죠.
은화님 말씀대로 과학 기술과 버물려 사람의 사회심리적인 일상을 많이 이야기 하고 있어서 독특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SF보다는 톰을 중심으로한 성장 소설같은 느낌으로 읽게 되네요.
우주항해에 대한 팻과 톰의 진심은 제 생각에는 둘 다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봐요. 2부에서 데브루 의사의 진단과 두 형제의 관계를 고려해 볼 때 팻은 항상 자신이 더 좋은 것, 더 많은 것을 가져가는 걸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자기 나름대로는 '유약한 톰의 몫을 챙겨주는 형 노릇' 을 한다며 자기합리화를 하고요. 팻은 우주로 나가는 것에 대해 언제나 좋은 것을 먼저 차지하고 보는 이기심에서 생각했을 듯 해요. 마치 어린아이들이 그게 뭔지는 몰라도 자기 꺼라고 여기며 때를 쓰거나 낚아채고 보는 것 처럼요. 팻은 우주나 모험 그 자체에 대해 숙고하기보다는 톰이 가져갈지 모르는 것을 본인이 먼저 취하고 나중에 저울질 한 것 같습니다. 그런 관점을 톰으로 연장해본다면 톰의 결정은 팻에게 항상 좋은 것을 뺏긴데 대한 보상심리가 아닐까 싶네요. 톰이 정말로 우주를 꿈꿨다기 보다는 팻에게 나름의 반발과 저항을 표출한 걸로도 보입니다. 즉, 당시의 톰과 팻은 우주여행을 자신의 진심이 아닌, 상대를 의식하여 원했을뿐 바라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생각이었어요. 둘의 형제 사이의 역동이 작용해서 팻은 일단 좋아보이는걸 먼저 차지했고 톰은 뒤늦게 억울해하고요. 결국 톰이 가게되긴 했지만 둘 다 진지하게 생각한 건 아닌것같아요. 나이를 생각하면 그럴만한 나이이기도하고. 결국 시간차가 벌어지면서 어떻게 변해갈지 궁금해지더라구요.
나는 레벤스라움 프로젝트에서 나타날 몽외의 결과가, 언제나 그렇듯, 의도했던 결과보다 훨씬 클 거라고 생각해.… …지렁이를 찾으려고 구멍을 팠다가 금을 발견한다는 거지. 과학에서는 늘 일어나는 일이야. 그래서 ‘쓸모없는’ 순수 연구가 언제나 ‘실용적인’ 연구보다 훨씬 더 실용적인 거야
별을 위한 시간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최세진 옮김
장기정책재단이라는 존재도 그렇고 데브루 박사의 이 말도 너무 재미있어요. 실용적인 연구보다 쓸모없어보이는 순수연구가 더 실용적이라는 역설. 실제로도 그럴까요? 과학발전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흘러가기도 하긴 하잖아요.
김사과님의 질문에 대해 계속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순수연구는 결국 순수과학 또는 기초과학으로도 이해할 수 있겠죠. 과학이나 기술을 잘 몰라서 이쪽에 대한 지식이 없다 보니 사설이나 기사들도 좀 찾아봤고요. 과학자들마다 정의하는 바가 다르지만 순수연구와 실용연구의 가장 큰 차이는 목적성을 띄냐의 문제 같습니다. 주어진 문제의 해결과 효과를 의도하는 실용연구들은 기술과 공학적 관점에서 접근하죠. 반면 순수연구들은 경우에 따라 목적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상과 인과관계를 알기 위한 과정 그 자체, 더 쉽게 말하면 '궁금하기 때문에' 연구합니다. 과학계에서 현재 순수연구로 시작하여 현실에 큰 영향을 줄 실용성의 사례로 양자컴퓨터를 들더군요. 양자의 역사는 초기에는 우주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뉴턴의 고전역학만으로 더 이상 해석할 수 없는 미시세계의 영역으로 과학이 옮겨가자 그 '설명의 빈틈'을 찾기 위한 의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양자역학이 무엇이고, 그것이 우리의 자연세계를 어떻게 '이해 가능한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냐와는 별개로 양자들이 보여주는 현상을 이용해 양자컴퓨터의 상용화 단계에 와 있죠. 물론 아직은 일반 민간영역에서도 쓸 수 있는 데스크톱이나 스마트폰의 수준은 아니고 학술과 과학연구를 위한 전문영역에 쓰기 위한 단계라고 합니다. 0과 1의 가장 기초적인 정보값(비트)로만 표현할 수 있었던 데이터가 이제는 양자의 00, 01, 10, 11 또는 그 이상의 중첩이 존재할 수 있는 양자의 특성을 이용하여 훨씬 많은 정보값(큐비트)으로 표현하고 계산할 수 있게 되었다고하고요. 미시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의문에서 시작된 과학의 질문이 이제는 정보저장/전달/통신이라는 우리의 실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준이 된 겁니다.(저도 이런 저런 뉴스와 사설들을 짜깁기 한 거라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 기술과 공학적 연구는 목적성을 띄고 현안을 해결하는데 특화되어 있기에 더 넓고 깊게 파 내려가지 않는다는 뜻에서 작가가 그런 묘사를 한 것 같아요. 소설 속 문장을 그대로 빌리면 지렁이가 보일 때까지만 땅을 파는 것 처럼요. 하지만 땅 속 세상이 궁금한 사람은 그 이상을 파고, 때로는 헤매겠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도 의도하지 않은 발견을 한다는 의미 같습니다.
가족들은 팻에게 새로운 시계를 사줬으며, 팻의 말에 따르면 나에게는 초콜릿 한 상자가 주어졌다. 팻이 그 상자를 열어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게 좋지 않을까? 나는 기억해줘서 감사해야 할지, 아니면 내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선물'에 짜증을 내야 할지 몰라 팻에게 계속 진행하라고 했다. 잠시 후 나는 팻에게 자러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모두에게 감사하며 좋은 밤 되라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잠들지 않았다. 복도에 불이 들어올 때까지 자지 못하고 누워 있었다.
별을 위한 시간 p.160~161,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최세진 옮김
우주선과 지구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감을 이론적 설명이 아닌, 개인에게 가장 사적이면서도 중요한 순간인 생일을 통해 자연스럽게 묘사하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어요. 물리적 공간만이 아닌 사회적인 소속감까지도 구분 짓는 시간의 장벽이 느껴졌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부터는 3부입니다. 여행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풍경도 많이 바뀌는 부분이네요. 다음의 내용을 같이 생각해보고 다시 찾아 읽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1) 톰이 우주선의 삶에 익숙해지면서도 지구에서 보냈던 시간과는 멀어지고 있음을 잘 나타낸 부분은 어디라고 보시나요? 2) 여정의 과정에서 톰이 여행을 떠나기 전과 비교했을 때 어떻게 달라지거나, 변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읽는 속도가 느려서 이제야 2부를 다 읽었어요 이번엔 저도 톰만큼 충격받았습니다 서로 적대적이라는 느낌은 있었지만 팻도 우주에 가고 싶지 않았고 척추손상도 고의성이 있었다는게 충격이었요. 그런데 상담사가 그런 사실들을 상담자들에게 모두 이야기할 수 있는건지 의문이 들면서 상담사가 고의로 흔들고 있는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이제 3부 시작하겠습니다
오..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네요. 데브루 박사는 제삼자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입장에서 분석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톰과 팻 둘의 관계 속의 당사자는 아니니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어쩌면 그 말 속에 진실이 단 한 마디도 없을 수 있어. 그리고 자기 자신이 관련된 상황에서는 원래 어떤 게 공정한 건지 알 수 없는 법이야.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네가 그 문제에 대해 느끼는 방식이 그렇다는 거야…." 2부에서 데브루 박사가 한 말을 생각해보면 톰과 팻의 관계에 대해 주변인들은 이런 저런 분석을 하지만, 정작 톰이나 팻 본인들이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자세하지 않더군요. 톰과 팻이 서로에게 느끼는 경쟁심과 우애가 어디까지가 사랑이고 어디까지가 경쟁인지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관계인데 독자들이 직접 생각해보도록 일부러 제3의 인물을 통해 묘사하는 표현을 의도하지 않았을까요?
톰, 인간의 마음은 단순하지 않아. 매우 복잡해. 맨 위에 있는 의식은 자기만의 관념과 욕망이 있어. 그중 일부는 사실이고, 일부는 선전과 교육,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잘 보이기 위한 필요에 따라 새겨진 생각이야. 그 아래에 있는 무의식은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데, 멍청하고 교활해. 그 리고 무의식은 대개 의식과는 다른 종류의 욕망과 매우 다른 동기를 가지고 있지. 무의식은 자신만의 길을 가려고 해··· · 그리고 그게 되지 않을 때는 만족할 때까지 문제를 일으켜, 편하게 사는 비결은, 무의식이 자기만의 길을 가기 위해 너를 정서적으로 파탄시키기 전에, 그 무의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아내서 가장 쉬운 방식으로 제공해주 는 거야.
별을 위한 시간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최세진 옮김
나는 무중력이 싫었다. 하지만 위장에 음식을 잔뜩 넣고 있지 않으면 그럭저럭 괜찮았다.
별을 위한 시간 p.211,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최세진 옮김
가끔씩 SF작품들에서는 우주로 처음 나갈 때 먹는 것에 적응이 안되는 묘사들이 가끔씩 나오는데 한 번 궁금해서 실제로도 그런지 찾아봤어요. 향이 있는 음식이나 식재료들은 일부 휘발성 성분에 따라 향이 금방 사라져 맛을 느끼기 어렵다고 하는군요. 또한 무중력을 처음 느끼는 한동안은 평형감각과 회전을 느끼는 인체의 평형계에 혼란을 줘 배멀미 같은 어지럼증, 구토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아직 우주에 가보기 전이었던 시절에 하인라인이 무중력 생활을 나름대로 상상한 노력이 보여 재밌네요. https://www.digital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532943 https://www.youtube.com/watch?v=8R7cOlSkay0
음 그렇군요. 매우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음식에 향이 정말 중요한 건 우리 다 경험 하지요? 감기로 코가 막혔을 때 음식이 기대한 것과 다른 맛으로 느껴지곤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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